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수 한체대 초빙교수

지난 달 초 미국 나들이 때 미국의 독립기념일(7월 4일) 밤에 LA에서 ‘우정의 종’이 설치된 앤젤스 케이트 파크 언덕을 찾았다. LA 코리아타운에서 남쪽 방향으로 26마일쯤 떨어진 이곳은 넒은 잔디밭으로 둘러싸인 높은 지대에 위치해 태평양에서 롱비치항으로 들어오는 모든 선박이 한눈에 내려다 보여서 관광 명소로 유명하다.

이날 밤 미국 독립기념일만의 장관인 화려한 불꽃놀이 행사를 보기 위해 많은 LA시민들이 이곳을 찾아 주차장 곳곳이 차량들로 꽉 메워졌으며 주변 교통이 심하게 정체됐다.

이처럼 LA 시민들의 사랑을 받는 전망좋은 지역에 위치한 ‘우정의 종’은 1976년 10월 3일 대한민국정부가 미국독립 200주년을 기념하여 한국전쟁에 참전한 군인들을 기리기 위해 신라 성덕대왕 신종 일명 ‘에밀레종’의 복제품을 제작, 기증한 것으로 LA시 공원국에서 관리하고 한국 LA문화원에서 관리를 돕고 있다. ‘우정의 종’은 한국과 미국의 깊은 동맹관계를 상징한다.

이런 LA에서 지난 주 두 코리안 스포츠 영웅의 행사가 잇달아 열려 국내 언론의 주목을 끌었다. 5일 미국 한인 올림픽 영웅 세미 리 박사를 기리기 위한 ‘세미 리의 날‘ 선포식이 LA 한인타운 다울정에서 열렸다. LA시는 이 일대를 ‘세미 리 박사 광장’으로 명명했다.

90세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건강함을 유지하고 있는 세미 리 박사는 많은 한인들과 미국 올림픽 관계자들로부터 축하를 받았다. 세미 리 박사는 한인으로서 미국대표선수로 1948년 런던올림픽과 1952년 헬싱키올림픽에 출전, 다이빙 부분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미국 올림픽 영웅이었으며 1988년 서울올림픽 때는 다이빙 2관왕을 차지한 그렉 루가니스의 개인 전담 코치로 고국을 방문하기도 했다.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피겨스케이트 요정 김연아는 7일 열린 미주동포후원재단 선정 ‘자랑스러운 한국인의 상’ 시상식에 참석했는데 LA시는 이날을 ‘김연아의 날’로 제정했다.

김연아는 LA시장과 함께  ‘김연아의 날’ 결의안에 서명하며 자신의 사인이 담긴 스케이트를 LA시에 기증했으며 이 스케이트는 LA 시청에 영구 보관된다. 김연아는 올해 초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올림픽 신기록을 세우며 우승을 차지해 세계적인 선수로 주목을 받은 뒤 미국에서도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90세와 20세로 큰 나이차를 보인 두 코리아 스포츠 영웅의 위업을 기리는 행사가 잇달아 LA지역에서 열린 것은 미국인들도 그들을 인정할만한 가치가 충분히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스포츠 이벤트에서 가슴 벅찬 감동을 준 스포츠 스타는 국적과 인종을 초월한 세계인으로 존경할 만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행사가 LA에서 개최된 것에 대해 미국인들에게 고맙지만 한편으로 씁쓸한 마음이 든 것은 비단 필자만의 생각은 아니리라 본다. 한국에서는 이와 같은 행사를 기획할 수는 없었느냐는 아쉬움 때문이다. 한․미간의 깊은 우의조성을 위해 이번 행사들이 마련됐지만 서울시나 김연아를 배출한 군포시 등이 LA시보다 앞서서 이와같은 행사를 먼저 열었으면 좋았지 않았을까.

고도의 압축성장을 해온 경제력처럼 스포츠부문에서도 엄청난 발전을 이룩한 한국스포츠는 이번 LA시 행사와 같은 모든 이에게 감동을 주는 가슴 훈훈한 행사에 본격적인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본다.

올림픽과 월드컵 등에서 좋은 성적을 올리면 국가적인 환영행사 등을 대대적으로 펼치지만 행사가 끝나면 곧 잊어져 버리는 경우를 너무나 많이 지켜봤다. 금메달리스트는 거국적인 행사 뒤 곧 일반인들의 기억 속에서 사라지곤 했다. 

스포츠 성장도 중요하지만 큰 업적을 낸 유명 스포츠 인사들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을 계속적으로 불러 일으키는 지속적이고도 다양한 행사들을 통해 스타들을 추앙하는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만들어져야 한다.
미래의 젊은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주는데 스포츠는 좋은 역할을 할 수 있는 만큼 유명 스포츠인들을 존경하는 문화도 자리잡아 나가야 한다. LA에서도 코리안 스포츠인들을 추앙해주는데 정작 모국에서 이보다 덜해서야 되겠는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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