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유지되어온 화려했던 서구중심의 세계경제 질서는 새로운 국면을 맞으며 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기운 해는 다시 동해에 떠오르는 게 이치인가 보다. 

수십 년에서 수백 년 동안 물질문명을 지배해온 서구중심의 문화와 사상이 기울어져가고 있음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세계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미국 영국 일본을 포함 세계 23개 선진국의 재정현황을 정밀분석한 후 그에 따른 보고서를 내놨다. 그 보고서에 의하면 한국이 23개 선진국 중 최고로 탄탄한 재정적 여력을 갖추고 있는 나라로 꼽혔다.

또 한국은 호주 덴마크 뉴질랜드 노르웨이 등의 국가와 함께 갑작스런 재정적 위기가 닥칠지라도 충분히 대응할 만한 나라로 내다봤다.

그 중에서도 한국과 덴마크 노르웨이의 재정여력은 위기 시 100% 상황대처 가능한 나라로 선진국 중 최고의 여력을 갖추고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그리스 이탈리아 일본 포르투갈 등은 다시 한 번 경제적 위기가 찾아온다면 회생이 불가할 것으로 분석됐으며, 영국 미국 또한 위험이 닥칠 시 제한적 범위에서만 회생이 가능하다고 우려했다. 11월, ‘G20 정상회의’가 한국에서 개최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이젠 대한민국이 대한민국만을 고민하고 있을 때가 아님을 말해주고 있다. 우리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세계는 지금 이 작지만 큰 나라를 주목하고 의지하고 있다.

식민지배시대를 거쳐 참혹한 동족상잔(同族相殘)의 폐허 속에서 ‘잘살아보세’라는 구호와 함께 시작한 지 반세기 만에 일궈 낸 값진 결과다.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이란 말처럼, 오늘이 있기까지 선조와 선배들의 각고의 노력의 결과라 아니할 수 있겠는가. 애국가의 가사에서도 ‘하나님이 보호하사 우리나라 만세’라는 속웃음이 절로 나오는 쾌거요 영광이요 기적이다.

그러나 우리는 재정적 여력의 쾌거에 도취해 있을 수만은 없는 입장이다. 아직 가야할 길이 너무 먼 길, 이제 시작에 불과할 뿐이다. 잇고 고치고 세우고 붙잡고 해결해야 할 일들이 산적해 있음을 간과해선 안 된다.

우선은 주변국과의 문제를 포함한 남북의 문제, 정치와 사회의 어설프고 서투른 초보적 양상들, 갈기갈기 찢겨진 분열된 의식, 사라지고 무너지고 왜곡된 역사의 회복, 그 역사회복을 통한 생각과 의식과 가치관의 진정한 회복 등이 우리가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있다.

이러한 과제를 극복하고 해결해야만 하는 이유가 분명히 있다. 반세기 만에 얻어 낸 경제적 성장의 쾌거를 유지하고 극대화해 나가기 위해선 차원 높은 정신문화의식이 밑바탕에 깔려있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우리의 유구하고 찬란했던 과거의 역사와 문화가 까마득히 사라졌던 이유는 자만으로 정신과 물질의 조화를 거부했기 때문임을 깨달아야 한다.

수천 년 만에 다시 찾아온 이 기운을 우리의 지혜와 슬기로 받아들이고 더욱더 발전시켜, 경제선진국뿐만 아니라 정신문명까지라도 온 세계를, 나아가 만물까지라도 새롭게 창조해야 함이 우리의 양 어깨에 달렸음을 다시 한번 깨닫게 해 주는 충분한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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