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김일녀 기자] “통일은 반드시 옵니다. 그 날을 대비해 이제 통일세 등 현실적인 방안도 준비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8월 15일, 이명박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에서 밝힌 ‘통일세’ 관련 발언은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에 대해 사회 각계는 다양한 반응을 나타냈다. 천안함 사태로 남북관계가 경색되고 교류 자체가 단절된 상황에서 ‘통일의 필요성’이 아닌 ‘통일세’에 대한 논의가 시기적절한지와, 통일세는 국민들의 염원인 통일을 준비하는 데 필요한 과정이라는 입장 등이 맞물린 것이다.

그러나 또 한편에서는 이 대통령의 발언이야말로 통일을 준비해 나가야 하는 우리에게 나침반 역할을 할 것이라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러한 사회적 논란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소는 최근 전국 성인 남녀 12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0 통일의식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 ⓒ천지일보(뉴스천지)

보고서에 따르면 통일의 필요성을 느끼는 응답률이 2009년 55.8%에서 올해 59%로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통일이 돼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도 ‘같은 민족이니까’라는 응답이 2008년 이후 가장 낮아졌고, ‘전쟁위협을 해소하기 위해’ ‘한국이 선진국이 되기 위해’ 등의 응답률은 높게 나왔다.

또한 현 대북정책에 ‘만족한다’는 응답률은 39.5%인 반면, ‘불만족 한다’는 60.5%로 나타났다. ‘정부가 대북정책을 결정하는 데 국민 의견을 잘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응답이 ‘잘 반영하고 있다’는 응답보다 2배 이상 높게 나타났다.

이처럼 국민들은 현 정부의 대북 강경기조와 달리 교류협력을 통한 남북관계 개선을 원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신(新) 3단계 통일방안’이나 통일세 등의 방법론적 차원에서는 국민들과의 충분한 소통을 통해 국민적 공감대 형성이 선행돼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일반인의 견해]
“통일, 먼저는 북한에 대한 관심 가져야”
북한을 제대로 알 수 있는 ‘교육’ 필요

현재 국민들 사이에서 통일에 대한 필요성과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민족동질성보다는 안보나 경제적 이해 등과 같은 현실적인 문제가 통일 염원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통일을 원하는 일반 시민들은 북한의 사정이나 현실을 제대로 알 수 있도록 정부가 다양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2002년 북한을 탈출해 동남아시아를 거쳐 한국으로 건너온 김영옥(40, 여) 씨. 김 씨는 현재 초․중․고등학교 및 대학교와 일반 시민단체 등 곳곳에서 통일안보 교육을 하고 있다.

김 씨는 “국민들이 통일에 대해 막연하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남북이 헤어져 산 지 60년이 넘었지만 앞으로 살아갈 날이 더 많이 남아 있다”며 “북한은 우리 민족의 땅”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또 “지난 연평해전과 서해교전으로 인해 국민들 사이에서 북한을 제대로 알아야 한다는 인식의 변화가 생긴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G20 서울 정상회의를 알리기 위해 구성된 ‘G20 영 앰배서더(Young Ambassador)’의 멕시코팀 박지완(26, 고려대) 팀장에게 학생의 입장에서 인식하고 있는 통일에 대한 생각을 물었다.

그는 “솔직히 요즘 대학생들 사이에서 통일은 갈수록 관심범위에서 벗어나 있는 것 같다”면서 “오히려 유럽에서 만났던 독일 학생들이 한국의 분단과 통일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고 말했다.

또한 “실제로 통일을 준비해 나가는 단계에서는 국가적인 차원에선 북한과의 교류 활성화가, 개인적으로는 의식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본다”며 “학교에서 북한의 현실을 알 수 있도록 다양한 교육을 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전문가의 분석]
“북한 주민에게 필요한 것은 자유·인권”
안보를 바탕으로 실질적 교류·협력해야

북한 전문가들은 통일을 논하기 이전에 남북 간 대화 재개와 교류 협력이 이뤄져야 하며 비핵화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무조건적인 인도적 차원의 대북지원이 아닌 북한의 현실을 정확하게 반영한 대북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특히 남북이 동등한 군사력을 갖춰 안보가 기본이 되는 통일을 이뤄야 한다고 밝혔다.

▲ 북한전략센터 강철환 대표 ⓒ천지일보(뉴스천지)
북한에서 10년 동안 수용소에 수감됐다가 92년 탈북한 강철환 (사)북한전략센터 대표는 “통일 정책에 북한 주민들의 현실을 정확하게 반영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최근 정치권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대북 쌀 지원과 관련 “남한은 쌀만 주면 남북 간의 문제가 해결된다고 보는데, 그보다 북한 주민들에게 필요한 것은 자유와 인권”이라고 말했다.

오랜 사회주의 체재 때문에 자유에 대한 인식이 무뎌지지 않았을까 하는 의구심에 대해서 그는 “자유와 인권은 인간으로서 당연히 누려야 할 인간의 본능”이라고 일축했다.

강 대표는 “북한 주민들의 마음을 얻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면서 “그들이 우리(남한)에 대해서 전혀 모르고 우리 민주주의의 가치를 이해하지 못하면 같이 살 수가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북한에 라디오 공급이나 전단지 살포 등의 활동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강 대표에 따르면 현 체제를 유지하고자 하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정보의 확산’이다. 따라서 ‘대한민국의 가치’가 옳다는 것을 북한 주민들에게 알려 북한 내부의 변화를 이끌어내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한 그는 “남북통일 후엔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원리로 가면 된다”며 “북한을 먹여 살리는 개념이 아니라 북한의 발전을 돕는 ‘윈윈 방식’의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석복 한국문화안보연구원장은 “현재 우리나라는 G2 즉, 미국과 소련에서 미국과 중국으로 넘어가는 분단의 극점에 자리잡고 있다”며 “분단의 고착화가 염려되기 때문에 세계 평화와 민족의 안정을 위해서라도 통일은 빠를수록 좋다”고 말했다.

그는 또 “힘을 기초로 하지 않는 평화는 존재하지 않는다”며 서독의 군사적 우위를 기반으로 성공한 독일의 통일이 이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이는 진보나 보수의 논리를 넘어서는 상당히 상식적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통일연구원의 한 관계자는 “남북 간 대화가 오고가면서 교류 협력하는 분위기가 형성돼야 통일을 이야기할 수 있는데, 지금은 전혀 그런 상황이 아니다”고 전했다. 관계 개선을 위한 대화가 먼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외교 안보의 베테랑’이라고 불리는 민주당 송민순 의원. 그는 지난달 모 언론지와의 인터뷰에서 현 정부의 외교 안보 정책과 남북관계에 대해 “무엇보다 통일이 되지 않는 한, 한국이라는 나라가 나아갈 수 있는 경제적 역량, 국민의 행복, 그리고 국제적 위상은 거의 한계에 도달했다고 본다”면서 “근래 와서 분단이 고착화돼 염려스럽다”고 진단했다.

송 의원은 분단 극복에 대한 비전을 묻는 질문에는 “국민 대협약이 절실하다. 북한 문제에 대한 국내 여론 통합이 어렵지만, 양 극단을 제외한 중도의 생각을 큰 틀에서 정리해 내지 않으면 대북 정책이 계속 오락가락한다”며 정권을 초월한 대북 정책 마련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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