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재무장관이 2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헤리티지 재단에서 이란 문제와 관련해 연설하고 있다. 같은 날 이란 테헤란에서 대학 교수 단체와의 회담 중 발언하고 있는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 (출처: 뉴시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재무장관이 2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헤리티지 재단에서 이란 문제와 관련해 연설하고 있다. 같은 날 이란 테헤란에서 대학 교수 단체와의 회담 중 발언하고 있는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 (출처: 뉴시스)

우라늄 농축중단 등 12개 조건

“안 받아들이면 금융 최대 제재”

이란 “하나도 수용 못 해” 거부

[천지일보=이솜 기자] 미국의 이란 핵 합의 탈퇴를 둘러싼 갈등이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다.

미국이 우라늄 농축중단 등 12개 요구사항을 담은 새로운 합의를 체결하자고 요구하자, 이란이 정면 반발하고 유럽연합(EU)도 이란을 거들면서 양측이 정면으로 충돌하는 모양새다.

미국은 21일(현지시간) 이란에 우라늄 농축중단 등 12개 요구사항을 담은 새로운 합의를 체결하자고 요구했다. 기존의 핵합의 조건보다 한 층 수위가 높은 내용을 포함했다. 

미국은 만약 이란이 새로운 합의를 수용한다면 기존 제재 해제 뿐 아니라 외교·경제적 관계를 복원하고 현대화를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만약 거부한다면 이란이 협상에 나설 때까지 역대 최고로 강력한 제재를 가하겠다고 압박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부 장관은 이날 싱크탱크 헤리티지 재단에서 ‘이란 핵 합의 탈퇴 이후 전략’을 주제로 한 연설에서 이같이 밝혔다고 연합뉴스가 전했다.

폼페이오 장관이 발표한 새로운 핵 합의 조건은 사실상 이란의 손발을 끊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이란에 백기 투항을 요구한 셈이다.

그는 새로운 핵 합의에는 우라늄 농축중단, 플루토늄 사전처리 금지, 모든 핵시설 완전 접근 허용, 기존 핵무기 제조활동 신고, 탄도미사일 개발 금지 등이 반영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기에 시리아 철군, 중동 내 미국의 우방인 이스라엘 위협 중단, 예멘·레바논 반군 지원 중단도 요구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새로운) 접근 방식에서는 이란이 핵무기를 보유할 가능성이 없다”며 “이란을 다시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해 전례 없는 금융 압박을 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금융 압박에 대해 ‘역사상 가장 강력한 제재’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반면 폼페이오 장관은 이란이 이 같은 조건을 만족한 합의에 응한다면 경제적 번영을 이루도록 돕겠다고 밝혔다. 그는 모든 대이란 제재를 해제하고 외교적·상업적 유대 관계를 회복하는 것과 더불어 이란의 현대화를 지지할 의사가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란은 미국의 새 핵합의 제안을 단박에 거부했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폼페이오 장관의 언급 직후 “이란과 전 세계를 좌지우지하려는 당신(폼페이오)은 도대체 어떤 자인가”라면서 “(12가지 조건을) 하나도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연설을 통해 밝혔다.

로하니 대통령은 또 “각국은 독립적인 만큼, 지금 세계는 미국이 세계를 위해 결정하는 것을 수용하지 않는다”면서 “그런 시대는 이제 끝났다”고 주장했다.

그간 이란이 고수했던 입장을 볼 때 12가지 조건 모두 이란의 주권과 자결권을 침해할 뿐 아니라 협상 테이블에 올릴 수 있는 안건조차 되지 않는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의 제재를 근 40년간 받으면서 경제를 거의 자력으로 지탱해 온 이란에 경제적 지원은 협상 성사 가능성을 높이는 당근이 아니라 차라리 모욕에 가깝다.

미국도 이를 모를 리 없으나 이런 실현 불가능한 조건을 공개적으로 내걸어 이란과 정면충돌을 택한 것이다.

기존의 이란 핵합의 유지를 주장해온 EU도 미국의 새로운 조건을 사실상 거부했다. 페데리카 모게리니 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이날 성명에서 “폼페이오 장관의 연설은 이란 핵 합의 탈퇴가 해당 지역을 어떻게 핵확산으로부터 더 안전하게 만들지, 또는 이란 핵 합의가 미치는 범위 밖에서 우리가 얼마나 더 유리한 위치에서 이란의 행실에 영향을 줄 수 있을지를 설명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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