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송범석 기자] 조현오 경찰청장 내정자가 제기한 ‘故 노무현 전 대통령 차명계좌’ 존재 논란이 정국을 뒤흔들고 있다. 지난 19일 검찰이 차명계좌 존재여부를 면밀하게 확인해 보겠다고 밝힌 이후 여야는 첨예한 전선을 형성하며 벌써부터 물밑싸움에 들어갔다.

노 전 대통령의 유족이 조 내정자를 ‘사자(死者)명예훼손’ 혐의로 고소‧고발을 했기 때문에 이 사건을 일반적인 고소사건 처리 절차대로 진행하겠다는 것이 표면상 드러난 검찰의 수사 목적이다. 하지만 사안의 중요성을 감안할 때 간단한 수사로 끝나지 않고 검찰의 칼끝이 정국의 뇌관을 건드릴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쟁점은 결국 조 내정자가 무엇을 근거로 발언한 것인지와 실제로 차명계좌가 존재했는지 여부다. 따라서 검찰은 수개월간 봉인했던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기록, 일명 ‘판도라의 상자’를 다시 개봉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노 전 대통령의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결과를 불러온 사안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해 6월 검찰은 노 전 대통령이 숨지자 사건을 내사종결 처리하면서 “수사에 관한 역사적 진실은 수사기록에 남겨 보존하겠다”고 발표했다. 현재 검찰은 당시 기록을 다시 열어보는 데는 조심스러운 입장이지만 정치권의 요구가 빗발치면 수사기록을 꺼내들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목소리가 많다.

결론적으로 조 내정자가 내놓은 ‘깜짝카드’는 여야를 초긴장 상태로 몰고 갔다. 여야 중 이번 사안과 관련해 보다 민감한 쪽은 야당 측이다. 노 전 대통령의 명예실추는 곧 민주당의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국민참여당 등 군소 야당도 판도라 상자 개봉에 따른 불안감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이와 같은 기류를 반영하듯 19일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인 박지원 원내대표는 “사실을 호도하기 위해 서거한 노 전 대통령의 명예를 추락시키는 것은 절대 용납하지 않겠다”며 의혹으로 인한 후폭풍을 차단하기 위해 적극 나서고 있다.

반면 한나라당은 ‘특검도입’을 외치며 야당을 옥죄고 있다. 이런 한나라당의 태도에는 특검 제의로 ‘시계제로’ 상태인 조 내정자 문제를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가 깔려있다.

같은 날 한나라당 홍준표 최고위원은 “노 전 대통령의 차명계좌 존부 문제는 역사적 진실에 관한 문제”라면서 “특검을 해서 검찰수사 기록 전부를 압수해오면 2~3일 내에 차명계좌가 있었는지 밝혀질 것”이라고 자신했다.

한편 검찰은 조만간 노무현재단 측 관계자 및 조 내정자를 불러 조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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