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남승우 기자] 110억원대 뇌물수수와 다스 횡령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이명박 전 대통령이 2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8.7.20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110억원대 뇌물수수와 다스 횡령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이명박 전 대통령이 2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8.7.20

인사청탁 잘 이뤄지지 않자 주로 원망하는 내용 담겨

“MB와 인연 끊고 다시 세상살이를 시작해야 하나”

“나는 그에게 30억원을 지원했다. 옷값만 얼마냐”

[천지일보=명승일 기자] 이명박(77) 전 대통령 재판에서 이팔성(74)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이 전 대통령 측에 거액의 금액을 건네 인사청탁 한 내용이 기록된 ‘비망록’이 공개됐다.

검찰은 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정계선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이 전 대통령의 속행 공판에서 이 전 회장이 지난 2008년 1월부터 5월까지 작성한 비망록의 사본을 공개했다.

이 전 대통령은 2007년∼2011년 친형인 이상득 전 의원 등을 통해 이 전 회장으로부터 22억 6000여만원의 현금과 1230만원어치 양복을 뇌물로 받은 혐의를 받는다.

‘서증조사(검찰의 채택된 증거 설명)’를 통해 공개된 이 전 회장 비망록에는 이 전 회장이 자신이 원하는 자리에 앉지 못하자 이 전 대통령을 원망하는 내용이 세세히 나타나있다.

이 전 회장은 2월 23일자에 “통의동 사무실에서 MB 만남. 나의 진로에 대해서는 위원장, 산업B, 국회의원까지 얘기했고 긍정 방향으로 조금 기다리라고 했음”이라고 적었다. 이 전회장은 진로로 적혀 있는 부분에 대해 검찰에 ‘금융위원장, 산업은행 총재, 국회의원’을 말한다고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이 전 회장의 기대와는 달리 이 전 회장은 금융위원장, 산업은행 총재, 국회의원에 내정되지 않았다. 검찰에 따르면 이 전 대통령 취임 후인 같은 해 3월 7일 당시 박영준 기획조정비서관은 이 전 회장에게 한국증권선물거래소 이사장 선임을 제안했다. 이 전 회장은 자신이 원했던 자리가 아니라는 이유로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망록에는 이 시기 이 전 회장의 감정이 잘 드러나있다. 자신의 의도대로 인사청탁이 잘 이뤄지지 않자 이 전 회장은 “이명박에 대한 증오감이 솟아나는 건 왜 일까”라고 허탈한 감정을 적기도 했다.

비망록에는 유명 정장 디자이너를 삼청동 공관에 데려와 이 전 대통령에게 정장을 맞춰준 내용도 담겼다. 이 전 회장은 3월 28일자 비망록에 “이명박과 인연을 끊고 다시 세상살이를 시작해야 하는지 여러 가지로 괴롭다” “나는 그에게 약 30억원을 지원했다. 옷값만 얼마냐” “그 족속들이 모두 파렴치한 인간들이다. 고맙다는 인사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적었다.

검찰은 이를 보고 “이 만큼의 돈을 지원했는데도 (자신이 원하는) 인사상 혜택이 없어 이에 대한 분노를 담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 전 회장은 비망록에서 이상주 변호사에 금전적 지원을 했음에도 본인의 인사 문제를 도와주지 않는다며 분노를 표출하기도 했다. 그는 “왜 이렇게 배신감을 느낄까. 이상주 정말 어처구니 없는 친구다”라며 “나중에 한 번 따져봐야겠다. 소송을 해서라도, 내가 준 8억원 청구 소송할 것임. 나머지는 어떻게 하지”라고 적었다.

한편 이 전 대통령은 지난달 30일부터 서울대학교 병원에 입원해 수면 무호흡증 등에 대한 진료를 받고 퇴원한 뒤 처음 이날 법정에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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