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5년 8월 15일, 지금으로부터 65년 전 이 날은 2차 세계대전에서 일본이 미국을 비롯한 연합군에게 항복함으로 한반도는 36년 아니 그보다 더 긴 세월의 일제 강점기에서 해방된 바로 그 날이다. 그 날을 우리는 ‘광복절’이라 하여 해마다 기념하고 있다.

해마다 찾아오는 광복절을 ‘광복절 기념식’이라는 요식행위로 끝내고 말 것인가. 특히 65주년을 맞는 금년은 한일강제병합 100년을 맞는 해로 안중근 의사 서거 100주년과 맞물려 안중근 유골봉환사업이 진행되고 있으며, 혜문스님이 주관하고 있는 ‘문화재 제자리 찾기 운동’ 등 헤아릴 수 없는 많은 역사 문화 사업이 병행되고 있다.

기념도 해야 하고, 잃어버린 것이 있다면 찾아야 하는 것도 맞다. 하지만 우리는 ‘광복(光復)’의 본질적 의미를 깨달아 기념해야 하고, 더 나아가 오늘의 우리가 그 광복의 실질적 주체가 돼야 한다는 사실도 알아야 한다.

‘광복(光復)’이란 문자가 말하듯, 광복은 ‘빛을 되찾음’이란 의미며, 그 빛을 되찾는 것이 바로 잃었던 나라를 되찾는 것이란 아주 중요한 사실을 깨닫게 하고 있다.

광화문(光化門), ‘왕의 큰 덕(德)이 온 나라를 비춘다’는 의미를 가진 경복궁 남문의 현판이 경술국치 100년을 맞고, 광복 65주년을 맞는 지금 다시 내걸렸다. 이 현판의 진정한 의미 또한 빛의 온전하고 완전한 회복을 통해 온 세상을 변화시키고 소성시키는 덕(德)의 문이 되라는 의미가 아니겠는가.

그만큼 진정한 광복의 의미와 광복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주문하고 싶은 것이다. 그러한 바탕위에서 생각해 볼 것은, 그 빛을 되찾아야 한다는 것은 그 이전엔 분명 빛이 있었기에 되찾는 일도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무슨 이유에서인지 그토록 밝던 빛이 사라진 것이다. 그래서 그 잃어버린 빛을 되찾아야 했던 것이다. 그래서인지 인도의 성인 타골은 100년 전 다시 켜질 빛을 미리 잘 말해 준 것 같다. “그 등불 다시 켜지는 날엔 동방의 밝은 빛이 되리라”라고 말이다.

여기서 좀 더 자세히 들어가 볼 것 같으면 일제가 우리를 억누르고 빼앗은 것이 뭘까. 단순히 나라를 강제 병합해 속국으로 만드는 것이 목적이었을까.

우리 속담엔 ‘귀신 같이 안다’는 말이 있다. 우리는 우리 자신들을 자책하고 폄하하며 몰랐으나 그들은 알았다. 일제가 그토록 탐내고 없애고 빼앗고자 몸부림 쳤던 것은 눈에 보이는 것이 아니었다. 바로 정신이요 얼이었다. 찬란히 빛나고 빛났던 우리 선조들의 역사와 문화, 그 속에 깃든 영원무궁한 정신이자 얼을 머금고 있는 민족임을 알았던 것이다.

자손대대로 이어져 내려갈 한민족의 정기를 끊어 버리겠다고 주요 산의 맥마다 쇠말뚝을 박은 것이 그 증거다. 또 역사적 유물 유적을 비롯한 문화재의 본질을 부분훼손 내지 다른 모양으로 바꿔놓은 것이 그 증거다. 민족의 뿌리를 가늠할 수 있는 고문서들은 불태워버리거나 빼앗아 간 것이 그 증거다. 즉, 문화말살이요 정신말살이었다.

심각한 것은 조선총독부의 만행 즉, 문화말살정책의 전면엔 늘 우리의 지식인들이 앞장섰고, 총 칼 앞에 소위 식자들은 민족의 혼을 팔아 자신들의 부귀영화와 맞바꾸곤 했다. 즉 왜곡의 역사에 주역이 되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 왜곡의 역사는 지금 이 시간까지 학계는 물론 모든 계층에 기준이 되어 교육되고 있다.

그 결과 우리의 생각과 의식 그리고 가치관은 무너져 내린 것이다. 그리고 진실과 진리가 움틀 때마다 위서와 위증이란 명목으로 짓밟아 왔다. 바로 이것이 빛과 어두움의 실체다.

이제 찬란히 떠오르는 참 빛으로, 또 빛과 빛의 만남으로 그동안 우리를 슬프게 했고 아프게 했던 온갖 어두움을 물리치자. 그리고 참된 빛의 회복의 그날을 다같이 만들어 가자.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