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력 검증 안 된 스타 기용, 부화 타계책 안돼

[천지일보=김지윤 기자] 2004년 이후 뮤지컬계가 볼거리로 풍성해졌다. 특히 미국 브로드웨이식의 작품이 대부분이었던 데서 점차적으로 창작을 비롯해 영국 웨스트엔드와 프랑스 등 다양한 풍의 작품들이 홍수같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더군다나 대중에게 익숙한 스타들이 뮤지컬계로 걸음을 옮기면서 뮤지컬은 더 이상 낯선 문화가 아니다.

하지만 고공행진만 할 것 같았던 뮤지컬시장 성장세가 점점 둔화되고 있다. 불과 6년 만의 일이다. 뮤지컬계 일각에서는 세계금융위기뿐 아니라 그동안 뮤지컬계가 실력을 키우기보다 스타 위주의 캐스팅과 상업성이 짙은 공연을 하다 보니 진부해져 관객들이 외면하고 있다고 꼬집고 있다.

2001년은 그야말로 뮤지컬시장이 주목받던 해였다. <오페라의 유령>이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면서 뮤지컬 성장에 기폭제가 됐다. <오페라의 유령> 한국 초연 이후 국내 뮤지컬시장은 급성장세를 이어왔다. 뉴욕이나 런던에서 한 해 뮤지컬 제작은 100편을 넘지 않는데 우리나라는 그 이상을 만들고 있다. 아울러 우리나라는 미국과 영국, 프랑스에 이어 뮤지컬시장이 큰 곳으로 꼽힌다.

시장은 창작·번안·내한공연이 각각 60%, 30%, 10%로 구성됐다. 수입면에서는 반대 양상을 보이고 있으나 반대 양상을 보이고 있으나 시장규모는 눈부신 발전을 이룩했다.

승승장구하던 뮤지컬시장이 2008년부터 둔화됐다. 세계금융위기에 타격을 받은 뮤지컬시장은 불황의 늪에 빠졌다.

2009년 여름에는 우리나라 뮤지컬 역사 사상 수많은 공연물이 봇물처럼 쏟아져 나왔다. 불황 속에서 대부분의 공연들은 여느 때보다 치열한 경쟁을 해야만 했다. 살아남기 위해 기획사들은 반값으로 표를 팔 수밖에 없는 상황까지 왔다. 이는 뮤지컬이 호황을 한창 보이자 무분별하게 제작자가 많이 몰린 것으로 풀이된다.

우리나라가 금융위기에서 가장 먼저 벗어났다는 소식이 연일 들려오고 있지만 뮤지컬계는 아직 장밋빛이 감돌지 않고 있다. 위기를 맞게 되면 수요·공급의 심리가 위축되는 법칙은 뮤지컬시장에서 고스란히 적용된 것으로 분석된다.

제작사는 안전하게 수익을 얻기 위해 위험부담이 큰 창작보다 외국에서 성공한 대형작품을 그대로 가져와 무대에 올리는 번안 뮤지컬을 선택하고 있다. 게다가 티켓파워를 자랑하는 스타를 이제 어느 뮤지컬에서나 찾아볼 수 있는데, 이때 스타들의 실력은 예전만큼 중요시 되지 않고 오로지 관객을 모을 수 있는 수단으로 인식되고 있다.

한 뮤지컬 제작 관계자는 “최근 실력을 검증받지 않은 스타들이 종종 무대에 오르는 모습이 잦다”며 “스타의 티켓파워는 뮤지컬계 불황을 벗어나게 하는 근본적 대안이 되지 않는다. 관객들이 꾸준히 공연장을 찾기 위해서는 다양한 소재로 창작활동을 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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