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사태는 북한의 도발이며 만행임을 사실화하고, 그 사건을 계기로 한미군사동맹관계의 견실함과 나아가 동북아 힘의 균형의 우위를 확보하려는 의도에서  실시하려던 한미군사연합훈련은 시작도 하기 전 삐걱대고 있다.

미국 핵항공모함 등을 동원해 실시하려던 무력시위 성격의 금번 서해상에서의 훈련은 중국의 노골적인 반발에 좌충우돌하고 있었다. 6자회담을 앞두고 중국을 자극할 필요가 없다는 논리를 앞세우기는 했지만, 실상은 동북아 힘의 균형이 원치 않는 방향으로 이미 기울어지고 있으며 또 증명되는 순간이기도 하다는 예측을 가능케 한다.

미묘한 기류를 타고 있는 가운데 미국이 선택할 여지는 그리 많지 않아 보였다. 그에 따라 훈련장소를 서해상이냐 남해상이냐 동해상이냐 하며 우왕좌왕하는 가운데 결국 지난 16일 동해상에서 보다 규모를 확대시킨 무력시위를 실시하기로 일단락 지어졌다. 인정하기 싫겠으나 엄연한 중국의 외교적 승리였다.

이와 같은 과정에서 한미관계가 상호 진실된 동맹관계인가를 의심케 하는 또 하나의 사건이 불거졌다. 그것은 작전 브리핑 과정에서의 ‘동해’의 표기문제다. 중국의 공식적이고 노골적인 반대에 부딪힌 미국은 차선책을 논하는 브리핑 과정에서 ‘동해’를 ‘일본해’로 설명하고 말았다.

동맹국의 자존심을 깡그리 짓밟는 모욕과 치욕의 순간이다. 여기서 잠깐 생각해 볼 것은 금번 훈련이 과연 동맹국의 입장에서 상호 공동의 유익과 미래를 위함인가, 아니면 자국의 입장과 유익을 위함인가를 냉철히 짚고 넘어가야만 할 것 같다.

동맹국의 입장이 어느 정도 반영되고 있다면 동맹국으로 그 정도는 고려되고 배려되었어야 했다. 왜냐! 동해와 독도문제는 한국의 주권에 관한 사안이며, 한국의 자존심임을 모를 리가 없기 때문이다. 나아가 한국과 일본의 문제만도 아니요 온 세계가 주목하는 이슈라는 점이다. 더욱이 중요한 것은 독도와 동해의 분쟁의 근원엔 바로 미국이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우리는 냉철한 분석과 판단이 요구된다.

국제적 통례로 동해의 표기는 ‘Sea of Japan(East Sea)’으로 인식되어 왔음을 확연하게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한 나라의 영토와 주권의 문제는 양보할 수 없는 대상이다. 국민들의 가슴에 또 다시 모멸감과 상처를 안겨다 준 이상한 한미동맹이 실시하는 연합훈련이 계획되고 있는 것이다.

동상이몽(同床異夢)의 현실이 아닐 수 없다. 우리의 외교는 늘 자평과 자축에 지나지 않았다. 민간외교가 국가를 위해 사비를 털어가며 국가를 위한 홍보와 왜곡된 역사를 바로 잡으려 애쓸 때, 우리 정부와 국회는 집안싸움만 일삼으며 자중지란(自中之亂)의 극치를 보였다. 지금까지 외교의 결실이 이 한 방에 결론이 난 것이다.

‘나라 없는 백성이 있을 수 없다’는 이 진리를 위정자들만 모르고 있다. 구한말 역사가 말하고 있다.

팽창주의에 눈이 뒤집힌 미국과 일본은 경술국치(1910년) 5년 전 1905년 가쓰라-태프트밀약, 이름만 들어도 소름끼치는 밀약이 성사된다. 그것은 ‘조선은 일본, 필리핀은 미국’, 양국 외상이 주권국의 의사를 무시한 채 자기들끼리 맺은 비밀이며 밀실의 계략이었고, 힘없던 약소국의 비참한 현실이었다.

어찌 그 뿐인가. 전후 처리와 보상을 논한다는 명목하에 결성된 샌프란시스코조약에서 미국은 또다시 오늘날 독도가 분쟁지역이 될 수밖에 없는 불씨와 환경을 남겼다.
 
지난 역사는 그저 역사로 끝나서는 안된다.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의 거울인 것이다. 지금 우리가 정신을 차리지 못한다면 구한말 혼미했던 과거 정국으로 치달을 수도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미국의존 일변도, 계산 없는 의리와 동맹은 또다시 국민들을 통한의 세월을 걷게 할 수도 있음을 간과해선 안된다.

해는 서산으로 지고 나면 다시 동쪽에서 떠오르는 이 한 가지 진리를 깨달아야 한다. 선조들의 지혜 가운데는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본다’는 충고도 있다. 온 지구촌이 집중하고 있는 이 한반도, 구한말 암울했던 과거가 주는 사건들을 교훈삼아 또다시 외세가 아닌 우리가 주도권을 잡아나가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남아공월드컵에 참가한 목적은 ‘월드컵’을 거머쥐는 것이다. 금번 참가국 중 월드컵을 손에 넣은 스페인은 그들의 축구, 즉 ‘실리축구’를 구사해 그들의 출전 목적을 달성함으로써 온 국민에 기쁨을 안겨다 준 영웅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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