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조 한국전자통신연구원 로봇/인지시스템연구부 공학박사

공상과학 영화나 만화에 등장하는 거의 모든 로봇에서 에너지원은 무한한 것으로 묘사된다.

영화 <터미네이터>의 T-600이나 <아이로봇>의 써니가 배터리가 다 닳아서 충전을 한다거나 에너지원을 찾아 가는 장면은 그 어디에도 나타나지 않는다. <우주소년 아톰>이나 <아이언 맨>에서 가슴에 넣는 무한에너지 ‘블루코어’가 나타나 있기는 하나, 그 어떤 과학적 설명이 없다.

따라서, 상상속의 로봇과 현실의 로봇 간에 가장 거리감이 있는 로봇기술은 바로 이 에너지원과 관련된 기술이 아닐까 생각한다.

지난달 <사이언스 데일리>에는 ‘레인저’라는 미국 코넬대학교의 로봇이 23㎞를 걸어 전원선 없는 로봇의 오래걷기 신기록을 세웠다는 기사가 나왔다. 종전의 기록은 보스톤 다이나믹스사의 전투용 4족 보행로봇 ‘빅독’이 세운 20.6㎞였는데, 에너지원은 가솔린 엔진으로서 운전할 때 소음이 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레인저’는 조그만 네발 탁자 모양으로 생겼으나, 에너지 소모를 최소한으로 줄인 걸음새로 재충전 없이 11시간만에 코넬 바톤홀 트랙 108바퀴를 7만보 걸어 신기록을 세웠다고 한다. 우리가 한 번 주유하여 자동차를 500km 이상 운전하는 것을 생각할 때, 이 기록은 상상 외로 가까운 거리라 아니할 수 없다.

현재 로봇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고 있는 에너지원은 충전식 배터리이며, 그 중에서도 니켈수소와 리튬이온 또는 리튬폴리머가 많이 쓰이고 있다. 니켈수소는 단계적 충전량 감소라는 약점에도 비교적 저가로 구현 가능하여 청소로봇에서 가장 많이 쓰이고 있다.

부피가 작고 가볍게 구현 가능한 장점을 가져 휴대폰에 많이 사용되는 리튬이온과 안정성이 보다 향상된 리튬폴리머도 최신의 로봇시제품에 많이 채택되어 사용되고 있으나, 오랜 충전시간과 짧은 가동시간으로 로봇 실용화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세계적으로 인간형로봇의 대명사가 되어 버린 혼다의 ‘아시모’도 6kg의 리튬이온 배터리를 장착하여 3시간동안 충전하고도 1시간밖에 사용 못하는 약점을 지니고 있다.

거의 모든 로봇청소기나 이동로봇의 에너지원은 비슷한 한계에 봉착해 있다. ‘레인저’가 보유한 23㎞ 11시간 운행은 에너지 활용을 극소화 시켜 얻어진 나름대로 중요한 성과로 인정되지만, 서비스로봇의 실용화를 위해서는 에너지원에 대한 보다 근본적이고 획기적인 대책이 요망된다.

많은 로봇과학자들은 이에 대한 대안을 연료전지에서 찾고 있다. 연료전지는 에너지를 저장하는 기존의 배터리와는 달리 수소와 산소의 화학반응을 통해 발생되는 에너지를 전기로 바꾸는 에너지 변환장치로, 친환경, 저소음, 고효율의 특징을 갖고 있어 휴대단말기나 자동차에 적당한 에너지원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세계 각국은 연료전지를 주요 성장동력 품목으로 선정하여 기술개발 및 실용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로봇 전원과 관련해서 중국의 한 회사는 최근 오락용 원격조정 경주차에 수소연료전지를 탑재하여 기존 배터리 차에 비교하여 3~4배 운행시간을 늘린 바 있다. 또한, 영국의 브리스톨 로보틱스 랩에서는 죽은 곤충이나 썩은 식물체를 섭취한 미생물 연료전지 셀을 동력으로 사용하는 “에코봇”을 개발하여 로봇을 움직이는 실험을 수행한 바 있다.

가까운 미래에는 자동차나 로봇의 동력원으로 친환경 고효율의 수소연료전지가 널리 사용될 것으로 전망되며, 먼 미래에는 오염지역에서 곤충이나 미생물을 먹이로 삼아 에너지를 보충하는 그야말로 저탄소 녹색로봇이 출현하게 될 날도 오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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