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 창간1주년 기념 5개 종단 교수 좌담회

 

▲ 천지일보 창간 1주년 기념 좌담회에 5개 종단 교수회 회장들이 참석했다. 왼쪽부터 홍진관 교수, 윤석산 교수, 김성은 교수, 천지일보 이상면 사장, 최영진 교수, 최용춘 교수 ⓒ천지일보(뉴스천지)

자각있는 종교인이 화합과 상생 선도

종교 간 갈등으로 전쟁, 테러, 폭력 사태가 전 세계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다. 다종교 국가인 대한민국은 종교 간 갈등보다는 공존이 이뤄지고 있다는 평가도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편파·편견 의식이 만연돼 있다는 의견도 있다. 이에 사회·종교 종합일간지인 본지가 창간 1주년을 맞아 화합과 상생을 위한 종교의 역할에 대해 논의해 보는 좌담회를 개최했다. 좌담회는 5개 종단 교수협의회를 이끌고 있는 교수들이 참석한 가운데 지난달 13일 본지 회의실에서 열렸다.

▲ 최용춘 교수

한국교수불자연합회 회장, 상지영서대학 법학과 교수ⓒ천지일보(뉴스천지)

-사회와 종교는 분리해서 생각해야 합니까?
▲최용춘 교수(이하 최(불교))=법철학적 측면에서 볼 때 사회와 종교는 같은 규범 안에 있다. 인간들이 지켜야 할 도리를 사회와 종교가 따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틀 속에서 돌아가는 것이라 생각한다. 종교와 사회가 하나의 틀 속에서 공존하는 것이다.

▲김성은 교수(이하 김)=인간들의 삶 속에서 사회와 종교가 따로 분리될 수도 없고 분리되어서도 안 된다. 삶 속에 같이 돌아가면서 사회적인 문제나 갈등에 종교가 어떤 기능을 할 수 있느냐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윤석산 교수(이하 윤)=종교와 사회는 어떤 측면에서 하나라고 할 수 없다. 사회가 겪고 있는 여러 가지 구조나 갈등의 것들은 종교가 새로운 차원에서 해결하고 이끌 수 있는 힘이 있을 때 종교의 역할을 한다고 생각된다. 종교가 사회적 법칙에 따라 가면 안 된다. 종교가 순수기능을 최대한 살릴 수 있을 때 사회에 필요한 기능을 할 수 있을 것이다.

 

▲홍진관 교수

원불교 교수협의회 회장, 경원대 건축설비학과 교수 ⓒ천지일보(뉴스천지)

-그렇다면 종교는 무엇입니까?
▲홍진관 교수(이하 홍)=종교의 의미는 으뜸이 되는 가르침이다.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는 데 으뜸은 무엇인가? 으뜸은 바로 사람의 마음이다. 종교란 마음을 밝히고 마음을 잘 사용하는 것을 가르치는 것이다.

▲최영진 교수(이하 최(유교))=종교란 죽음의 문제를 해결해 주는 것이다. 도덕적 문제, 사회정의 이런 것은 사회학적인 문제에서 접근할 수 있다.

▲최(불교)=종교란 삶 속에서의 버팀목이다. 우리가 각각의 종교를 가지고 그 힘에 의존하며 살아간다. 그래서 서로가 다른 종교를 인정해 주어야 사회 화합이 이뤄질 수 있다. 

▲윤=인간이 죽음의 문제를 생각하고 궁극적인 문제를 신에 의탁하고 그러한 문제를 공부하다 보니 인간 내면의 문제를 종교에서 찾는다. 인간적 갈등 및 사회적 갈등에 대한 해결책을 종교의 영성으로 가르친다.

▲김=종교라는 것은 궁극적인 관심이 죽음보다는 생명에 있다. 모든 사람이 자신의 가능성을 바라보며 현실에서 해방, 비판하고 치유·생명·평화를 추구하며 삶에 참여하게 하는 관심을 가지게 하는 것이 종교이다.


