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윤 소설가

백제 의자왕은 사치와 향락을 일삼다가 서기 660년에 신라와 당나라 연합군에게 나라를 잃어 버렸다. 의자왕의 사촌 동생 복신은 승려 도침과 함께 주류성(충남 서천)을 근거지로 하여 백제 부흥운동을 전개했다.

의자왕이 나당연합군에게 항복할 때 복신은 주류성에 있었다. 주류성은 사비성과 백강 중간의 성이었다.당나라는 백제왕이 있는 사비성을 함락시키는 것에 주력을 했기 때문에 주류성의 백제군은 무사했다. 복신은 전쟁이 불리해질 것을 알고 일본에 구원병을 요청해 놓았다. 일본에는 백제왕자 부여풍(풍장)이 머물고 있었다.

부여풍은 의자왕의 40명 자녀 중 왕자 신분으로 일본과의 화친을 위해 오랜 세월 외교사절로 머물고 있었다. 복신은 조카인 부여풍을 백제왕으로 추대하여 그의 귀국을 종용했다.

복신은 몰려든 유민들과 병사들을 재정비하여 세력을 키운 뒤 승려 도침과 장군 흑치상지와 함께 당나라 장군 유인원이 머물고 있는 사비성을 공격했으나 당나라 군사들은 성문을 굳게 닫고 나오지 않았다. 사비성이 포위되고 겨울을 맞이한 당나라 군사들은 보급로가 끊어지자 신라에 구원을 요청했으나 그마저도 여의치 않았다. 당나라 군사들은 굶주림과 추위에 떨며 심각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당시 당나라 황제는 고종이었다. 건강이 약한 황제는 허울뿐이었다. 측천무후가 반대세력을 척결하고 권력을 장악하고 있었다. 측천무후는 자신의 권력 장악에 신경 쓰느라 백제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다.

그녀는 본국에 구원 요청한 유인원에게 정 못 견디겠으면 백제를 포기하고 본국으로 돌아오거나 여의치 않으면 신라로 넘어가라고 했다. 유인으로서는 기가 막히는 일이었다. 얼마 후 본국에서 유인궤가 사비성으로 입성하여 흩어진 군사들의 사기를 수습하고 동맹국 신라군과 합세하여 백제 부흥군을 공격했다. 불리해진 부흥군은 주류성을 포기하고 임존성(충남 예산)으로 후퇴하여 전력을 가다듬었다.

복신은 임존성으로 다시 몰려드는 백제 유민들을 새롭게 규합하여 병력을 강화하고 재무장을 시켰다. 그 무렵 일본에서 부여풍이 귀국했다. 부여풍은 일본에서 군선 170척에 병력 5천과 무기를 가득 싣고 왔다. 부여풍은 어려서부터 외교사신 가족들과 일본에 건너가 일본 여자와 결혼하여 30년을 살면서 자녀까지 두고 있었다.

복신이 구원 요청한 고구려 군사들이 나당연합군과 전투를 벌이는 틈을 타서 복신은 옹산성, 사정성, 내사지성, 진현성을 공격하여 되찾았다. 백제 군사들은 사기가 충천하여 곧 망국의 나라를 되찾을 수 있다는 자긍심이 대단했다.

부흥군은 주류성을 수도로 정하고 있었다. 부여풍은 백성들의 기대와는 달리 신의가 없고 경망스러웠다. 복신이 이끈 부흥군이 잃었던 여러 성을 되찾고 세력을 차츰 회복하자 부여풍은 수도로서 주류성이 적합하지 않다고 우겨 김제로 옮겼다. 그는 다시 변덕을 부려 주류성으로 또 옮겼다. 그 무렵 복신은 백성들 사이에 신망을 많이 얻고 있었다.

시기심이 많은 부여풍은 도침을 제거하고 자신을 비난한다하여 삼촌인 복신도 죽였다. 그러자 부흥군 장군 흑치상지는 당나라로 귀순해버렸다. 백제 부흥군을 이끌었던 복신이 죽자 신라 문무왕은 직접 군사를 이끌고 당나라와 연합하여 웅진에서 백제를 공격했다.

마침 금강 하구로 진격하던 일본 후속 군사 2만 5천 명은 당나라 수군에 참패하여 후퇴하고 말았다. 부여풍은 연합군에게 패하여 두 아들이 포로로 잡히자 살길을 찾아 고구려로 넘어가 버렸다. 복신이 없는 주류성은 쉽게 함락되었다.

임존성을 굳게 지키고 있던 지수신은 절대 항복하지 않았다. 그러나 당나라에 귀순한 흑치상지의 공격을 받아 패하자 그도 고구려로 망명했다. 그 뒤 백제는 영원히 일어서지 못했다. 복신과 부여풍의 반목이 없었다면 재기의 강력한 기운으로 일어서기 시작한 백제 부흥군이 그처럼 허망하게 무너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우리가 여기서 얻을 교훈이란 무엇인가. 지도자란 어려운 자리이다. 너그러운 덕으로 의심하지 않고 관용을 베풀 때는 베풀고 국가 이익에 배치되는 자들에게는 강력한 리더십으로 물리쳐야 한다. 또 말은 신중히 하고 뱉은 말에 대한 책임은 끝까지 지며, 조변석개가 되어서는 국민이 따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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