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이 OECD 국가 중 가장 출산율이 낮은 저출산국이 되면서, 국가적 차원의 다자녀 지원책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내년부터 2명 이상 자녀를 둔 가구에 대한 소득공제도 2배로 늘어날 전망이다.

이런저런 저출산 대책을 보면 아이만 낳으면, 나라에서 길러 줄 것 같지만 실상은 다르다. 대부분의 지원이 저소득층에 국한되어 있다 보니, 월 소득 300만 원 내외인 일반 봉급생활자들은 다자녀 혜택에서 제외된다.

통계청 산하 통계 개발원은 최근 7년간(2003~09년) 배우자가 있는 35~44세 여성을 대상으로 출산 여부를 분석한 결과를 지난 23일 발표했다. 그 결과 2009년부터는 중산층보다 저소득층이 아이를 더 많이 낳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런 결과에 통계청 관계자는 “예상외로 연봉 4000만 원 안팎의 전형적인 중산층이 출산을 꺼리고 있어 충격적이었다”는 반응을 나타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그간 저출산정책 대상을 저소득층에 집중한 영향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결과만 봐서는 ‘잘사는 사람들이 아이도 더 많이 낳는다’는 상식이 무너진 것처럼 보인다. 겉으로 봐선 중산층이 적게 낳아 잘 기르자는 쪽으로 분위기가 바뀐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육아지원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중산층의 어려움이 있다.

월 소득 300만 원, 연간소득 4000만 원 이상은 중산층이라는 이유로 수많은 국가 지원에서 제외된다. 저 소득층을 위한 서민대출 햇살론에서도, 내집 마련을 위한 각종 주택지원금과 저출산 지원 대상에서도 봉급자가 대부분인 중산층은 혜택에서 제외되다보니 실질가계부담은 중산층이나 저소득층이나 별반 차이가 없는 상황이다.

오히려 연간 4000만 원 내외 봉급자들의 실제 가계수입은 저소득층보다 못한 경우도 다반사다. 각종 세금은 꼬박꼬박 받아가면서, 혜택에서는 중산층이라는 이유로 제외하는 것은 부당해 보인다. 저출산 문제를 비롯해 중산층과 결부된 각종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중산층의 범위를 좀 더 세분화해, 이름뿐인 중산층에 대한 혜택을 과감하게 늘려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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