종교의 정의
홍 “마음 밝히고 사용하는 것 가르침”
최(유교) “죽음의 문제 해결 해주는 것”
최(불교) “삶 속에서의 버팀목”
윤 “인간·사회 갈등 영성으로 가르침”
김 “치유 생명 평화 해방에 관심”

 

▲김성은 교수

한국기독자교수협의회 직전회장, 서울신대 기독교교육학과 교수ⓒ천지일보(뉴스천지)

-사회와 종교가 한결 같이 화합과 상생을 외치고 있는데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해 주십시오.
▲김=다른 종교를 이해하기보다는 자기 것을 강조하다 보니 다른 교파에 수용하는 것을 강조한다. 물질적인 성장을 추구하는 기업처럼 교회가 성장·권력 지향적으로 가다보니 작은 것, 남의 것, 다른 종단을 수용하는 것이 줄어들고 있다. 다른 것을 인정해줘야 하는데 다름과 틀림을 구분하지 못하고 있다.
종교는 약하며 어둡고 힘없는 사람에게 사랑으로 승화되고 가치관을 심어주며 실천하는 역할을 해야 하는데 그런 역할을 못하고 있다.

▲최(불교)=화합은 이면에 보면 갈등이 있다. 상생이라는 것은 갈등을 잘 어루만져서 화합을 일으키며 서로가 잘 살자는 것이다. 상생은 있어야 할 것에 있을 것들이 그대로 있는 것이다. 있어야 할 것들이 있어야 할 자리에 있다는 것은 내 종교가 다른 종교를 인정해 주는 것이다.

그러면 서로 관계가 이뤄지고 상생이 되면서 은혜가 생기게 된다. 있어야 할 것이 다 있고 내 것이 소중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남의 것도 다 소중하다고 생각한다. 자기 영역에서 열심히 살고, 종교 안에서 열심히 살 때 은혜가 된다.
이렇게 되면 갈등과 반목이 없어진다. 서로 공존과 은혜가 생긴다. 진솔한 참회를 하고 그것을 받아주고 해원이라는 개념으로 증오를 씻어 버리고 새로운 미래를 공동으로 개발해야 한다. 누구나 원하는 미래를 계획하는 것이 종교인이 해야 할 일이다. 그래서 서로의 의견을 들을 수 있는 정서적 공감이 필요하다.

▲ 최영진 교수

한국유교학회 회장, 성균관대 동양철학과 교수ⓒ천지일보(뉴스천지)

▲최(유교)=종교는 근본적으로 화합과 상생하기 힘들다고 본다. 종교는 궁극적인 존재가 있는데 절대적 신앙, 궁극적인 존재는 하나일 수밖에 없다. 둘이 될 수 없다. 종교에는 궁극적인 존재라고 생각하는 존재들이 많이 있다. 개신교·불교·천도교 등 종단의 궁극적인 존재가 있다.

궁극적인 존재는 하나여야 하는데 현실에서는 다수가 존재하고 공동체는 이 안에서 신앙하고 있다. 종교는 본질적으로 배타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이것이 태생적인 한계이다. 이것을 인정해야 한다. 옛날부터 종교 교류와 화합을 많이 주장했지만 오늘날에도 이슈가 되는 것은 종교의 본질적인 속성 때문이다.

다름을 인정하자. 이것이 정답이라는 것 알고 있지만 안 된다. 종교 안에서 강한 종교가 있고 세력이 강한 종교가 다른 종교를 배려한다고 생각한다. 종교는 초월성 영역이 있으며 종교인들이 전문가가 아니기에 종교인들이 모든 일을 다 해결하려는 것이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사실은 사실 차원에서, 가치는 가치 차원에서 접한다면 좋겠다. 사실은 사실대로 가치는 가치대로 인정해야 한다.

▲홍=진리 가운데 살고 있는데 진리가 기독교적 진리냐 불교적 진리냐 하지 말고 공통적인 진리의 눈으로 바라보다 보면 세상의 겉으로 나타나는 것은 다른 것 같지만 공통의 부분이 있다는 것이다. 있는 것을 있는 자리에 두게 하고 서로 인정해주고 화합하도록 지향해야 할 것이라 생각한다. 겉으로 나타나는 것은 다 다르지만 진리 속에서 살고 있는 존재이기에 이것을 자각하고 종교인들 중 특히 지식인들이 그런 것을 자각해야 한다. 세상을 보는 눈은 종교적 관점에서 다르지만 서로 합력할 수 있는 모델이 필요하다.

