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블라인드 채용, 능력중심사회의 첫걸음
[기고] 블라인드 채용, 능력중심사회의 첫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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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수 한국산업인력공단 광주지역본부장. (제공: 한국산업인력공단)
김대수 한국산업인력공단 광주지역본부장. (제공: 한국산업인력공단)

블라인드 채용에 관해 이야기하기에 앞서, 현재 청년취업과 채용 문화에 만연한 ‘레드 퀸(Red Queen)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레드 퀸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저자로 널리 알려진 루이스 캐럴의 후속작인 ‘거울을 통하여’라는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이다.

이 소설에서 레드 퀸(여왕)은 앨리스의 손을 잡고 숲 속으로 달려간다. 그러나 앨리스는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할 것 같은 기분을 느끼고 그 이유를 여왕에게 묻는다. 그러자 여왕은 이렇게 말한다. “제자리에 머물기 위해서는 온힘을 다해 뛰어야 해. 만약 다른 곳으로 가기 위해선 숲이 움직이고 있기 때문에 지금보다 최소한 두 배는 빨리 뛰어야해” 소설 속 여왕이 내세운 가설을 생물학자들이 공진화 이론으로 체계화했고 그 결과 ‘레드퀸 효과’라는 용어가 만들어졌다.

레드퀸 효과는 채용을 준비하는 청년·장년들의 마음을 대변하는 용어라고 생각한다. 수 없이 많은 자기소개서와 이력서를 제출함에도 결국은 불합격 통지서로 돌아오는 현실을 마주하며 이들은 앨리스가 여왕에게 묻듯이 ‘왜 나는 취업을 할 수 없는가’라는 스스로의 물음에 빠진다.

이 물음에 해답은 바로 ‘블라인드 채용’이 답이 될 것이다. 블라인드 채용이란 채용에서 평등한 기회와 공정한 과정을 통해 누구나 당당하게 실력으로 경쟁할 기회를 보장하기 위해 채용과정(입사지원서·면접)등에서 개입될 수 있는 출신지와 가족관계, 학력, 외모 등의 항목을 요구하지 않고 실력(직무능력)을 평가해 인재를 채용하는 방식이다. 지난 해 문재인 대통령은 공무원, 공공부문 채용 시 블라인드 채용을 지시한 이후 한국산업인력공단에서는 블라인드 채용방법을 설계하고 사회전반에 채용문화 트랜드를 확산코자 노력하고 있다.

그 예로 ‘블라인드 채용 찾아가는 설명회’와 소수정예 컨설팅인 ‘공공기관 對 취업준비생 1:1 컨설팅’을 통해 취업준비생들에게 블라인드 채용에 관한 올바른 취업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지난 2월에는 고용노동부와 기획재정부, 교육부, 행정안전부가 블라인드 채용을 도입하고 선도적으로 확산하는 우수 공공기관·지방공기업을 선정하고자 우수사례 경진대회를 개최해 한국토지주택공사 등 총 12개 기관을 선정했다. 기관별 다양한 블라인드 채용의 내용과 성과를 평가했으며 많은 기관에서 블라인드 채용으로 조직 다양성이 확대되고 신입사원의 조직적응도가 더 향상됐다고 말한다

사우스웨스트항공 전CEO 허브 켈리허는 “우리는 자기만족을 뛰어넘어 조직 환경에서도 일을 잘할 수 있는 사람을 찾는다. 학력이나 경력은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들이 해야 할 일을 완수할 수 있도록 필요한 교육은 우리가 책임질 수 있으니까 우리는 태도를 채용한다”고 했다.

지금도 블라인드 채용이 ‘아무것도 보지 않는 깜깜한 채용’이라는 부정적 시각이 있다. 하지만 신입사원 채용은 조직의 미래를 결정하는 중요한 출발점이기에 불합리성을 제외하고 공정한 방식의 실력중심 채용시장을 만들고자 하는 것이 정부의 의지다. 이는 곧 개인의 다양성을 존중하는 능력중심사회, 공정사회로 가는 첫 걸음이기에 한국산업인력공단의 역할이 더욱 강조되고 있는 게 아닐까?

필자는 블라인드 채용이야말로 학벌주의를 타파하고 직무수행만족도를 높여 결국 우리의 삶을 워라벨(Work and Life Balance) 할 수 있는 정당한 공적개입이라고 주장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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