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송범석 기자] “…밥보다 술을 더 많이 마시고….”

여성 3인조 그룹 ‘씨야’의 노래 <구두>의 가사 중 한 소절이다. 말을 자세히 풀어보면 이상한 점을 발견할 수 있다. ‘마시다’라는 서술어가 ‘밥’과 ‘술’ 모두에 활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밥을 마시는 것보다 술을 더 많이 마시고…’라는 뜻이 되니 말이 안 될 수밖에.

가창력이 뛰어난 임정희의 <사랑아 가지 마> 노랫말에는 ‘…사랑아 가지 마, 제발 날 떠나지 마, 널 부르다 또 가슴이 목메어도…’라는 구절이 나온다.

아무리 시적 표현이라고 해도 ‘가슴이 목메다’는 말이 안 된다. ‘목메다’는 기쁨이나 설움 따위의 감정 때문에 ‘목이 막힌다’는 말이기 때문이다. 이 소절들은 우리나라의 언어 현실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20년 동안 부산일보 교열 업무를 맡아 온 저자는 언어를 ‘생물’이라고 정리한다. 말은 정신을 담는 그릇이기 때문에 잘못된 언어는 잘못된 가치관을 창조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은연 중 편견이 들어간 단어를 공공연히 사용하는 행위는 상대방에게 생각지도 못한 모욕감을 줄 수 있다고 말한다.

어느 신문은 헤드를 <강남 ‘족집게 비밀 과외팀’ / 알고 보니 황당한 이력>이라 뽑아 놓고는 다음과 같은 내용을 넣었다.

‘그러나 소문과는 달리 10일 수서경찰서가 밝힌 족집게 비밀 과외팀의 실체는 초라했다. 팀장인 김 씨의 학력은 지방대 국어국문학과 중퇴….’

초라한 대상이 지방대인지 중퇴인지 명확하지 않지만, 지방대를 나온 사람들이 이 기사를 읽는다면 상당히 불편할 듯싶다.

책은 일상적으로 잘못 사용되는 말뿐만 아니라 언어 사용에 민감한 TV‧신문 등 언론에서 잘못 생산된 말글도 사례를 통해 지적하고 있다. 동시에 오랜 현장 경험에서 수집된 풍부한 사례를 통해 깔끔하고 좋은 문장을 쓰는 비법을 제시한다.

이진원 지음 / 서해문집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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