▲윤=사실 가장 무서운 것은 잘못된 신념이다. 잘못된 신념을 종교가 조장할 수 있다. 가장 조심해야 할 사항이다. 이런 잘못된 사회적 가치관을 종교가 따라가는 경향이 있다.

그러한 것을 따라가기 때문에 종교 간 갈등이 생긴다. 그런데 우리 삶이란 것이 실천적인 면이 있는가 하면 관념적인 면이 있다. 정치·경제는 실천적인 면을 요구하는 것이고 종교는 관념적인 면을 추구하는 것이다. 그런데 종교가 실천적인 면을 따라가려 할 때 잘못된 갈등의 요인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종교는 본분을 지키면서 고유의 영역을 지키며 사회적 갈등 요소를 찾아내야 종교 간의 화합도 이룰 수 있다.

종교 ‘화합과 상생’ 방법
김 “다른 것을 인정해주는 가치관 필요”
최(불교) “있어야 할 자리에 그대로 있도록”
최(유교) “궁극적인 존재가 하나인 것 인정”
홍 “공통적인 진리의 눈으로 바라봐야”
윤 “종교는 관념적인 면을 추구해야”

 

▲ 윤석산 교수

천도교 교수회 회장, 한양대 한국언어문학과 교수ⓒ천지일보(뉴스천지)

-종단별 편파·편견도 문제이지만 종파 안에 편파·편견이 문제입니다. 인간의 기본권, 한국 헌법의 기본권을 초월하는 인권침해, 강제개종 등 종교문제가 사회문제로까지 발생하고 있습니다. 해결책은 있습니까?

▲최(불교)=내 종단, 내 종파만이 해야 한다는 잘못된 인식은 바뀌어야 한다. 이제 공론화됐을 때는 상대방이 이야기하기 힘든 것은 이야기해줘야 한다.

▲홍=사회가 변하면 사회를 밝게 하기 위해 종교가 따라가는 불가분의 관계이다. 남이 있기에 내가 있는 것이고 내가 있기에 남이 있다는 것이다.
열린 종교인들이 자각이 없는 사람들을 자각시켜야 한다. 열린 학자들이 종교가 가진 교리를 열어서 근본적인 종교가 무엇인가 고민해야 한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사회 갈등, 환경문제, 정치적 문제 등 해결하지 못하는 부분을 논의해야 한다. 세계 이익을 생각하는 사람이 나타나야 지구촌이 화합의 마당이 되는 것이다. 상대방을 인정하는 종교인들이 되어야 한다.

▲김=개신교 내에 이런 문제도 많고 사회에서 권력을 가지려는 사람과 종교를 정치적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문제다. 종교가 기업의 도구화, 이윤추구의 도구화도 된다. 종교 본연의 역할을 놓치고 있었기에 이런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서구 식민지 문화의 옷을 입고 개신교가 사회 권력과 너무 밀착되어 왔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종교가 해야 되는 것은 잘못된 것을 알게 해주고 참회를 하며 용서해 주고, 평화로운 사회로 만들어 가는 것이다. 하나님의 세상에서 회개하며 용서하고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고 조정해 나가야 한다.

▲윤=텔레비전에서 ‘부자되세요’라고 CF가 나왔었다. 잘사는 것이 부자되는 것이라고 이야기하는 것이다. 종단 간의 화합, 종파 간의 화합은 상대방의 배려다. 종교는 강자가 약자를 배려해 줄 때 화합의 길이 있지 않을까. 잘사는 것은 패러다임을 바꾸는 것이다.

▲최(유교)=합리적으로 신앙생활을 할 때 이런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 종교가 초월적인 부분을 지향했는데 종교가 세속화되었다. 다시 종교의 초월화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동시에 합리화와 초월성을 추구해야 한다.

 종교 종교 편파·편견 문제 해결책
최(불교) “‘내 종단·종파만’이란 인식 바꿔야”
홍 “열린 종교인들이 자각 역할 담당해야”
김 “회개·용서하고 한계를 인정해야”
윤 “강자가 약자 배려해 줄 때 화합의 길”
최(유교) “합리적 신앙생활 할 때 해결 가능”

 

사회: 천지일보  이상면 사장

글 정리: 김종철 기자

 사진: 박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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