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 (출처: 게티이미뱅크) ⓒ천지일보(뉴스천지)
현금. (출처: 게티이미뱅크) ⓒ천지일보(뉴스천지)

“학생의 돈을 사적으로 사용” 의혹 제기

총학 “잘못도 있지만 억측도 있다” 반박

[천지일보=김빛이나·이민환 기자] 한양대학교 일반대학원 총학생회 임원들이 대학원생들로부터 걷은 원우회비를 노래방비와 음주비, 식사비 등으로 사용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임원들은 개인당 한 학기에 400~650만원의 ‘공로 장학금’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이 같은 의혹의 대상이 돼 논란이 예상된다.

익명을 요구한 한양대 대학원생 A씨는 지난 29일 천지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총학생회의 2월 회계자료를 보니 원우회비 사용금액 중 상당수가 ‘회의비’ 명목으로 술을 마시고 밥을 먹는데 쓰였다”며 “이것이 총학생회 홈페이지를 통해 버젓이 공개돼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회의비 부정사용에 대한 게시글을 올린 지) 2주가 지난 지금에도 총학은 성명문이나 사과에 대한 이야기는 없이 태연하게 회의록과 학칙 개정안, 통장 사본을 학교 홈페이지에 게시했다”고 말했다.

◆노래방비로 쓰고 뒤늦게 ‘환급 처리’… 통장 내역 누락도

통장 사본이 올라왔다는 A씨의 주장대로 한양대 일반대학원 총학생회 홈페이지 자료실에는 ‘제28대 총학생회 재정’이라는 문패가 달린 2월, 3월, 4월의 재정 결산 자료가 각각의 게시물로 올라와 일반에도 공개돼 있었다.

재정 결산 자료에는 원우회비가 사용된 내역과 통장 내역, 이를 증명하는 통장 사본이 첨부파일로 올라와 있었다.

특히 2월과 4월의 재정 결산 자료에서는 ‘당초 목적과 다른 목적으로 사용된 내역’이 발견됐다. 사용처는 각각 ‘000노래방’ ‘00화원’이었다.

한양대학교 일반대학원 총학생회 홈페이지에 올려진 ‘2018년-2월-재정결산-자료’. ‘자체 감사 결과, 당초 목적과 다른 목적으로 사용된 내역’에 ‘000노래방’이라고 적혀있다. (출처: 한양대학교 일반대학원 총학생회 홈페이지 자료)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5.30
한양대학교 일반대학원 총학생회 홈페이지에 올려진 ‘2018년-2월-재정결산-자료’. ‘자체 감사 결과, 당초 목적과 다른 목적으로 사용된 내역’에 ‘000노래방’이라고 적혀있다. (출처: 한양대학교 일반대학원 총학생회 홈페이지 자료)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5.30

‘회의를 위해 사용됐으나 자체 감사 과정에서 장소의 부적절함을 지적받아 다시 재 환급 처리했다’는 내역도 있었다. 해당 내역에는 술집으로 알려진 상가명이 기재됐다.

이 같이 총학생회가 자체 감사를 통해 ‘환급 처리’하겠다고 밝힌 금액은 2월에 26만 6000원이었고 3월에는 45만 2300원, 4월엔 23만 7500원이었다. 환급 처리가 됐다고 하더라도 결과적으로는 원우회비를 술집 등에서 사용하는 일이 2월부터 4월까지 매월 발생했던 셈이다.

통장 사본은 사용 내역이 누락된 경우도 있었다. 총학생회가 올린 ‘2018년-3월-재정결산-자료’에서 환급 처리 목록에는 지난 3월 27일 한 장소에서 11만 3800원을 사용한 내역이 있었으나 공개된 통장 사본에서는 이를 확인할 수 없었다.

공개된 통장 사본에서 확인할 수 있는 3월 지출 내역은 3월 5일부터 3월 31일까지였으나 이 기간 중 24일부터 28일까지의 기록은 누락돼 있었다. 게다가 3월 21일부터 4월 4일까지의 통장 사본은 겹치게 찍혀있어 정확한 확인이 어렵게 돼 있었다.

