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시 북부면에 있는 위양못에 완재정과 이팝꽃이 수면에 비친 모습.ⓒ천지일보(뉴스천지) 2018.5.8
밀양시 북부면에 있는 위양못에 완재정과 이팝꽃이 수면에 비친 모습.ⓒ천지일보(뉴스천지) 2018.5.8

[천지일보 밀양=이선미 기자] 쌀밥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 이팝, 매력 있다. 나무 전체가 하얀 꽃으로 뒤덮여 화사한 봄기운을 느끼게 하는 위양못. 주위에는 엉겅퀴가 꽃을 피워 보랏빛으로 물들였다.

5월, 도롯가에는 녹음이 우거져 눈을 시원하게 한다. 차창 문을 열면 청정한 바람이 한 아름 가슴 안으로 들어온다. 경상남도 밀양시 북부면 위양리. 봄비가 내릴 때 걸으면 더욱 아름답다는 이곳에는 줄을 이은 차들로 복잡하다.

신라와 고려 시대 이래 농사를 위해 만들어졌던 둑과 저수지. 위양이란 양민을 위한다는 뜻으로 임금이 백성을 위해 쌓은 저수지 주변에 소나무, 이팝나무, 팽나무, 느티나무 등을 심었다고 전해진다. 이곳은 지난해 제16회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우수상을 받았다. 현재 못은 임진왜란 이후 1634년 밀주 부사 이유달이 다시 쌓은 것이라는 기록이 있다.

안동 권씨가 세운 완재정. 현재까지도 안동 권씨 집안에서 관리하고 있다. 위양못은 경상남도 문화재자료 제167호. 조선 후기 근대 기록을 보면, 못 규모는 점차로 축소됐으나 저수지라는 경제성과 연못이라는 경승지의 성격을 갖고 있었던 곳이었다.

완재정 반대편에서 연못에 비친 아름다움에  감탄하는 사람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5.8
완재정 반대편에서 연못에 비친 아름다움에 감탄하는 사람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5.8

위양 못 입구에는 50대 부부가 천사 날개를 배경으로 여러 장의 사진을 남기며 웃음꽃을 피웠다. 그 옆 완재정으로 들어가는 타원형 돌 구름다리를 지날 때 살짝 걸친 쌀밥 꽃이 어깨를 간지럽힌다. 중앙에는 기지개를 켠 나무에 이팝꽃이 활짝 피었다. 꽃향기는 거의 없다. 다리를 지나는 길목에 긴 벤치 두 개가 놓였다. 중년여성들은 옆에 사람이 지나가는 줄도 모르고 큰 소리로 수다를 떤다. 즐거운 모양이다.

완재정을 눈앞에 두고 왼쪽에 직선형 돌 구름다리가 있다. 그 끝은 주택이다. 사진을 찍던 어르신이 “아 여기 사람이 사는 모양이네. 시끄럽게 하면 안 되겠다”며 주위 사람들에게 “조용히 하라”고 한마디 한다.

완재정은 못 가운데 혼자 서 있다. 주위에는 기와를 올린 돌담이 둘려 있고 쌀밥 꽃은 담을 넘어 고개를 내밀고 있다. 작은 마당 중간에는 연못을 바라볼 수 있도록 귀여운 사립문을 냈다. 마루에서 앉자니 가지를 넓게 펼친 나무에 흰 이팝꽃이 빼곡하다. 따가운 햇볕에 양산을 쓴 중년 부인이 '이팝'을 배경으로 셀카를 찍으며 완재정을 나와 산책길로 향한다. 뒤를 따라 함께 걸어본다.

산책하던 중 걷다가 다리가 아프면 정자에서 잠시 쉬기도 한다. 산책로 옆 오래된 나무는 못에 빠질 듯 누워 있어 서커스를 하는 듯하다. 나무 사이 벤치에 앉은 부녀는 조용히 책을 읽는다. 주위에 사진작가들은 뭔가에 열중하고 있다.

어느 5월의 위양못.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5.8
어느 5월의 위양못.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5.8

이들은 이팝꽃과 완재정이 연못에 비친 모습을 카메라 렌즈에 담고 또 담는다. 반전 매력이다. 꽃과 주변에 있는 화악산·운주암·퇴로못이 수면에 비친 모습은 정말 아름답다. 여기 저기서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그럴때마다 사진을 찍던 작가는 조용히 하라는 듯, 무언의 눈치를 주며 다시 렌즈에 집중한다. 눈치 없는 커다란 베스와 블루길 물고기는 수면으로 떠 올라 첨벙 소리를 내며 물보라를 그린다.

5월에 만난 위양못 이팝나무 숲은 하얀 꽃으로 뒤덮여 경관을 이룬다. 특히 작은 나무들로 어우러진 숲의 경관은 아름답다는 감탄사가 저절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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