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대사 "합조단 브리핑.정상회담 뒤 中입장 변화"
"초기에 北 검열단 파견 주장 안보리서 먹혔었다"

(뉴욕=연합뉴스) "합조단 브리핑과 한.중 정상회담이 강경하던 중국의 입장을 돌려 놓았습니다"
박인국 유엔 대사는 11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천안함 관련 의장성명에 대해 국내에서 우리가 중국에 밀린 것 아니냐고 하는데, 그건 협상 과정을 잘 몰라서 그런 것"이라며 우여곡절을 겪은 협상과정의 뒷얘기를 털어 놨다.

박 대사는 "중국은 처음에 안보리에 오는 것조차도 강하게 반대했다"면서 "나중에 중국 대사에게 들어보니 공식 회부된 뒤 북한 측에서 중국 측에 `왜 그것을 못 막았느냐'며 엄청나게 항의했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지난달 중순 `P5(안보리 상임이사국 5개국)+2(한국.일본)'회담에서 본격적인 문안 조율 작업이 시작된 이후 중국은 `규탄.비난(condemn)'이라는 용어는 절대 안 되고, `공격(attack)'은 `사건(incident)'이나 `행위(act)'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을 뿐 아니라, 문맥상에서 북한이 책임이 있는 것처럼 비쳐지는 모든 것들에 대해 반대했다고 한다.

형식적으로도 의장성명보다 격이 낮은 의장의 `언론 발표문'으로 하자고 요구했다고 박 대사는 전했다.

중국이 이같이 주장한 근거는 1996년 동해 잠수함 사건 당시 안보리의 대응이었다.

당시에는 잠수함이라는 물증도 있었고 명백히 북한의 소행이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의장성명에서 규탄이나 비난 같은 용어는 전혀 사용되지 않았을 뿐 아니라 북한이라는 표현조차 들어가지 않았는데 이번 사건의 경우 북한이 `관계없다'고 주장하는데도 당시보다 강한 성명을 채택할 수 없다는 것이 중국의 논리였다.

그러나 합동조사단의 안보리 브리핑이 있고 난 뒤 중국이 서서히 입장을 바꾸게 됐다고 한다.
박 대사는 "당초 중국은 브리핑을 취소 또는 연기시키려고 의장에게 압력을 가했고, 실제로 이 브리핑이 3-4일가량 연기됐다"면서 "그러나 브리핑에 외국 전문가 6명이 적극적으로 참여한 것이 안보리 회원국들에 `아 이건 북한의 짓이구나' 하는 믿음을 줬고, 중국도 그 흐름을 무시할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당시 미국과 이란.가자 문제로 각을 세우고 있던 터키가 합조단 브리핑장에서 "한국의 입장을 지지한다"고 밝힌 것도 중국과 북한에는 상당한 타격을 줬다고 박 대사는 전했다.
그는 또 "논의 초기 북한의 검열단 파견 요구가 안보리 내에서 상당히 먹혔다. 일부 안보리 대사들이 `당사국인데 말할 기회를 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의문을 제기해 왔다"며 "그러나 정전협정 체제에서 그동안의 확립된 관행이 있음을 설명했고 중국이 예로 들었던 동해 잠수함 사건 때도 정전위가 가동됐음을 설명하면서 이들을 설득했고, 결국 성명 10항에 정전협정의 철저한 준수를 촉구하는 문항이 들어가게 되는 부수적인 수확도 얻게 됐다"고 설명했다.

특히 지난달 하순 선진8개국(G8)의 천안함 성명이 발표되고, 두 차례에 걸친 한.중 정상회담이 있고 난 뒤부터 중국 측이 협상에 임하는 태도가 달라졌다고 박 대사는 밝혔다.

그는 "중국 외교 파트는 오랜 북한과의 특수 관계로 인해 그걸 넘어서는 데 한계가 있다"면서 "그러나 정상회담 이후 중국 대표의 태도가 많이 누그러진 것을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 사건과 관계가 없다'는 북한의 입장이 들어간 성명 6항에 대해서는 "중국 측이 `엄연히 북한도 유엔 회원국인데 그들의 입장을 넣어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다른 것도 할 수 없다'고 강력히 요구했다"고 말해 중국과 정치적 타협이 있었음을 인정했다.

다만, 박 대사는 "이 조항에 대해 일부에서는 북한을 비롯한 일부 국가들이 북한이 이 사건과 관련이 없다고 한다는 반응이라고 오해하고 있다"면서 원문을 보면 `관계가 없다'고 한 것은 북한 하나일 뿐이고 다른 국가들의 다양한 반응, 예를 들어 터키 등과 같은 나라의 반응들을 유의한다는 뜻"이라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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