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천안함'-'6자회담' 공방
의장국 베트남, 남.북 입장 '동등 병기' 가능성

(하노이=연합뉴스) 베트남 하노이에서 23일 열리는 아세안 지역안보포럼(ARF)가 '천안함 외교전'의 핵심 전장(戰場)이 되고 있다.

이번 포럼에서 채택될 의장성명 문안의 대북규탄 수위와 방향을 둘러싸고 남과 북 사이에 한치의 양보도 없는 신경전이 전개되는 분위기다.

특히 미.중.일.러 등 한반도 주변열강들도 남과 북을 중심으로 미묘한 대치전선을 형성하고 있어 외교전의 긴장도가 가일층 고조되고 있다.

남.북간 신경전의 핵심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의장성명 기조를 유지하느냐다.

유엔 안보리 의장성명은 비록 북한을 '특정'하는데는 실패했지만 우리 정부의 주장이 7대 3의 비율로 반영돼있어 이를 그대로 유지할 경우 우리측으로서는 최소한의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얻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안보리 의장성명 기조에 더해 북한측 주장이 '+α'로 포함된다면 우리측으로서는 외교적으로 상당한 부담을 안을 가능성이 있고 '외교적 실패'라는 비판론에 직면할 소지도 커보인다.

이에 따라 우리 정부는 유엔 안보리 의장성명 기조를 유지하는 것을 마지노선으로 삼으면서 '천안함과 무관하다'는 북한측 주장을 제외하는데 외교력을 집중하는 모습이다.

특히 북한측 주장이 '기계적 균형' 차원에서 안보리 성명취지와 비슷한 비중으로 병기될 경우 아예 천안함 항목을 삭제하라며 의장국인 베트남을 압박하고 있다.

이에 대해 북한은 천안함 사건이 자신들과 무관하다는 입장을 되풀이하면서 6자회담에 대한 자신들의 주장을 '+α'로 반영하는데 총력전을 펴고 있다.

특히 6자회담의 전제조건으로 대북제재를 해제, 동등한 조건에서 회담을 진행하자는 내용을 의장성명에 반영시켜야 한다는게 북한측 입장이다.

ARF에 앞서 아세안 관련 연례회의를 무대로 펼쳐진 '전초전'에서는 남과 북이 일진일퇴의 공방을 주고 받은 형국이다.

우선 21일 아세안 외교장관회의(AMM) 성명에서 우리측은 안보리 성명을 지지한다는 내용을 이끌어내는데는 성공했지만 북한을 직접 명기하지 못했고 천안함 사태를 공격(attack)이 아닌 사건(incident)이라고 지칭하는 문제를 드러냈다.

22일 아세안+3 회의에서 채택된 성명은 'incident' 대신 'attack'이라는 표현이 들어갔고 비핵화와 관련한 '완전하고 검증가능한'이라는 우리측 주장이 반영된 점을 의미있게 볼 수 있다. 하지만 여전히 북한을 명시하지 못한데다 6자회담과 관련한 북한측 주장이 많이 반영되면서 전체적으로 남과 북의 주장이 '동등한 비중'으로 다뤄진 점이 한계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런 기조로 볼 때 ARF 의장성명은 안보리 성명의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6자회담과 관련한 북한측 주장이 일정부분 추가로 반영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이날 오전 열린 자유토론(Retreat) 형태의 외교장관 회의에서는 남과 북 사이에 치열한 공방이 전개됐다.

특히 사상 첫 외교.국방장관('2+2') 회의에서 천안함 동맹을 과시했던 미국측은 우리측을 적극 두둔하고 나서고 반대로 중국은 6자회담 재개를 고리로 북한측을 옹호한 것으로 알려졌다.

남과 북은 의장국인 베트남을 상대로 치열한 '장외 로비전'도 전개하고 있다. 유명환 외교장관은 이날 오후 베트남 총리와를 예방해 우리측 입장을 적극 설명할 예정이며 그 이후 북한 박의춘 외무상이 베트남 총리를 만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의장국인 베트남이 어떤 쪽으로 방향을 잡느냐가 의장성명의 전체 기조를 좌우하는 핵심 요인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외교소식통들은 이번 의장성명 문안을 놓고 정부측이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하지만 과도한 외교적 의미를 부여하기는 힘들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특히 베트남은 북한과 전통적 우방인데다 중립노선을 표방하는 아세안의 특성을 감안할 때 남과 북의 주장이 동등한 비중으로 다뤄질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 당국이 의장성명 자체보다 아.태지역의 주요 27개국이 한자리에 모이는 포럼에서 어떤 내용을 갖는 외교력을 발휘할 지가 보다 중요하다는 시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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