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송범석 기자] 펜은 칼보다 강하다.

막강한 권력 아래 감춰진 진실을 캐내 국민에게 알권리를 제공하는 언론은 시대의 불빛이요, 정의의 기치다. 물론 그 보도 사실이 ‘진실’일 때에만 국한되는 말이긴 하지만.

문제는 그 반대의 경우다. 명백한 의도를 갖고 거짓 내용을 그럴 듯하게 내보내 사람들을 선동하는 보도는 불길한 시대의 표상이요, 방조된 오만이다.

한미 FTA 수입 쇠고기 협상의 수석대표였던 민동석 외교통상부 외교역량평가단장은 “이 세상에서 나만큼 악플을 많이 받은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토로한다.

한미 쇠고기 협상을 끝낸 뒤 그에게 돌아온 것은 ‘매국노’ 딱지였다. 성난 민중은 수많은 저주를 민 전 수석대표는 물론 가족에게까지 퍼부었고, 그의 인형은 화형식을 당했다. 명예를 먹고사는 공직자가 사회적으로 매장당하는 순간이었다.

특히 <PD수첩>의 힘은 가공할만했다. 촛불이 타올랐고, 이명박 대통령은 공공의 적이 됐다. 정부가 무너졌고 청와대 수석들은 일괄사표를 냈으며, 총리와 장관들도 모두 사직서를 제출했다. 대통령이 사과까지 했지만 이미 세상은 미쳐있었다. 민 수석대표는 다음과 같이 그 때를 회상한다.

“세상은 살기가 넘쳤다. 미국을 상징하는 증오스런 소의 우상이 시청 앞 광장 중앙에 버티고 있었다. <PD수첩>의 힘은 혁명보다 강했다. 거기에는 이미 이성과 과학은 실종되고 괴담과 미신만 횡행했다.”

민 전 수석대표는 ‘공공의 적’은 바로 <PD수첩>이었다고 단언한다.

“<PD수첩> 사건은 언론의 자유가 아니었다. 그것은 언론의 자유라는 미명 뒤에 숨은 선동에 가까운 것이었다. 50분 동안 30곳 이상 조작 변조하고 왜곡 과장했다. 그토록 나라를 만신창이로 만들고도 단 한 번 진실하게 사과한 적이 없었다.”

책에서 그는 <PD수첩> 광우병 관련 방영분의 왜곡 조작 부분을 자세히 설명한다. 특히 일어나지 못해 끙끙거리는 소의 모습에 강한 의혹을 제기한다. 문제가 된 <PD수첩> 프로그램의 화면을 보면 쓰러져 뒷다리가 무릎을 꿇은 소가 나타나고 자막에는 ‘광우병 소’라고 적혀 있는데, 민 전 수석대표에 따르면 이 자료화면은 24년 전 영국 피츠햄 농장에 있는 소를 찍은 화면이었다.

그 소는 단순 골절된 소였고, 당시에는 영국에서 광우병이 뭔지도 모르던 시기였다. 민 전 수석대표는 인간광우병으로 죽었다고 보도된 아레사 빈슨도 사실은 다른 병에 걸렸음이 밝혀졌으며, 인터뷰 당시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을 말했던 자신의 인터뷰 내용은 다 잘려 나갔다고 답답함을 토로한다.

“나는 <PD수첩>이 처음부터 선동을 위한 거짓결론을 정해놓고 모든 등장인물과 내레이션, 화면, 수치를 그 방향으로 몰고 갔다고 확신한다. 언론 윤리상 PD가 이렇게 ‘사기극’을 연출해도 되는 것인가?”

민 전 수석대표는 다시 한 번 강하게 질타한다.

“미국의 모든 쇠고기 육수가 스프에 들어간다. 30개월 이상 연령의 쇠고기를 분쇄해서 햄버거로 만들고 있다. 미국 내 한국 식당에는 설렁탕‧곰탕은 물론 곱창전골까지 즐비하다. 그럼에도 3억의 미국인 중 쇠고기를 먹고 인간광우병에 걸린 사람은 없다. <PD수첩>은 여기에 대해 뭐라고 대답할 것인가?… <PD수첩>은 일부 잘못된 오보가 아니고 의도적인 ‘날조’다. <PD수첩>의 근본문제는 언론의 자유문제가 아니고 ‘진실’과 ‘거짓’의 문제인 것이다.”

민동석 지음 / 나남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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