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연 한국트리즈 경영아카데미 원장

한일병합 100주년에 맞는 2010년 광복절을 맞이하여 모 사단법인의 주최로 ‘제65주년 광복절기념 나라사랑 국민행사’가 서울올림픽공원 평화의 광장에서 열렸다. 이번 광복절 행사에서 주최 측은 한국기록원 기네스북에 등재된 가로 60미터, 세로 40미터 크기의 초대형 손도장 태극기를 하늘에 띄웠다.

“내 나라를 위해, 바칠 목숨이 한 개 밖에 없다는 게 유일한 슬픔입니다”라고 한 유관순 열사의 한맺힌 목소리를 기리며 많은 사람들은 “대한민국 만세”를 외치고 8.15당시의 감동을 상기하였다. 어느 6.25 참전용사는 “나라의 독립도 중요하지만 물질만능시대에 접어들어 정신이 발전하고 물질만능을 넘어 참사랑을 실천하는 제2의 정신독립 운동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이러한 광복절을 맞아 전국적으로 태극기 달기 운동이 벌어졌지만 정작 국정을 맡을 새 장관 내정자들은 수도권에 주소지를 둔 9명 중 8명은 국기를 게양하지 않아 빈축을 사고 있다는 신문 보도가 있었다. 일반 국민보다는 더 모범적이어야 할 소위 지도층 인사들이 광복절에 아주 기본적인 국민적 의무인 태극기 달기 실천을 하지 못한 건 어이없는 일이다.

이에 대하여 어느 대학생은 “물론 이들 상당수가 위장전입, 탈세 등으로 매우 바쁘게 살아왔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다”고 비꼬았다. 영혼이 없는 성장이 빚은 참상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이는 애국심도, 윤리의식도 없이 탈법하며 정치적으로 비비고 남을 딛고 올라서서라도 이기기만 하면 되는 것이라는 무개념이 팽배한 우리 사회의 일면을 보여 주는 것이다. 애당초 철학도, 윤리도 없으면 생각이 있을 리 없고 생각이 없으면 태극기가 보이지 않을 것이다.

생각이 없으면 보이는 것도 없는 것은 당연하다. 어떻게 1/9도 아닌 8/9이 문제투성인가? 태극기를 보지 못하여 애국심이 없는 게 아니라 애국심이 없어서 태극기가 안 보이는 것이다. 이를 “Out of mind, out of sight!”라고 표현해야 할 것 같다. 애국심이 있어야 태극기가 보임은 당연하다.

우리 동네 수지 성복동에 있는 조그만 화랑 <아트센터 순수>는 주민들의 문화 사랑방 역할을 몇 년째 하고 있다. 매년 어버이날을 맞이하여 75세 이상의 동네 어르신들의 미술 작품 전시를 하기도 하고 무명작가 및 동네 어린이들 전시도 하며 밤 늦게까지 문을 열어 놓아 상가 식당에 방문한 사람들이 저녁식사 후에 편하게 들르곤 한다.

그런데 재미있는 사실은 많은 사람들이 윈도우에 전시된 여러 점의 미술작품에 눈길 한 번 안 주고 앞만 보고 가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만약 미술에 관심이 있으면 조명이 있는 벽면을 쳐다보기라도 할 텐데 관심이 없으니 식사하고 떠들며 지나가기 바쁘다.

이 두 가지 사례를 보면서 떠오르는 것은 자기계발, 경영혁신 교육에서 대다수의 강사가 자주 쓰는 표현 중의 하나인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다. 창의적 발명 기법인 트리즈(TRIZ)에서 지식을 강조하고 원리를 강조하는 것도 다 이런 이유이다.

흔히 창조성을 얘기할 때 “유(有)에서 유가 나온다”고 한다. 생각이 있으면 실천이 가능하다. 생각은 호기심에서 출발한다. 광복절을 맞이하여 청담동 모 화랑에서 하고 있는 Michael Chung’s Art Show라는 전시회에서는 150호 캔버스 두 개를 전시장에 세워 놓고 방문객이 직접 아크릴 물감을 사용하여 무엇인가를 그리도록 유도한다. 미술에 관심이 없거나 자신이 없거나 적성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하여 미술을 멀리 해 온 사람들의 고정관념을 깨는 일종의 호기심 자극 이벤트다.

나라사랑, 윤리의식, 자신감, 예술적 취향 모두 호기심을 자극함으로써 바람직한 방향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고 본다. 요사이 중고등학생층에서는 호기심을 강조하는 자기주도 학습법이 유행인데 앞에서 언급된 8/9도 이 학습법을 배워야 한다고 제안해본다. 대전 현충원 애국지사 3묘역에 묻혀 계신 항일독립운동가이신 선친의 묘비에 있는 ‘인생은 투지로’가 새삼 떠오르는 오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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