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이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왼쪽)이 2일 북한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리용호 외무상과 악수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왕이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왼쪽)이 2일 북한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리용호 외무상과 악수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천지일보=이솜 기자] 북미정상회담이 임박한 가운데 왕이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지난 2일 다급히 방북해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과정에서 ‘중국 역할론’을 강조하고 나섰다.

이미 지난 3월 하순 북중 정상회담과 그 이후 쑹타오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의 방북을 통해 ‘당 대 당’ 채널로 양국 관계가 상당히 개선된 상황에서 왕이 국무위원의 방북 목적은 명확해 보인다.

남북정상회담에 이은 북미정상회담을 통해 종전 선언에 이어 평화협정으로 가는 과정에서 중국이 배제될 수 있다는 우려에 따른 것이다.

앞서 지난달 27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판문점 선언을 통해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과정에서 연내 종전선언을 명시면서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회담’ 문구를 달자 ‘차이나 패싱(중국 배제)’ 가능성이 대두됐다.

북한과 전통적인 당 대 당 연락선인 중국 대외연락부의 쑹타오 부장이 아닌 왕이 국무위원이 급파된 상황도 이 같은 배경의 연장선으로 분석된다. 왕이 국무위원은 중국 외교 총책으로 북한에는 10여년만에 방문한 것이다. 또 왕이 국무위원이 행정부 격인 국무원에서 최고지위의 대미 외교 사령탑이라는 점에 비춰볼 때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북중 의제 조율의 의미의 가능성도 있다.

왕이 국무위원은 리용호 외무상과 한 회동에서 지난달 베이징에서 열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회담 성과를 강조하면서 북중관계 강화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그는 “시 주석과 김 위원장이 지난달 역사적인 회담을 통해 전략적 소통을 강화하기로 하면서 북중관계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면서 “북중의 전통적인 우의관계는 양국의 귀중한 자산으로 끊임없이 계승 발전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남북정상회담의 성공을 축하하고 북미정상회담을 통해 진전을 이루길 바란다면서 “중국은 북한과 소통을 강화하고 한반도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반도 문제에서 중국을 배제해서는 안된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언론에 보도되지는 않았으나 남북 종전선언 대상국에 중국을 포함해야 한다고 요구했을 가능성도 있다.

2일 조선중앙통신은 리 외무상과 왕이 국무위원이 평양에서 회담을 하고 한반도 현안을 논의했다고 보도했다. 북·중 외교장관 회담에는 리길성 외무성 부상, 구본태 대외경제성 부상 등이 참석했으며, 중국 측에서는 왕이 부장 일행과 리진쥔 주북 대사 등이 배석했다. 북측에서 대외경제성 부상이 회담에 배석한 것으로 미뤄 양국간 경제협력문제도 논의됐을 전망도 나온다.

왕이 국무위원의 방북이 중국 배제를 의식한 조치라는 지적이 나오자 중국 언론은 일제히 이 같은 의견을 비판했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자매지인 환구시보는 “이치에 맞지 않는 추측”이라며 “왕 국무위원의 이번 방북은 지난달 중북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양국관계 및 전략적 소통 강화를 이행하기 위한 것이다. ‘중국 주변화론’은 전문가들이 보기에는 완전히 비상식적인 주장”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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