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김지윤 기자] 조선 말 일제 강제병합에 맞서 목숨으로 항거한 황현과 이만도가 쓴 문집이 최초로 번역됐다.

한일강제병합 100주년을 맞아 한국고전번역원(원장 박석무)는 황현의 <매천집>과 이만도의 <향산집>을 번역·출간했다고 24일 밝혔다.

조선 말기 대표적 시인이자 문장가인 황현은 조국의 주권이 강탈된 현실을 보고 선비로서 부끄러움을 이기지 못해 자결을 택했다. 그는 매천과 더불어 조선 후기 3대 문장가로 손꼽히는 영재 이건창, 창강 김택영과 친분을 갖고 전통과 고전에 높은 식견을 가졌다.

이번에 전 4권으로 출간되는 <매천집>은 그동안 부분적으로 번역된 사례는 있었으나 전체가 번역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책은 당시 생활상이나 황현이 만난 인물들을 상세히 묘사한 시가 담겨 당시 시대상을 엿볼 수 있다.

특히 <매천집>은 당시 일제의 눈을 피해 중국에서 편 것으로 알려져 관심을 모으고 있다. 당시 중국으로 망명했던 창강 김택영이 황현이 죽은 다음 해, 상하이 한묵림서국에서 발간했다. 간행 비용은 창강이 주도해 뜻을 같이했던 사람들의 모금으로 충당된 것으로 알려졌다.

고전번역원은 “이번 완역은 황현의 순국에 대한 의미를 부여하고 심층적 연구가 활발히 이뤄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편 <향산집>의 저자인 이만도는 퇴계 이황의 11대 손으로 조선의 강제병합 소식을 듣고 24일간 단식 끝에 순국한 인물이다. 그는 과거급제 후 벼슬길에 올라 여러 요직을 두루 거쳤고 나라가 기울어가는 시기에 낙향해 책을 읽으며 후학을 가르쳤다.

고전번역원은 “조선 말 선비로 죽음을 통해 의를 실천한 두 인물을 조명해 매천과 향산에 대한 새로운 평가를 받을 수 있는 기회”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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