한양대학교 일반대학원 총학생회 홈페이지에 올려진 ‘2018년-3월-재정결산-자료’. 지난 3월 27일 한 장소에서 11만 3800원을 사용한 내역이 보인다. (출처: 한양대학교 일반대학원 총학생회 홈페이지 자료)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5.30
한양대학교 일반대학원 총학생회 홈페이지에 올려진 ‘2018년-3월-재정결산-자료’. 지난 3월 27일 한 장소에서 11만 3800원을 사용한 내역이 보인다. (출처: 한양대학교 일반대학원 총학생회 홈페이지 자료)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5.30
한양대학교 일반대학원 총학생회 홈페이지에 올려진 ‘3월 통장 사본’. 3월 21일부터 4월 4일까지의 통장 사본은 겹치게 찍혀있어 정확한 확인이 어렵게 돼 있다. (출처: 한양대학교 일반대학원 총학생회 홈페이지 자료)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5.30
한양대학교 일반대학원 총학생회 홈페이지에 올려진 ‘3월 통장 사본’. 3월 21일부터 4월 4일까지의 통장 사본은 겹치게 찍혀있어 정확한 확인이 어렵게 돼 있다. (출처: 한양대학교 일반대학원 총학생회 홈페이지 자료)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5.30

◆“회비 사용을 위해 학칙 개정했다” 주장도 나와

A씨는 총학생회의 원우회비 사용에 대한 지적뿐 아니라 학칙 개정도 문제 삼았다.

그는 “대학교에서 회의비를 이용한 식대, 유흥(음주)비 사용은 금지돼 있는 곳이 대부분”이라며 “하지만 총학에서 개정해 만든 학칙 항목 32조에는 정기회의 비용을 회의당 1인 1만원으로 산정하는 항목이 추가됐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한양대 교내 언론 ‘한대신문’은 ‘또다시 논란이 불거진 대학원 학생회비 문제’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학생회칙 제32조(집행 세칙)에 따르면, 총학생회장의 책임 하에 자율적으로 사업 예산의 지출이 승인된다”면서도 “하지만 원우들은 노래방과 술집 등 회의와 전혀 무관한 곳에서 학생회비를 지출했다는 것이 이해가 안 간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또 “회칙은 2월에 개정됐음에도 불구하고 곧바로 공포가 이뤄지지 않았고, 논란 후 홈페이지에 수정돼 게시됐기 때문에 원우들의 혼란을 키웠다”고 했다.

◆“총학생회 임원들, 400~650만원 ‘공로 장학금’ 수혜자”

A씨의 주장에 따르면 총학생회 임원들은 개인당 한 학기에 400~650만원의 ‘공로 장학금’을 받는다.

A씨는 “이 돈(장학금)은 단순히 대학원 원우들에게만 나오는 돈이 아니고 누군가의 등록금으로부터 나온 것”이라며 “(이러한 장학금이) 술을 마시고 음식을 먹는 데 회비를 사용하는 사람들에게 쓰이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어 그는 “현 총학이 학우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것은 ‘진정성 있는 사과’와 그에 맞는 책임과 행동”이라면서 “마지막 양심이 있다면 현 총학 집행부에서 학생의 돈을 사적으로 사용한 자들은 모든 금액을 변제하고, 학생을 위한다는 이름으로 받은 ‘공로 장학금’도 반드시 반납하고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총학생회 측 “잘못 인정하지만 ‘억측’도 있어”

이에 대해 총학생회 측은 잘못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부분도 있지만 ‘억측’도 있다고 반박했다.

한양대 일반대학원 총학생회 회장은 30일 천지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저희가 잘못한 부분도 있고 이해되는 부분도 있지만 억측도 있다”며 “잘못 지출된 비용에 대해선 환급을 했고 행정팀에 관련된 서류 제출도 완료했다. 학칙도 동의서를 받아서 진행했던 부분이고 회의록과 함께 모두 홈페이지에 게시했다”고 말했다.

2월부터 4월까지 매달 ‘환급 처리’가 발생한 것에 대해선 “저희가 생각했을 때는 회의를 하는데 (회비를) 사용했다”면서 “하지만 나중에 생각해보니 장소가 적절하지 않았다는 논쟁이 있을 수 있어 자체적으로 (환급을) 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전까지는 장소적인 부분을 고려하지 않았으나 이제는 한정선을 두려고 한다”며 “저희도 실수를 인정하고 운영이 미숙했던 부분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정해 놓은 절차 없이 통장 체크카드로 쉽게 회비를 사용하고 있다는 지적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물음에는 “지적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회비 사용에 대한 절차를 확실하게 하려고 (체크카드) 사용을 제한하고 있다”며 “그 동안 줄곧 회의에서 써왔던 부분이라 크게 인지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노래방비 등에 회비가 사용된 것과 관련해 공식적인 사과를 발표할 생각은 없냐는 질문에는 “입장이 정리되면 밝히겠다”며 “먼저는 외부에 의뢰해 회계감사를 받고자 노력하고 있다. 정확하게 정리가 되면 다른 학생들도 이해하기가 쉬울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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