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남승우 기자] 권이종 회장이 지난 13일 서울시 용산구에 있는 ADRF 사무실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통해 ADRF의 활동을 설명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7.13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권이종 ADRF 회장이 지난 13일 서울시 용산구에 있는 ADRF 사무실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통해 ADRF의 활동을 설명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7.13

권이종 ADRF 회장 인터뷰

 

빈곤아동 학교·인성 교육 지원

‘교육이 희망’이란 구호 앞세워

 

국내활동은 동화책 번역 활발

외국 아동 대상 아동결연 활동

세계적 기부단체로 서고 싶어

[천지일보=명승일 기자] “교육이 희망입니다.”

온화하고 편안한 인상을 소유한 그는 교육에 대한 철학이 남달랐다. 그 누구보다 가난하고 굴곡진 삶을 살았던 그이기에 교육만이 모든 문제의 해법이란 신념이 뿌리 깊게 박혀 있었다. 영화 ‘국제시장’의 실제 주인공이기도 한 ADRF(Africa Asia Development Relief Foundation, 아프리카아시아난민교육후원회)의 권이종 회장(79). 그는 5년 전부터 ADRF의 회장을 맡아 ‘교육’의 중요성을 몸소 현실에서 적용 중이다.

권 회장은 지독하게 가난한 어린시절을 보냈지만, 고학을 통해 박사학위까지 받았다. 더욱이 우리나라에서 청소년학을 처음으로 개척해 청소년법을 만든 전문가다. 봉사나눔단체 중 가장 차별성 있게 교육후원사업을 펼친다는 ADRF에 대해 권 회장은 지난 13일 본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국내에서 순수하게 출발한 국제후원단체이고, 24년의 역사를 갖고 소신껏 운영하고 있는 점을 높이 샀다”고 설명했다.

ADRF는 1994년 아프리카 라이베리아에서 오랜 내전으로 삶이 피폐해진 난민을 위한 구호활동을 시작으로 한국에서 태동한 비영리민간단체다. ‘교육이 희망’이란 슬로건을 걸고 아프리카 아시아의 빈곤아동을 위한 학교·인성 교육 지원에 초점을 맞췄다. 현재 라이베리아, 케냐, 에티오피아, 미얀마, 인도네시아, 네팔, 캄보디아, 말레이시아, 팔레스타인 등 16개국에서 희망교실을 운영하는 등 다양한 교육지원사업을 하고 있다.

특히 ‘전쟁 없는 나라’ ‘갈등 없는 나라’가 되려면 가진 자가 없는 이들을 돌봐줘야 한다는 지론을 배경으로 한다. 사회문제와 폭력은 대부분 빈곤층에서 일어나기 때문에 이들을 교육하는 데 사회가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ADRF의 대표적인 국내활동은 동화책 번역이다. 한국어로 된 동화책을 영어로 번역하고 이후 각 나라로 보내면 각 나라 엘리트 대학생 봉사자가 자국 언어로 번역한다. 이 같은 활동을 통해 봉사하는 학생들이 봉사심, 나눔, 베품, 이타주의가 무엇인지 배울 수 있도록 한다. ADRF의 해외활동은 돈이 없어 공부를 못하는 아이들에게 교육의 기회를 부여해 가난의 대물림을 끊는 게 목적이다.

권 회장은 “제가 아주 가난한 삶을 삶아왔기 때문에 제가 받았던 것을 이제는 국가와 국제무대에 나눠주자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ADRF의 대표적인 해외활동은 외국 아동을 대상으로 한 아동결연이다. 구체적으로 한국의 홍보대사와 지원자를 외국인 학생 한 명과 묶어준다. 이후 초등학교 나올 때까지 매월 학자금을 보내 그 아이를 키워내서 그 나라의 리더가 되도록 하는 것이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ADRF가 오지 빈민가가 아닌 도시 빈민가에 초점을 맞췄다는 데 있다. 도시에 와서 빈민가 중심으로 사는 아이들에게 교육을 통해 ‘고기 잡는 법’을 가르치고 있다고 했다.

