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국민헌법자문특위로부터 개헌 자문안을 보고 받았다. 정부형태에서의 ‘대통령 4년 연임제’만 제외하고는 대부분 공감을 이뤘던 내용이다. 특히 헌법 전문에 ‘5.18 광주민주화운동’ 등을 적시한 것도 만시지탄이다. 그리고 ‘국민 발안제’와 ‘국회의원 소환제’ ‘대통령 선거 결선투표제’까지 포함시킨 것도 지금 시점에서는 딱 어울리는 내용이다. 여기에 더해서 기본권과 지방분권을 강조한 대목도 인상적이다.

그러나 내용이 좋다고 해서 그대로 개헌이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현실적으로 개헌안이 통과되기 위해서는 먼저 국회에서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가능하다. 다시 말하면 자유한국당이 반대할 경우 통과될 수 없다는 뜻이다. 그런데 지금 정치권 상황을 보면 더불어민주당만 제외하고 모든 야당이 반대하고 있는 형국이다. 이렇게 해서는 국회에서 통과되기는커녕 자칫 개헌안을 놓고 정치권이 정면충돌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이런 가운데 정의당이 개헌안을 실질적으로 통과시키기 위해 내놓은 ‘3대 제안’에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 당내 ‘헌법개정 및 정치개혁특별위’ 위원장을 맡고 있는 심상정 의원이 15일 밝힌 내용을 보면 첫째, 문재인 대통령이 개헌안을 발의하지 말고 국회에 ‘제안’해 달라고 했다. 문 대통령이 발의하면 국회에서 부결될 것은 뻔하며 이는 다시 정쟁을 촉발시켜서 정국을 더 어렵게 만든다는 취지이다. 둘째는 개헌의 방향과 시기와 관련해서 국회에서 개헌을 주도하기 위해 5당 10인의 ‘정치협상회의’를 개최하자고 제안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정부형태로서 ‘국회 총리추천제’를 언급했으며 선거제도와 관련해서는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제안하고 있다. ‘국회 총리추천제’는 국회에서 총리를 추천하는 방식이긴 하지만 ‘내각 구성권’이 없다는 점에서 근본적 한계가 있다. 그러나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은 아주 바람직한 방향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제안을 놓고 여야 5당이 머리를 맞대 보자는 취지로 풀이된다.

어떤 제도이든 완벽한 제도는 없다. 최악을 방지하고 최선을 추구하되 최선의 방안이 어렵다면 차선을 찾는 것이 정치의 올바른 방향이다. 나만 옳다는 방식은 최악의 독단이다. 정부형태를 야당이 반대하는 ‘대통령 4년 연임제’로 못 박는 것은 국회 부결을 유도하는 ‘노림수’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그리고 6월 지방선거와 동시에 처리하겠다고 밀어붙이는 것도 선거를 의식한 ‘표몰이’에 다름 아니라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 진정으로 이번 기회에 개헌안을 통과시키겠다는 의지라면 정의당 제안에 주목해주길 바란다. 문 대통령이 전면에 나서는 개헌안 발의는 불안하다. 그렇다면 정부형태든, 개헌안을 처리할 시점이든 남은 문제는 5당 10인의 ‘정치협상회의’에서 머리를 맞대길 바란다. 최선의 방안이 아니더라도, 그리고 좀 늦더라도 정치권의 합작품이 돼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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