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 서울시청 로비에서  ‘서울옛길 12경’ 전(展)이 열리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3.18
서울 중구 서울시청 로비에서 ‘서울옛길 12경’ 전(展)이 열리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3.18

서울시청 로비서 ‘서울 옛길 12경’ 展

20세기 초까지 유지되다 점차 사라져

[천지일보=장수경 기자] 최근 서울시는 조선시대 지도 속에 담긴 원형 그대로의 서울 옛길 630개를 찾았다. 옛길은 20세기 초반까지 크게 변하지 않고 유지되다 일제강점기를 거치고, 최근 100년간 산업화·도시화되면서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이러한 가운데서도 원형 그대로 보존된 옛길은 우리 선조들의 삶과 문화가 담긴 장소여서 역사적 가치가 크다.

◆옥류동천길과 삼청동천길

이와 관련, 서울시청 로비에서는 ‘서울 옛길 12경’ 전시가 열렸다. 이는 도성대지도를 기초로 조선 후기 한성부에 주요하게 사용되던 대로와 중로 중 현재까지 남겨진 조선시대 옛길을 선정한 것이다. 12개의 옛길은 지형에 따라 형성된 남북 방향의 물길 중심의 옛길과 동서 방향의 고갯길이다. 이 같은 옛길에는 어떤 역사가 담겨 있을까.

먼저 ‘옥류동천길’은 인왕산 동쪽의 옥류동 계곡과 수성동 계곡 두 물줄기가 합쳐져 흘러내리는 옥류동천이 복개되면서 만들어졌다. 옥류동천은 조선시대에 ‘웃대’라는 이름으로 불리던 서촌의 중심부를 지난 후 백악산에서 흘러내려 온 백운동천과 합류한 다음 청계천으로 흘러 들어갔다. 옥류동은 인왕산 기슭에 자리해 도성 내에서 경치가 좋기로 이름난 곳이었다. 이에 풍류를 즐기던 선비들이 많이 몰려들었다고 한다.

안국동천길 (제공: 서울시)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3.18
안국동천길 (제공: 서울시)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3.18

삼청동천길’은 백악산 동쪽 기슭에서 발원해 경복궁 담장을 따라 흐르던 삼청동천 물길과 그 물길 옆 옛길이 함께 복개되면서 만들어졌다.

삼청동천은 조선시대의 교육기관이던 중학(中學) 앞을 지나던 물길로, 조선시대 삼청동은 산과 물이 어우러지는 아름다운 경치로 유명했다. 문화와 예술이 탄생했던 풍류의 장소이자 경복궁과 창덕궁 사이에 있어 관료와 양반의 가옥이 즐비했던 북촌이라 불리던 곳이었다.

‘안국동천길’은 정독도서관 부근에서 시작돼 청계천 방향으로 흐르던 안국동천이 복개되면서 만들어진 길이다. 안국동천길 위쪽에 조선시대 감고당이 위치했기에 감고당길이라는 이름으로 많이 알려졌다. 감고당은 명성황후 민비가 태어난 생가다.

‘제생동천길’은 현재 중앙고등학교 부근, 조선시대 제생동 북쪽에서 시작하는 물길이 복개되면서 만들어진 길이다. 이곳은 조선 초기에 서민들의 질병치료를 관장하던 의료기관, 제생원(濟生院)이 있어 붙여진 이름이다. 제생동이 나중에 계동으로 바뀌면서 계동길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지게 됐다.

◆북영천길과 진고개

‘북영천길’은 응봉 아래 북영 부근에서 시작돼 흐르던 북영천이 복개되면서 만들어진 길이다. 북영은 조선시대 훈련도감의 본영으로 창덕궁 경비를 담당하던 기관이다.

‘구리개길’은 조선시대의 대표적인 약방거리다. 이곳은 오늘날 을지로 입구에서 광희문에 이르는 길로, 구리개 일대는 조선시대 의료와 밀접한 지역이었다. 이곳에 대민의료기관이던 해민서가 있었기 때문인데 지금은 서울 지역의 약재상들이 경동시장에 모였지만 조선시대에는 혜민서 가까이 있던 구리개 일대가 서울의 대표적인 의원과 약방거리였다.

서울 옛길 12경 (제공: 서울시)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3.18
서울 옛길 12경 (제공: 서울시)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3.18

‘진고개’는 조선시대 남촌의 대표적인 고개다. 현재 세종호텔의 뒤쪽에 있던 진고개 이름의 유래는 ‘늘상 질척거리는 고개’라는 데서 비롯됐다. 이곳은 비가 올 때면 장화 없이는 통행이 불가능할 정도였다고 한다. 명동 쪽의 진고개길은 일제강점기에 일본인들의 집단 거류지가 됐고 혼마치(本町)라는 이름이 붙으면서 서울에서 가장 화려한 상점가로 변모했다.

또한 ‘정동길’은 대한제국의 역사가 살아 숨쉬는 길, ‘홍덕동천길’은 조선시대 성균관을 지나는 옛길이었다. ‘남산동천길’은 문화와 예술, 쇼핑을 대표하는 상업거리였고, ‘묵사동천길’은 중부시장과 방산시장을 지나는 시장길이다. 또 ‘필동천길’은 남산골 한옥마을과 이어지는 옛길이다.

이번 전시에 대해 서울시 도시재생본부 역사도심재생과 강수연 주무관은 “오늘날에는 도시화로 인해 옛길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하지만 우리 주위에도 옛길이 많이 남아 있다”라며 “시민들이 옛길의 역사적 가치를 알고, 보존을 위해 많은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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