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이승연 기자] 우리나라 옛 속담에 ‘공든 탑이 무너지랴’라는 말이 있다. 하지만 정반대로 ‘공든 탑도 개미구멍으로 무너진다’는 속담도 있다.

왜 우리 선조들은 전혀 상반되는 이 두 속담을 사용했는지에 대한 해답을 최근 깨닫게 해준 사건이 있었다.

얼마 전 대기업들이 사회와 화합하고 상생하기 위해 펼치는 사회공헌활동들에 대한 기사작성차 사실 확인을 위해 한 대기업 홍보실로 전화했다.

수억 원의 자금을 투자해 홍보를 하는 대기업답게 친절한 목소리로 응대하는 대기업 홍보실직원을 기대했건만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담당 직원의 목소리는 한마디로 무미건조였다.

그 기업의 이미지를 대표한다 해도 과언이 아닌, 그렇게 중요한 사명을 감당해야할 홍보실 직원의 목소리가 말이다.

거기까지였으면 좋으련만, 소속을 밝히자 본인은 경제지만 담당한다며 다른 직원에게 전화를 돌려준다고 했다. 잠시 후 수화기를 통해 듣게 된 것은 두 직원이 서로 책임을 전가하려는 듯 티격태격하는 목소리뿐이었다.

이런 모습은 비단 이 기업뿐만 아니다. 일전에 지식경제부 소속의 한 행정 기관이 개최한 행사 보도를 위해 자료를 요청하려고 행사 담당자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연결이 되지 않았다. 늦은 시간이었지만 다시 전화를 걸었을 때 수화기 건너편으로 어수선한 주변소리와 긴장이 풀린 듯, 술에 취한 듯 목소리가 들려왔다. 소속을 밝힌 후 상황을 설명하고 양해를 구하며 자료를 요청했다.

그렇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뭐? 어디라구요? 나중에 전화해요, 나중에…, 뚜뚜뚜….”

더 훌륭한 기업이 되겠다며 수천만 원을 투자해 행사를 치르고, 이미지 쇄신을 한다면서 봉사활동을하고, ‘우리는 고객을 우선으로 생각하는 기업입니다’고 외치며 멋진 탑을 쌓으려 공 들이면 무엇 한단 말인가?

선조들이 말했듯이 공들여 쌓아올린 탑은 태풍에 무너지는 게 아니라 작은 개미구멍으로 인해 무너지는 것이다.

사회에서는 고하여부를 막론하고 서로가 지켜야 할 예의라는 것이 있다. 결국 예의처럼 아주 기본적인 사항들이 무너지면 아무리 많은 돈을 투자해 쌓아올린 탑이더라도 무너지는 건 한 순간이다.

돈만 들인다고 공든 탑이 보존되는 게 아니라 작은 구멍을 미연에 방지하는 게 더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으면 한다. 작은 구멍이 당장 탑을 무너뜨릴 수는 없지만 방치된 작은 구멍은 반드시 탑을 무너지는 게 한다는 이치를 간과해서는 안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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