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용부 밀양백중놀이 예능보유자는 “전통은 언제까지나 우리와 함께할 것”이라며 “연극 속 음악으로, 몸짓으로 전통은 현대와 어우러져 다시 태어날 것”이라고 덧붙였다.ⓒ천지일보(뉴스천지)

“연극 속에도 우리네 전통이 녹아 있습니다”

[천지일보=백은영 기자] 죽음의 세계를 눈물과 웃음으로 승화시키며, 이승과 저승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한 데 어우러져 살아가는 것임을 신명나는 굿판으로 풀어낸 연극 <오구>가 내달 5일까지 호암아트홀에서 관객들을 맞는다.

1989년 서울연극제에서 초연한 이후 지금까지 1200회 넘는 공연을 하며 관객들을 웃기고 울린 연극 <오구>. 6년 만에 서울 무대에 오른 <오구>에는 강부자, 오달수, 남미정을 비롯한 쟁쟁한 배우들이 구성지게 한 판 굿을 벌인다.

특히 박수무당 석출 역을 맡은 대한민국 최고의 춤꾼 하용부 중요무형문화재 68호 밀양백중놀이 예능보유자의 춤사위는 관객들을 무아지경에 빠지게 하기에 충분하다.

연극으로 한창 바쁠 시기 기자와 만난 하용부 선생은 “죽음이 슬픔으로만 끝나는 게 아니다”며 “죽는 것조차도 산 사람들의 잔치다. 일상으로 받아들이면 죽음과 삶은 항상 공존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연극 <오구>가 주는 의미에 대해 정의했다.

이어 “굿을 하고 노모가 세상을 떠난 뒤 우울할 것 같은 초상집 분위기도 재산 다툼하는 자식들과 화투판을 벌이는 문상객 등 일상적인 모습이 담겨 있다”며 “굿을 매개로 한 전통적인 분위기를 현 시대에 맞게 재탄생시킨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 하용부 선생은 20여 년 전 극작가 겸 연출가 이윤택 씨를 만나 연극에 발을 들이게 됐다.ⓒ천지일보(뉴스천지)

하 선생은 자신을 “4대째 춤추는 집안”이라고 표현했다. 태어나고 자라면서 자연스럽게 몸에 밴 춤이기에 춤을 언제 시작했냐는 질문엔 답할 수 없다는 그는 전통 춤사위를 선보이는 예인에서 전통을 현대인들이 이해할 수 있는 몸짓으로 재탄생시키는 연극인의 모습으로 무대에 선다.

20여 년 전 극작가 겸 연출가 이윤택 씨를 만나 연극에 발을 들이게 됐다는 하 선생은 “연극의 몸짓과 언어, 음악에서도 우리의 것을 찾을 수 있다”며 “전통소재를 현대화시킨 것이 아니라 전통을 재구성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전통은 언제까지나 우리와 함께할 것”이라며 “연극 속 음악으로, 몸짓으로 전통은 현대와 어우러져 다시 태어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시간이 흐르면서 그 시대에 맞게 춤사위가 바뀌고, 몸짓이 변하겠지만 그 안에 들어있는 얼과 정신, 신명과 흥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하는 이 시대의 춤꾼이자 예인 하용부 선생. 밀양백중놀이 예능보유자, 연희단 거리패 배우, 밀양 연극촌 촌장 등 자연스러움에 몸을 맡기며 사는 그에게 붙은 수식어도 참 다양하다.

연극을 통해 외려 배우는 게 많다는 그가 무대 위에서 한바탕 거하게 펼치는 굿판, 그 안에 담긴 신명의 소리가 문득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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