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대북특별사절단으로 평양을 방문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국가정보원장이 8일 미국으로 출발했다. 방북 성과와 김정은 위원장의 ‘별도 메시지’를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통해 북미 대화의 돌파구가 열릴지 큰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방북 직후 정의용 실장이 브리핑 한 내용을 보면 생각보다 훨씬 의미 있는 성과가 나왔다. 남북정상회담과 핫라인 구축 외에도 한반도 비핵화를 놓고 미국과 대화할 뜻이 있다고 밝혔다. 그리고 대화가 진행되는 동안에는 핵과 미사일 실험을 중단하겠다는 뜻도 전해졌다. 첫 특사 방북치고는 상당한 성과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게다가 정 실장은 이번에 공개된 성과 외에도 “미국에 전달할 북한의 입장을 별도로 추가로 갖고 있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이번 방미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될 추가의 ‘별도 메시지’가 무엇인지에 관심이 모아질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짐작컨대 북한의 비핵화 의지에 대한 실천적 로드맵을 비롯해 북미관계를 새롭게 재정립하고 한반도 평화체제로 진입하는 내용의 뜻이 담겨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 북미 특사 교환과 정상회담까지 언급될 가능성도 높다. 아무튼 ‘말폭탄’을 쏟아 냈던 기존의 북미관계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터닝 포인트’가 전해질 것은 분명해 보인다.

이번에 남북이 합의한 6개항의 내용도 신선하고 큰 진전이다. 여기에 더해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될 ‘별도 메시지’까지 전하는 것은 김정은 위원장이 준비한 ‘회심의 승부수’가 될 수도 있다. 문제는 그 진정성과 이를 바탕으로 하는 당사국들의 외교적 노력이다. 이런 점에서 우리 정부가 그 중재적 역할을 하는 것은 매우 의미 있는 행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문재인 대통령이 당초부터 강조했던 ‘한반도 운전자론’이 탄력을 받을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방미 이후에는 중국과 러시아, 일본을 방문해서 방북 결과를 설명하는 방식도 모양새가 좋다.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진정성을 공유하고 그 실행을 위해 우리 정부가 외교적 노력을 다한다는 의미가 되기 때문이다.

이제 공은 미국 측으로 넘어가는 모습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라인은 여전히 불안정해 보인다. 북핵 문제를 놓고 미국 내에서도 갑론을박이 반복되는 것은 그런 이유가 아닐까 싶다. 혹자는 ‘전략적인’ 외교 방식이라고 하지만 실상은 혼선에 가까워 보인다.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을 우려하는 것은 그 연장선에 있다. 무지와 혼선이 자칫 화를 자초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북한이 준비하고 우리 대표단이 전달할 ‘별도 메시지’를 트럼프 행정부에서 누가 다듬고 실행으로 옮길 것인지, 그 적임자부터 정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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