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유일 합법정부’ 삭제

정권따라 표현 달라 논란일 듯

[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2020년 중·고교생이 배울 새 역사교과서 집필 기준 시안(試案)에서 ‘자유민주주의’라는 용어가 삭제되고 ‘민주주의’라는 표현이 대신 포함되는 등 일부 수정되면서 논란이 예상된다.

교육부는 2일 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에 위탁한 ‘2015 개정 교육과정에 따른 중학교 역사·고등학교 한국사 교육과정 및 집필기준 시안 개발’을 공개했다. 박근혜 정부가 추진했던 역사교과서 국정화 정책이 폐지되면서 중·고생들은 2020년부터 새 검정교과서를 쓰게 된다.

앞서 정부는 올해부터 새 교과서를 학교에서 쓸 수 있도록 지난해 하반기에 검정교과서 개발을 추진한 바 있다. 하지만 일정이 촉박했던 점과 수업의 기준이 되는 역사과 교육과정과 교과서 제작을 위한 집필기준이 모두 국정화를 전제로 만들어진 점 등을 고려해 새 교과서 사용 일정을 2년 뒤로 미루고 집필기준을 다시 만들기로 했다.

교육부가 밝힌 새 역사교과서 집필 기준 시안에는 역사교과서에서 활용된 ‘자유민주주의’라는 용어를 ‘민주주의’로 대체하는 방안이 담겼다. 이에 대해 평가원은 다른 사회과 교육과정에 대부분 ‘민주주의’라는 표현을 썼고, 역대 역사과 교과서에도 ‘자유민주주의’와 ‘민주주의’를 혼용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정권이 바뀌고 방향이 달라지는 집필기준을 두고 논란이 예상된다. ‘민주주의’와 관련한 집필기준을 살펴보면, 노무현 정부 당시 ‘민주주의’였으나 이명박 정부에 들어서 ‘자유민주주의’로 바뀌었다. 이후 박근혜 정부까지 ‘자유민주주의’라는 표현이 사용됐으나 문재인 정부에 들어 다시 ‘민주주의’로 변경됐다.

또 새 역사교과서 집필 기준 시안에서는 대한민국이 ‘한반도의 유일한 합법정부’라는 표현도 빠졌다. 6.25전쟁에 대한 서술과 관련해 논란됐던 ‘남침’ 표현은 집필기준이 아닌 교육과정에 추가됐다.

‘대한민국 수립’ 표현은 ‘대한민국 정부 수립’으로 바꿨다. 집필기준 시안은 동북공정과 새마을 운동, 북한의 도발·인권 문제는 다루지 않았다.

교육부는 ‘한반도의 유일한 합법정부’라는 표현을 뺀 이유에 대해 남북한이 지난 1991년 유엔에 동시 가입했으므로 ‘한반도 유일 합법정부’라는 표현은 적절하지 않다는 입장을 냈다.

‘남침’ 표현을 교육과정에 넣은 것과 관련해 교육부 관계자는 “6.25전쟁이 (북한의) 남침이라는 것은 학계의 정설”이라며 “집필기준보다 상위 기준인 교육과정에 ‘남침’ 표현을 넣었다고 밝혔다.

‘대한민국 정부 수립’ 표현은 현행 교과서에서도 1948년 8월 15일을 ‘대한민국 정부 수립’으로 표현했고, 임시정부의 법통과 독립운동 역사를 존중한다는 의미에서 수정했다고 했다.

동북공정과 새마을 운동, 북한의 도발·인권 문제는 다루지 않은 부부에 대해선 현행 교과서 집필기준에도 이런 내용이 없지만 각 출판사가 집필진 판단에 따라 연평도·천안함 사건이나 북한 핵 개발 등 내용을 넣었다며 큰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한편 교육부에 따르면 2020년 중학생은 세계사(중학교 역사1)와 한국사(중학교 역사2)로 각각 나눠진 역사교과서를 학습한다.

교육부는 교육과정심의회 심의·자문 결과와 역사학계의 중론 등을 고려하고, 국민 의견 수렴을 위한 ‘역사과 교육과정 개정안’에 대한 행정예고 등을 거쳐 중학교 역사·고등학교 한국사 교육과정과 집필기준을 상반기 중 최종 확정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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