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느 테레사 드 케이르스마커 (제공: 국립현대미술관)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4.3
안느 테레사 드 케이르스마커 (제공: 국립현대미술관)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4.3

 

 

벨기에를 현대무용의 메카로 만든 장본인

‘국립현대미술관 다원예술’ 참여 차 내한

초연 당시 착용한 옷·신발 그대로 사용해

[천지일보=지승연 기자] 절제된 움직임과 단순한 표현으로 미니멀리즘을 추구하며 현대무용의 발전을 이룬 안느 테레사 드 케이르스마커(Anne Teresa De Keersmaeker)가 내한했다. 벨기에를 현대무용의 메카로 만든 장본인인 그가 직접 공연을 한다는 소식은 국내 무용 팬들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그런데 이번에 그가 퍼포먼스를 펼치는 곳은 공연장 무대 위가 아닌 미술관 한복판이다. 지금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서울박스 중앙은 하얀 모래로 뒤덮여있다. 관객은 모래 주위 사방을 둘러싸고 안느 테레사의 공연을 기다린다.

안느 테레사 드 케이르스마커 (제공: 국립현대미술관)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4.3
안느 테레사 드 케이르스마커 (제공: 국립현대미술관)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4.3

공연 시간이 되자 살굿빛 실크드레스와 하얀 신발을 착용하고 쪽 머리를 진 안느 테레사가 관객 사이로 들어온다. 그는 스티브 라이히의 음악에 맞춰 모래 위에서 돌고 또 돈다. 그는 처음에 무엇을 하는지 알 수 없는 동작을 선보이는데, 그의 움직임에 따라 모래가 사방으로 흩어지면서 점점 하나의 형상을 만들어 낸다.

음악에 맞춰 제자리에서 반복적인 턴을 하던 안느 테레사의 몸짓은 점점 격렬해지고 모래 위에 원을 그린다. 원을 다 그린 후 어디로 움직일까 궁금하던 찰나에 그는 원을 가로 질러 2등분된 원을 만든다. 그리고는 반대로 가로질러 4등분을 하고, 6등분·8등분된 원을 만든다. 동시에 모래를 발로 차고, 손으로 모래를 집기도 하며 치마를 들쳐 올려 관객을 놀라게 한다.

그는 16분의 시간 동안 음악에 맞춰 몸을 움직이다가 때로는 음악 박자와 전혀 다른 리듬으로 춤을 춘다. 무엇보다 공연시간 내내 처음에 만들어 놓은 원 밖을 나가지 않는 모습에서 ‘미니멀리즘과 반복이라는 두 모티브만으로 현대 무용의 혁신을 이끈 대가답다’는 생각을 자아낸다.

이번에 그가 미술관 한 복판에서 공연을 펼친 이유는 ‘국립현대미술관 다원예술’ 프로그램 참여 차 내한했기 때문이다. 지난 2일 첫 무대를 선보인 안느 테레사는 3일까지 동일 장소에서 공연을 펼친다. 공연은 오후 1시·3시·5시 총 세번에 걸쳐 진행된다.

안느 테레사 드 케이르스마커 (제공: 국립현대미술관)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4.3
안느 테레사 드 케이르스마커 (제공: 국립현대미술관)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4.3

일반 관객에게는 생소한 이름의 안느 테레사지만 무용 팬들에게는 꼭 한번 직접 보고 싶은 무용가이자 안무가다. 이번에 그가 선보이는 ‘바이올린 페이즈’는 1982년에 ‘파제, 스티브 라이히 음악에 대한 네 가지 움직임’라는 제목으로 발표한 안무 중 3부에 해당한다. 듀엣인 다른 안무와 달리 바이올린 페이즈는 솔로 퍼포먼스다.

2일 오후 5시 공연 직후 진행된 작가와의 대화에서 안느 테레사는 “4면이 관객에게 둘러싸여있고, 위에서도 내려다 볼 수 있는 장소에서 공연을 하니 마치 광장·시장에서 공연하는 느낌”이라며 “공연장 무대 위가 아닌 자연광을 받으며 공연하는 것이기 때문에 관객들이 세세한 움직임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안느 테레사 드 케이르스마커 (제공: 국립현대미술관)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4.3
안느 테레사 드 케이르스마커 (제공: 국립현대미술관)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4.3

이어 “내가 표현하는 움직임의 언어는 단순하다. 뛰고, 돌고, 팔을 흔드는 동작은 춤을 추라고 할 때 어린 아이부터 모든 사람들이 하는 기본적인 동작”이라며 “내 몸을 악기·도구로 사용해 내가 상상한 것들과 영적인 부분도 표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옷은 새로 만들기는 했지만 작품을 처음 선보였을 때와 똑같이 만들었다”며 “옷과 신발 모두 당시 착용했던 것과 똑같다”고 말해 공연을 관람하러 온 팬들을 설레게 만들었다.

한편 ‘국립현대미술관 다원예술’은 미술관의 개념을 단순한 작품 전시장에서 동시대 예술인과 소통하는 곳으로 만들기 위해 국립현대미술관이 진행하는 연간 프로젝트다. 이 프로젝트에는 퍼포먼스·무용·연극·사운드·영상 등 장르의 경계를 초월하는 작품과 작가가 참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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