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번째 기네스기록 인증서를 안고 있는 최창현씨.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4.19
3번째 기네스기록 인증서를 안고 있는 최창현씨.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4.19

뇌병변1급장애인 최창현씨

전동휠체어 기네스기록 보유자

도전 통해 희망 메시지 전해

[천지일보 대구=송해인 기자] 선천적인 장애로 손발을 쓰지 못하는 한 사람이 있다. 밖에 나가려면 전동휠체어에 몸을 실어야 한다. 조종은 손이 아닌 입으로 한다. 얼핏 밖에 나가는 것만으로도 위태로워 보이는 그는 전동휠체어 부문 최장거리 기네스기록 3개를 가지고 있다.

선천성 뇌병변 1급 중증장애인 최창현씨(54, 남). 장애인의날(4월 20일)을 맞아, 장애·절망·불가능이란 장벽에 정면으로 맞닥뜨리며 도전해 ‘인간 승리’로 평가받는 최씨를 지난 14일 만났다.

최씨는 지난해 4월 19~20일 24시간 동안 경북 울진에서 강원도 고성군 최전방 통일전망대까지 280㎞를 전동휠체어로 달렸고 1년여 만에 기네스 세계기록 인증서를 받았다. 그의 3번째 기네스기록 인증서이며 중증장애인으로는 가장 많은 기네스기록을 가지고 있다.

2번째 기네스 기록은 2015년 12월, 24시간 동안 제주도 한 바퀴 반 255㎞를 완주해 수립한 것이다. 본인의 기록을 본인이 또 깬 셈이다.

최씨는 울음소리도 없이 태어났다고 한다. 그리고 서른살이 될 때까지 대부분을 집안에서만 지냈다. 어린 시절 방안에 누워 상상 속에서 슈퍼맨이 돼 악당을 물리치고 세계를 날아다녔던 최창현씨. 즐겨듣던 한 라디오 프로그램을 통해 장애인복지관이 대구에서 보치아(Boccia, 공을 경기장 안으로 굴리거나 발로 차서 보내 표적구에 가까이 넣어 승부를 가르는 장애인 스포츠) 강습회를 한다는 소식을 접하고 세상으로 나가게 된다. 이후 장애인 인권에 대해 알게 됐고 1996년 장애인인권단체 ‘밝은내일회’를 설립한다.

이후 어머니가 장사해서 모아 둔 쌈지돈으로 휠체어를 선물했고, 최씨는 ‘이것만 있으면 이 세상 못갈 데가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자신에게 도전장을 던지며 우리나라 국토 일주를 시작했다. 입으로 전동휠체어를 조종해가며, 2002월드컵 성공개최 기원을 담아 1999년 10월 1500㎞ 국토종단을 달성한다.

2000년 9월~2001년 6월 총 112일간 북아메리카 5500㎞를 횡단했으며 2003년 4월~6월에는 68일간 일본 규슈에서 홋카이도까지 3400㎞를 종단했다.

그의 첫 번째 기네스 기록은 2006년~2007년 유럽과 중동 35개국 2만 8000㎞를 달림으로써 수립됐다. ‘입으로 전동휠체어 조종 부문 최장거리 횡단’ 분야 세계신기록이다.

그는 국토종단, 유럽·중동 35개국 횡단, 북미 횡단, 일본 종단 등 전동휠체어를 타고 세계를 달리는 도전을 계속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4.19
그는 국토종단, 유럽·중동 35개국 횡단, 북미 횡단, 일본 종단 등 전동휠체어를 타고 세계를 달리는 도전을 계속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4.19

장애인에 대한 편견과 인식 개선을 위해 지난 2016년 6월 대구시 남구에 ‘최창현기네스전시관’을 개관했다. 전시관에는 국토종단과 유럽횡단에 탔던 전동휠체어와 횡단시 현지인에게 받은 선물과 격려의 메세지 등이 전시돼 있다.

가장 힘들었고 포기하고 싶을 땐 언제였냐는 질문에 최씨는 “유럽횡단 할 때 가장 힘들었다. 하지만 ‘여기서 포기하면 시작하지 않은 것과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국민들에게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고 횡단을 할 때 사람들이 감동을 받는 모습을 보고 포기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도전은 살아 있는 동안 계속 할 것”이라며 “장애는 내 삶에 걸림돌이 아니라 언제나 ‘새로운 도전’”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장애로 태어 난 것에 대해 원망을 없냐는 질문에 “더 큰일을 하라고 주신 신의 선물이다. 종교는 없지만 신이 도와줬기에 해낼 수 있었다”며 또한 “주위의 도움으로 할 수 있어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씨는 지역에서 장애인 권익을 위한 활동에도 적극적이다. ‘장애를 가졌어도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희망을 전하는 ‘최창현 세상을 날다’라는 책을 최근 출간했으며 대구를 무장애도시를 만들기 위한 그의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그의 도전 과정이 전시돼 있는 대구시 남구 ‘최창현기네스전시관’ 내부.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4.19
그의 도전 과정이 전시돼 있는 대구시 남구 ‘최창현기네스전시관’ 내부.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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