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조들은 어둠을 밝히고 잡귀를 쫓기 위해 중문에 닭이 그려진 벽사그림을 붙였다.

민화, 민간신앙과 결합… 주술적 의미 부여

[천지일보=김지윤 기자] 민화와 부적은 우리 선조들의 삶에서 떼어 놓을 수 없는 삶의 일부분이라는 견해가 학계의 일반적인 반응이다. 이는 오래 살고 복을 얻고자 하는 기복신앙의 대표적 산물인 것으로 풀이된다.

윤열수 가회민화박물관장은 13일 제86회 국학원 국민강좌에서 ‘한국 민화와 부적을 통해 본 전통사상’라는 주제로 부적과 벽사용 민화가 선조들의 삶에 어떻게 사용됐는지를 설명했다.

전통사상에서는 모든 사물에는 음양(陰陽)을, 삶에는 선악이 필연적으로 존재한다는 것이 근간을 이룬다. 윤 관장에 따르면 벽사용 민화는 기복을 해치는 잡귀나 악귀를 막기 위해 생겨난 그림으로 길상화(운을 부르는 그림)에 비해 종류나 수요가 국한됐으나 조상들의 삶 속에서 없어서는 안 될 필요한 그림이었다.

특히 벽사(辟邪)그림이 사악한 기운을 막고 잡귀나 마귀를 쫓는다고 믿은 조상들은 현세에서 복을 누리고자했다. 아울러 벽사그림은 불교나 도교 등 종교와 융합해 독특한 민간신앙을 형성했다. 조상들은 종교와 융화된 벽사그림이 신령스러운 힘이 있다고 믿었으며, 부적과 함께 집안에 들여놔 액을 막고 복을 누리고자 했다.

벽사그림은 주로 민화와 관련이 있다. 민화는 민간신앙과 결합돼 주술적 의미가 부여된 것이 상당수 있다. 특히 선동(仙童)이 불로초를 짊어진 모습이나 태상 노군이 그려진 세화(歲畵, 새해를 축복(祝福)하는 뜻)가 대표적이다.

우리나라 세시풍속을 기록한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에는 매년 정초가 되면 해태 개 닭 호랑이를 그려 붙였다고 기록됐다. 해태는 화재를 막기 위해 부엌문, 개는 도둑을 지키기 위해 광문, 닭은 어둠을 밝히고 잡귀를 쫓기 위해 중문, 호랑이는 악귀가 침입하지 못하도록 방어하기 위해 대문에 각각 걸렸다. 이 외에도 치우도 처용도 종규도 사신도 사령도 등이 있다.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는 부적은 소원을 이루고자 할 때 필요한 주술적 도구로 인식하고 있다. 부적의 종류는 소원성취, 액막이(벽사), 삼재부적 등이 있다.

윤 관장은 “인간뿐만 아니라 모든 현상에 과학적 증명이 가능하고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이 시대에도 부적의 영향력은 생활 곳곳에 미치고 있다”며 “현대인들은 그 어느 때보다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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