“우리가 도시로 간 이유는 명문대 자원봉사자를 확보해 그 나라 아이들을 길러내서 그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는 사이클을 그리자는 취지 때문입니다. 가장 쉽게 짧은 기간에 교육을 받아서 그 나라에 정착하고, 그 아이들이 성장해 다른 아이들에게 봉사해서 작지만 세상을 바꿀 수 있는 모토가 되는 셈이죠.”

미얀마 ADRF 희망교실 어린이들과 사진을 찍고 있는 권이종 회장 (제공: ADRF)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7.14
미얀마 ADRF 희망교실 어린이들과 사진을 찍고 있는 권이종 회장 (제공: ADRF)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7.14

ADRF는 올해 초부터 미국 시애틀에 지사를 설립했다. 전 세계 모든 기구가 미국에 있기 때문에 외연을 한층 확장해 가자는 취지다. 권 회장은 “ADRF가 꾸준한 성장을 통해 세계적인 기부단체로 우뚝 서고, 다른 국제단체와도 어깨를 나란히 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권 회장의 부모님은 교육의 기회를 부여받지 못했다. 하지만 자신의 부모님도 교육의 기회가 부여됐다면, 자신처럼 선생님이 될 수 있는 잠재능력이 있다고 봤다. 그러면서 우리나라의 많은 청소년이 잠재능력이 충분함에도 불구하고 교육을 받지 못해 소외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권 회장은 교육·빈부 격차를 해소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교육을 통해 잠재적 능력을 길러줘서 그 나라의 지도자가 될 수 있도록 하자”며 “다른 교육 선진국의 경우 ‘더불어 사는 인간을 만들자’ ‘공동사회를 이룩하는 사회를 만들자’는 목표가 있다”고 말했다.

한 발 나아가 선진국일수록 재벌가들이 부(富)를 2~3세대에게 그대로 넘겨주는 비율이 우리나라보다 훨씬 낮다고 한다. 이는 가난의 대물림이 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게 권 회장의 설명이다. 이 때문에 권 회장은 가난의 대물림을 끊고 교육 기회의 박탈을 해결해 360도 동그라미를 만들 때 진정한 사회안정이 올 수 있다고 주장했다.

권 회장에 따르면, 일반 후원단체는 유명한 연예인 등을 홍보대사로 추대한다. 반면 ADRF는 설립자의 취지에 따라 드러내지 않고 활동해 왔고, 홍보대사도 임명하지 않다가 4년 전부터 홍보대사를 임명했다. 홍보대사는 택시 운전사, 음식점 사장, 대학생 등 다양한 계층이다. 홍보대사 모임을 확대해 ‘교육포럼’으로도 만들었다. 교육포럼은 국내의 모든 교육제도가 이대로는 안 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학교는 학생을 환자로 만드는 나쁜 교육제도라고 봐요. 상위권 10% 학생을 위해 모든 게 존재하고, 나머지 90%는 소외된 학생으로 길러집니다. 다른 나라의 경우 모든 청소년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교육을 하고 있어요. 한국에선 꼴찌를 하다가 다른 나라에 가선 왜 1등을 하는지 곰곰이 생각해봐야 하는 대목이죠.”

그간 권 회장은 교육이라는 매개를 통해 기성세대와 신세대를 모두 접해 왔다. 그는 전쟁 이상으로 무서운 것이 있다면 바로 세대 간 갈등이라고 진단했다. 현 기성세대와 신세대가 사는 세계는 완전히 천지 차이라는 의미다.

권 회장은 “지금 신세대가 모든 정보를 갖고 앞서가고 있다. 따라서 기성세대가 정보에 대한 격차를 좁히기 위해 배우고 노력해야 한다”며 “신세대는 기성세대가 이룬 국가발전과 사회발전에 대해 이해하는 쪽으로 받아들였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는 사회적 현안으로 떠오른 제주도 예멘 난민 사태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일반적으로 독재국가 등에서 생명의 위협을 받고 살기 어려워 ‘이곳에서 살아선 안 되겠구나’라는 분명한 철학과 의식을 갖고 그 나라를 탈출한 사람이 진정한 난민이라고 생각합니다. 현재 난민법은 잘못 제정됐다고 봐요. 빠른 시일 안에 난민법을 제대로 개정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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