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남도 강진군 전라병영성. 조선 태종 때부터 동학농민운동 시기까지 450여년간 전라와 제주의 육군을 총 지휘하던 곳이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4.24
전라남도 강진군 전라병영성. 조선 태종 때부터 동학농민운동 시기까지 450여년간 전라와 제주의 육군을 총 지휘하던 곳이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4.24

강진 전라병영성 축제 성료
전라병영성, 호국성지 역할
네델란드 하멜, 7년 머물러
강진, 하멜촌 조성사업 추진

[천지일보 강진=김미정 기자] 호국의 상징인 전라병영성 축제가 지난 20~22일 강진전라병영성 일대에서 열렸다. 

대부분의 축제처럼 전라병영성의 행사장은 한복입기 체험, 성곽돌기 체험, 감옥체험, 무기 체험 등 각종 체험행사를 즐기는 관광객들로 북적였다. 

그러나 역사적인 장소인 만큼 강진 병영성 축제에는 해설사를 통해 전라병영성의 역사적 의미와 이곳에 네덜란드 하멜기념관이 자리하게 된 계기를 알 수 있었다.

◆600년전 호국정신 전라병영성 속으로

전라병영성은 1417년(태종17년) 광산현에서 이설돼 1895년 동학농민운동으로 폐영될 때까지 450년간 전라도와 제주를 관할하는 육군의 총지휘부로 왜구의 침입을 막는 호국의 성지(聖地) 역할을 했다. 

당시 전라병영성에는 군병 9359명, 군관·나졸 600여명이 넘었고 각 지역 휘하에는 병사 규모가 5만명에 달했다고 하니 그 규모를 짐작할만하다. 

병영은 조선 전기에 전라도는 강진, 충청도는 해미, 평안도는 영변에 단독 병영이 됐고, 경상도는 울산에 좌병영, 창원에 우병영, 함경도는 북청에 남병영, 경성에 북병영이 설치됐다. 

이 중 현재까지 조선시대 병영의 흔적이 남아있는 곳은 전남 강진군 병영성이 유일하다. 

이곳은 국토의 70%가 산지인 탓에 산성이 발달한 우리나라에서 흔치 않은 평지성에 속한다. 

병영성 정문 앞에는 지금도 발굴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강진군은 지난 1997년 복원 및 정비계획을 통해 1998년부터 발굴조사와 복원을 시행했고 2005년 종합정비 기본계획을 토대로 올해까지 성곽과 성곽시설물에 대한 복원을 완료할 예정이다. 

병영성곽이 완료되면 단계별로 객사, 동원, 내아, 이청, 영청, 군기청, 중영 등 내부 건물에 대한 복원과 정비도 착수할 계획이다.
 
강진군은 앞으로 병영성 특색을 반영해 조선시대 병영체험, 병영상인체험 등 체험 위주 프로그램을 연구해 하멜유적지와 연계한 체류형 관광을 유도, 역사문화 관광지로 육성할 계획이다. 

지난 20일 전라병영성 축제가 펼쳐지고 있다. (제공: 강진군)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4.24
지난 20일 전라병영성 축제가 펼쳐지고 있다. (제공: 강진군)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4.24

◆조선, 네덜란드 문화를 만나다

네덜란드 동인도회사 선원인 헨드릭 하멜(Hendrik Hamel) 일행 36명이 1653년 제주도에 표류, 이듬해 서울로 압송됐다가 1656년 전라병영성에 소속돼 7년간 이곳 강진에 체류하게 된다. 

그러면서 수많은 네덜란드 문화와 흔적을 강진군 병영면 일대에 남기고 1666년 고국인 네덜란드로 귀환하게 된다. 

이러한 독특한 문화콘텐츠를 활용해 강진군은 하멜촌 조성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하멜기념관에 150억원을 투입해 1만 5000㎡에 달하는 네덜란드식 튤립 정원과 풍차거리, 하멜 일행이 승선했던 스페르베르호 선박을 재현하고 민속펜션 건립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특히 하멜의 고향 네덜란드의 호르큼시(市)의 옛 주거 양식을 그대로 재현해 강진을 찾는 가족단위 관광객에게 이국적이고 색다른 볼거리를 제공할 예정이다.

전라병영성 일대에는 ‘한 골목’이라고 불리는 병영마을 옛 담장이 있다.

이곳 담장은 빗살무늬 방식으로 됐는데 하멜이 병영성에 억류돼 노역하면서 네덜란드식 빗살무늬 방식으로 돌담을 쌓았다고 한다. 

길이는 1.5㎞에 이르며 다른 곳과 달리 말을 타고 마을을 지나가는 병사 때문에 돌담이 다른 지역보다 더 높게 쌓였다. 

강진군 전라병영성 일대에 ‘한 골목’이라고 불리는 담장. 네덜란드식 빗살무늬 방식으로 쌓여 있다. (제공: 강진군)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4.24
강진군 전라병영성 일대에 ‘한 골목’이라고 불리는 담장. 네덜란드식 빗살무늬 방식으로 쌓여 있다. (제공: 강진군)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4.24

◆전라병영성의 역사 유물 발굴과 흔적

전라병영성 성벽을 돌아보면 성벽 아래쪽은 600년 넘은 원래의 돌담을 사용했고, 누각과 성문을 보호하기 위한 U자형 웅성, 측면에서 성벽을 공격하는 것을 막기 위한 치성(雉城) 등이 눈길을 끈다. 

U자형 웅성과 치성은 적이 성을 공격할 때 조금이라도 더 성을 보호하고 시간을 벌기 위한 지혜다. 

최근 강진 전라병영성(사적 제397호) 일대에는 방어를 위한 죽창이 꽂힌 다수의 함정 유구와 해자가 발굴됐다. 

해자는 적의 침입을 막기 위해 성 밖을 둘러 파서 못으로 만든 곳을 말한다.

조사 결과, 해자는 성벽 바깥쪽으로부터 약 11~17m 거리를 두고 만들어졌으며 해자 내부에서는 나막신, 목익(침입을 막기 위해 세운 나무 말뚝) 등의 목제유물과 조선 초기~후기의 자기, 도기, 기와 조각 등이 출토됐다. 

이로써 해자가 조선시대 전 기간에 걸쳐 방어시설로 활용됐음을 알 수 있으며 함정 유구는 전라병영성 남문 일원 해자 바깥쪽에 64기가 확인됐다. 

지금까지 확인된 함정 유구들은 평면 형태가 지름 3.5~4.9m에 이르는 원형으로 위에서 아래로 가면서 좁아지며 깊이는 최대 2.5m이고 바닥에는 촘촘하게 꽂아놓은 죽창의 흔적이 발견됐다. 

문화재청에 따르면 이번에 발굴된 함정 유구는 다산 정약용의 ‘민보의’에 언급된 함마갱이라는 성곽 방어시설과 관련된 것으로 판단된다.

강진군 병영성 일대에는 무지개 다리로 불리는 전설이 깃든 홍교, 하멜표류기에 기록된 천연기념물인 거대한 은행나무 등 다양한 문화유산을 만나볼 수 있다. 

하멜기념관에는 네덜란드에서 기증한 다수의 유물이 전시돼 있으며 네덜란드 나막신도 신어볼 수 있다. 

강진군은 병영성 문화유적지와 하멜 트레일(Trail)을 연계해 조선과 네덜란드 문화가 만나는 유일무이한 문화답사지로 연계·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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