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16일 인도에서 벌어진 성범죄 규탄 시위에서 한 여성이 촛불을 들고 있다. (출처: 뉴시스)
지난 4월 16일 인도에서 벌어진 성범죄 규탄 시위에서 한 여성이 촛불을 들고 있다. (출처: 뉴시스)

서유럽 10번째로 대열 합류

언어적·몸짓 명백한 동의 있어야

[천지일보=이솜 기자] 스웨덴이 명확한 동의가 없는 성관계는 강간죄로 처벌한다는 법을 만들었다.

뉴욕타임스(NYT), 연합뉴스에 따르면 스웨덴 의회는 23일(현지시간) 성행위 전 상대방으로부터 언어적 또는 몸짓으로 명백한 동의를 얻어야 강간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담은 법안을 통과시켰다.

스웨덴은 아이슬란드, 잉글랜드, 아일랜드, 웨일스, 스코틀랜드, 북아일랜드, 키프로스, 벨기에, 독일에 이어 서유럽 국가 중 열 번째로 이러한 대열에 합류했다. 해당 법안은 오는 7월부터 발효된다.

기존 법에 따르면 검사가 강간죄 적용을 위해서 폭력 또는 폭력을 가하겠다는 위협, 강간을 성립시키기 어려운 상황에서 강요당했다는 것 등을 입증해야 했다.

그러나 새 법안에서는 피해자가 뚜렷한 동의가 없었다는 점만 입증하면 된다.

모르간 요한손 스웨덴 법무장관은 “법안은 현대적 관계에 기반을 둔 현대적 입법”이라고 설명했다.

요한손 장관은 “타박상 등 육체적으로 저항했다는 분명한 증거가 있어야 한다는 조항도 삭제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오로지 적극적인 의사만 (성관계에) 동의하는 표시로 보는 것이 자연스럽다 생각한다”며 “수동적인 자세를 동의하는 것으로 간주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한쪽의 동의 없는 성행위가 확실할 때 적용하는 이른바 ‘과실 강간’ ‘과실 성폭행’ 등의 죄목도 만들어졌다.

스웨덴 정부는 법 개정으로 성범죄자들을 더욱 많이 단죄하고 범죄 피해자들의 신고도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했다.

한편으로는 새로운 법 시행에 대한 비판도 나오고 있다. 스웨덴변호사협회측은 “관련 범죄에 대한 유죄 선고가 많아지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검사는 범죄가 성립한 것을 입증해야 하고, 당사자들은 본인들의 의사를 입증해야 하기 때문에 증거에 대한 부담이 줄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스웨덴에서 관련 법안 제정을 위해 수년간 힘써온 단체인 ‘파타’의 엘린 선딘 국장은 새 법이 성(sex)에 대한 사람들의 태도를 바꿀 것이라고 기대했다. 다만 경찰, 학교, 직장 등에서 관련 법에 대한 충분한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선딘 국장은 “남자들은 확실하지 않으면 물어보거나, 그곳에 가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며 “스웨덴 속담에는 ‘만약 그녀가 조용히 누워있다면, 의사가 없는 것이다’라는 말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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