南 "北 사과하라..비핵화 진실성 보이라"
北 "적반하장..제재없는 평등한 6자 개최"
美 "北 이웃 위협 중단해야"..中 "페이지 넘기자"

(하노이=연합뉴스) 베트남 하노이에서 23일 개막한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서 남.북.미.중이 정면 격돌했다.

한.미 양국이 천안함 사건에 대한 북한의 사과를 요구하고 6자회담에 앞서 비핵화의 진정성을 보이라고 촉구하자 북한은 즉석에서 "적반하장"이라고 반발했고, 중국은 6자회담 조기 개최를 통한 국면전환을 주장했다.

이날 오전 하노이 국제컨벤션센터(NCC)에서 열린 ARF 외교장관 회의 리트리트(Retreat:자유토론)에서 우리측 대표인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은 북한에 대해 "천안함 도발행위를 명확하고 진실되게 시인하고 사과하라"며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저해할 수 있는 어떤 도발행위도 자제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유 장관은 또 "북한은 국제사회의 촉구를 무시하고 핵개발을 지속하고 있고 한국에 대해 도발과 위협을 계속할 수 있다"면서 "북핵 문제는 6자회담을 통해 포괄적이고 근본적으로 해결해야 하며 그러려면 북한이 비핵화를 위한 진실된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고립되고 호전적인 행태를 보이고 있는 북한에 대해 일일이 대응하지 않겠다"며 "북한이 현재 이웃국가들에 대한 위협과 공격을 중단하고 비핵화를 이룬다면 역내의 책임있는 국가로서의 혜택을 향유하게 될 것"이라고 우리 정부의 입장을 지지했다.

이에 대해 북한 박의춘 외무상은 우리측의 사과요구에 대해 "적반하장"이라며 "공정하고 객관적인 조사가 선행돼야 한다"며 "천안함 문제는 아직까지 완전히 규명된 것이 아니며 진상을 객관적으로 밝혀내기 위해 검열단 파견을 요청했지만 한.미 양국이 이를 거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박 외무상은 특히 "북한이 2012년 강성대국을 목표로 경제발전을 이룩해가고 있는 시기에 이 모든 것을 파괴하는 정세가 도래했다"고 비난했다.

박 외무상은 이어 6자회담 문제를 거론, "(제재의 모자를 쓰지 않은) 평등한 6자회담을 통해 한반도 핵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을 할 것"이라고 강조하고 "정전체제라는 냉전시대의 유물이 아직 잔재하고 있으며 이를 조속히 평화체제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 양제츠 외교부장은 "천안함 문제는 유엔 안보리 의장성명이 발표된 만큼 이제 페이지를 넘겨야 한다"며 국면전환을 주장하고 "6자회담을 조속히 개최해야 한다"고 밝혔다.

4시간여 동안 진행된 이날 회의에서 27개 회원국의 상당수가 천안함과 북핵문제를 거론했으며 대부분 유엔 안보리 의장성명의 내용을 지지하고 한국 정부와 국민들에 대해 애도를 표했다고 외교 당국자가 전했다.

이런 가운데 의장국인 베트남은 이날 오전부터 의장성명 초안을 회람시킨 뒤 최종 문안을 놓고 남.북한을 상대로 막판 조율작업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이르면 이날 저녁 의장성명이 공식 채택될 것으로 예상되며 이 과정에서 관련국간 치열한 신경전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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