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명잇기’는 장기기증 활성화를 위한 홍보, 교육, 정책 개발을 통해 생명나눔운동을 정착시키고자 설립된 장기구득기관이다. (제공:사단법인 생명잇기)

장기기증 운동에 생명 윤리성 담겨
홍보 통해 생명나눔운동 정착해야

[천지일보=이지수 기자] 이 세상에는 나눌 수 있는 많은 것들이 존재한다. 그 가운데 자신의 몸속에 있는 장기를 줌으로써 꺼져가는 생명을 살리는 것만큼 값진 나눔이 또 있을까.

지난 5월 25일 ‘장기 등 이식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국무회의에서 의결‧통과됐다. 향후 1년이 지나면 개정법 안이 실행 될 것이다.

◆장기기증 운동 필요
우리나라 장기기증운동이 활발해 지면서 장기기증 센터나 운동단체들이 늘어나고 있다.

장기기증 운동 민간단체를 지원하는 사단법인생명잇기 조원현 이사장은 “우리나라에 장기기증자 숫자가 이식을 기다리는 숫자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에 민간단체의 운동은 반드시 필요하고 많을수록 좋다”며 “그 대신 생명윤리성을 바탕으로 하는 운동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생명잇기’는 장기기증 활성화를 위한 홍보, 교육, 정책 개발을 통해 생명나눔운동을 정착시키고자 설립된 장기구득기관이다.

조 이사장은 “생명잇기는 장기기증 활성화 중요성을 국민들에게 알리고 적극적으로 기증증가를 해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해 1년 전 이식의료인들이 함께 설립한 것”이라고 설립취지를 설명했다.

앞으로의 계획은 장기기증 민간단체의 홍보요원을 교육하고 홍보물을 제작하는 동시에 장기이식과 기증에 대한 적절한 정책을 정부에 제안하는 것이다.

더 나아가 이식의료가 발달되지 못한 이웃나라에 이식의료를 전달하고 지원함으로서 각국의 말기환자들에게도 혜택을 줄 수 있도록 할 계획까지 가지고 있다.

◆종교계 적극 참여
현재 장기기증 운동에 종교계의 활동이 두드러진다. 개신교의 대형 교단들은 물론 천주교, 불교도 함께 참여하고 있다.

조원현 이사장은 “종교단체는 봉사․헌신․사랑 실천을 강조하고 있다”며 “이를 통해 신앙인으로서 삶의 목적을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하고 하나님의 은혜로 받은 생명이니 그 은혜에 감사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고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기독교인 중에는 온전한 몸으로 죽지 않으면 부활 때 문제가 있을 것이라는 교리적 생각 때문에 기증을 꺼리는 사람도 있다”고 덧붙였다.

조 이사장은 대구의 조그마한 교회의 장로로 봉사하고 있다. 그는 평소 “초상집에 가는 것이 잔치 집에 가는 것보다 나으니 모든 사람의 결국이 이와 같이 됨이라…(전7:2)”라는 구약성경 구절을 떠올린다.

조 이사장은 이를 통해 세상을 떠나는 날에 자신이 어떤 사람으로 사람들에게 기억되느냐는 것을 생각하며 삶에 대한 새로운 마음을 다진다고 한다.

◆안타까운 사연들
모든 기증은 감동적이라고 말하는 조 이사장은 “뇌사자 중에는 어려운 환경에서 부모 없이 친척 슬하에서 자란 아이들도 많다”며 “주로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취업하거나 대학에 진학한 기념으로 삼촌, 할머니에게 사달라고 해 오토바이를 구입한 당일 타고 나가서 사고 난 경우”라며 회상했다.

조 이사장은 “할머니는 부모 없이 자란 손자가 불쌍해서 없는 돈 털어서 사준 것인데 그것이 화근이 됐다고 오열했다”며 “그 아이들은 주로 19세, 20세의 꽃 같은 나이였다”고 안타까워 했다.

그는 동의를 받는 의료진 또한 마음이 편치 못하지만 그래도 손자의 장기가 다른 사람의 몸에서 계속 살아 있을 것이라고 설득하고 기증 승낙을 받았다고 한다.

또한 그가 경험했던 뼈아픈 사례는 가족이 장기기증을 원했는데도 뇌사판정이 지연돼 실패한 경우다.

조 이사장은 미국에서 살던 간호사의 모친이 뇌출혈로 입원해 치료했으나 뇌사상태에 빠졌고 보호자가 장기기증을 원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 당시에는 뇌사 장기이식 초기였기 때문에 뇌사판정에 상당한 주의와 완벽한 검사결과가 요구됐었다.

그는 “평탄 뇌파 30분이라는 조항에서 더 이상 진행되지 못하고 뇌사판정이 되지 않은 채 4~5일 지난 후 결국 환자는 심장정지로 사망했다”며 “간호사는 뇌사판정 과정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모친의 뜻을 이루어드리지 못한 불효를 저질렀다며 의료진을 원망했다”고 과거를 떠올렸다.

◆목숨 살려주는 구원의 소리
조 이사장은 “당신의 가족이 뇌사이니 장기를 기증 하시겠습니까.” 라고 질문 하는 것은 정말 괴로운 일이라고 한다. 왜냐하면 뇌사 환자들의 가족은 사랑하는 가족을 떠나보내야 하는 깊은 슬픔에 빠져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장기기증은 이식을 기다리고 있는 수많은 말기 환자들에게는 자신의 목숨을 살려주는 구원의 소리와도 같다고 한다.

장기기증 운동을 하는 이유 중 하나는 뇌사상태가 됐을 때 평소에 홍보를 통해 알고 있던 장기기증에 대한 정보로 가족 스스로 기증을 결정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아직까지 대부분의 사람들은 장기기증 서약과 익숙하지 않다. 그렇다고 아무 곳이나 가서 할 수도 없을 뿐더러 하고 싶어도 어떠한 절차로 하는지 정보를 잘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국립장기이식관리센터(http://konos.go.kr 기증희망등록안내)는 온라인, 우편, 팩스 등을 이용한 장기기증 희망등록을 받고 있고, 신청서를 다운 받을 수도 있다.

각 민간단체의 홈페이지나 이식의료기관을 이용해도 기증 희망등록을 할 수 있으며 본인의 등록에는 가족의 동의가 필요하지만 언제든지 기증희망을 철회할 수도 있다.

조원현 이사장은 “국민들에게 장기기증에 관한 이해를 돕기 위해 현재 장기기증 전 과정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교육책자가 곧 발간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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