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 남대문 시장에 출동한 경찰들. ⓒ천지일보(뉴스천지)
서울 중구 남대문 시장에 출동한 경찰들. ⓒ천지일보(뉴스천지)

경찰, 상습 허위신고 50대 남성 구속·검찰송치

“‘허위다 아니다’ 생각할 겨를 없어, 긴급 출동”

“허위신고의 구체적 폐해 담긴 사례 널리 알려야”

[천지일보=김빛이나, 남승우 기자] “날치기를 당했습니다! 도와주세요!” “제 여자친구가 납치됐습니다! 구해주세요!” “집에 불이 났습니다! 살려주세요!”

경기 군포경찰서, 대전중부경찰서, 경북 포항북부경찰서에 각각 접수돼 경찰이 출동한 해당 신고는 모두 허위로 드러났다.

사실 확인 결과, 날치기는 은행 365코너에서 현금 인출이 되지 않아 경비업체를 불렀는데 빨리 오지 않는다는 이유로, 납치는 여자 친구와 다툰 뒤 연락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화재는 아내가 문을 열어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신고 된 허위 사실이었다.

이와 비슷한 방식으로 상습적인 허위신고를 하고 경찰관을 폭행한 50대 남성이 18일 경찰에 구속되면서 허위신고에 대한 우려와 허위신고로 인한 경찰력 손실에 대한 문제가 다시 화제로 떠올랐다.

서울 용산경찰서는 상습적으로 112에 허위신고를 하고 경찰관을 폭행한 혐의(공무집행방해)로 이모(59)씨를 구속해 검찰에 송치했다고 이날 밝혔다. 이씨는 지난 2월 25일부터 지난 11일까지 모두 11차례에 걸쳐 허위신고를 했다.

그는 지난 11일 “불을 지르겠다” “사람을 죽이겠다”며 두 차례 허위신고를 했다가 서울 용산구 용문동의 한 식당에서 현행범으로 체포돼 인근 지구대로 이동된 이후 경찰관의 얼굴을 손으로 가격하는 등 폭행도 했다.

이씨의 허위신고로 지금까지 현장에는 경찰관 39명, 순찰차 19대, 형사기동대 차량 3대가 출동했다. 화재 신고를 허위로 했을 때는 소방차도 출동했다. 이씨는 단순히 사회에 불만을 품고 허위신고를 했고 다른 이유는 없다고 경찰은 전했다.

◆작년 허위신고 처벌 ‘4192건’ 해마다 늘어

경찰에 따르면 허위신고로 처벌을 받은 건수는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허위신고 처벌 건수는 2013년 1837건, 2014년 1913건, 2015년 2734건, 2016년 3556건, 2017년 4192건으로 집계됐다. 이외에도 5년간 악성 허위신고로 구속된 사례는 140건에 달했다.

지난해 접수된 허위신고 이유로는 별다른 동기가 없는 사회 불만이 67.4%(2825건)로 가장 많았고, 보복 12.9%(540건), 장난 8%(336건) 등 순으로 집계됐다. 또한 허위신고 가운데 절반에 해당하는 50.7%가 술에 취한 상태에서 한 것으로 조사됐다.

신고집중 시간대는 오후 8시에서 오전 4시 사이로 51.5%의 허위신고가 이때 접수됐다. 신고 내용은 주로 범죄와 관련 내용(64.2%)이 대부분이었고 중요범죄에 해당하는 절도·살인·납치감금·성폭력도 25%를 차지했다.

◆“허위신고, 경찰력 손실 커… 국민 협조 필요”

서울 용산경찰서의 윤종탁 경감은 “실제로 112허위신고가 많이 들어오는 편”이라며 “이런 허위 신고가 들어오면 경찰관들이 전부 다 출동한다. 이렇게 출동을 함으로써 경찰인력의 손실이 상당히 많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작 필요한 곳에 경찰 인력을 투입하지 못하게 되니까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며 “‘누굴 죽이겠다. 불을 지르겠다’고 하면 이 신고가 ‘허위다. 아니다’를 생각할 겨를도 없이 생사의 기로에 놓인 상황으로 판단해 최우선 출동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이 때문에 만약 다른 신고와 겹치게 되면 못 가게 되는 경우가 발생할 수도 있다”며 “112신고는 정말 급박한 사람한테 필요한 것이기 때문에 최대한 절제하고 자제해서 필요한 곳에 적용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국민의 협조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작년 허위신고로 투입된 경찰력은 인원 3만 1405명, 차량 9487대였다. 긴급한 상황에 움직일 수 있는 인원과 장비가 손실된 것이다.

김정규 호남대 경찰학과 교수도 “허위신고는 경찰행정에 상당한 손실을 가져온다”며 허위 신고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김 교수는 반복된 허위신고를 막기 위한 방안에 대해 “경찰이 출동하지 않아야 할 상황인데 출동해서 발생할 수 있는 손실 즉 인력·장비적인 측면의 손실에 대해 민사 책임을 허위 신고자에게 부과하는 방법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가장 중요한 것은 시민의식 변화”라며 “허위신고로 발생된 구체적인 폐해가 담긴 사례를 캠페인의 방식을 통해 알려야 한다”며 “허위신고를 했을 때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내용도 함께 홍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찰청 ‘원스트라이크 아웃’ 제도 도입

한편 경찰청은 지난 1일 허위·악성신고에 따른 공권력 낭비를 막고자 이 같은 신고를 선처하지 않는 ‘원스트라이크 아웃’ 제도를 도입한다고 밝혔다.

원스트라이크 아웃은 고의가 명백하고 강력범죄, 폭발물 설치 등 매우 긴박하거나 경찰력 손실이 심한 허위신고가 단 한 차례라도 처벌하도록 한 제도를 말한다. 또한 경찰은 상대적으로 가벼운 내용의 허위신고라도 상습성이 있으면 역시 적극 처벌하기로 했다.

허위신고는 형법상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의 적용을 받아 5년 이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또한 경범죄처벌법상 거짓신고 조항으로 6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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