정부가 대한적십자사를 통한 대북지원을 검토한다고 한다. 북한이 얼마 전 막대한 수해를 당하자 인도주의적 지원을 해야 한다는 여론이 고조됐다. 현인택 통일부 장관은 8일 “정부 차원에서 대규모 식량지원을 검토한 바 없지만 긴급구호 성격을 갖는 수재지원은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할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지원규모는 100억 원 이내가 될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적십자사에서 애초 북한에 지원하려고 했던 것은 비상식량이나 의약품 등 수해민 구호에 필요한 물품들이었다. 이에 북한은 쌀, 시멘트, 중장비를 지원해달라고 역으로 제안해왔다. 정부는 이 중에 쌀과 시멘트 지원 가능성을 시사했다.

북한의 역제안은 지난달 북측에 나포된 대승호 선원 송환 직전에 이뤄진 것이어서 모종의 대가성 요구가 아니냐는 의혹을 받기도 했다. 어쨌든 정부는 대북지원 의사를 밝혔고, 일부 야당 측과 지원규모를 놓고 밀고 당기기를 하고 있다.

문제는 대북지원 물자의 많고 적음이 아니라 다른 목적으로의 전용 가능성이다. 북한 수해주민을 돕기 위해 보낸 것이 우리에게 총부리를 겨누고 있는 북한군의 밥그릇으로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시멘트는 최근 김정은 세습체제를 위한 평양 10만 호 건설에 투입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다.
실제 북한은 그동안 대북지원 물자를 분배하는 과정에서 투명성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다. 지난 2007년 한 탈북단체의 조사에 따르면 조사대상 탈북자의 7.6%만이 남한 쌀을 배급받은 적이 있다고 답했다. 북한이 쌀을 군으로 빼돌린다는 정황은 지금까지 수차례 언론을 통해 지적되기도 했다. 그때마다 정부는 분배투명성을 강화하겠다는 말만 되풀이할 뿐이었다.

이제는 말로만 해서는 안 된다. 확고한 입장을 보여야 한다. 자유선진당 이회창 대표는 “식량지원은 하되 북한 피해 주민들에 대한 전달의 투명성, 즉 확실하게 전달되는 것을 확인하는 것 외에 다른 조건은 달지 않는 게 좋다”고 말했다. 인도적 차원의 지원을 우리 목숨을 겨누는 데 사용하게 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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