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급증 ‘생명 경시 풍조’ 때문 지적

최근 한 연예인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안타까운 일이 발생했다. 자살은 비단 연예인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사회 곳곳에서 삶의 고달픔으로 극단적인 방법을 택하는 일들이 비일비재하다.

이와 같은 현상은 자신 내부의 문제뿐 아니라 생명 경시 풍조도 무시하지 못할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지적이다. 이렇듯 사회에 만연한 생명 경시 풍조는 물질만능주의가 만들어낸 부산물로, 정신문명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그리고 이 정신문명을 주도하는 것이 바로 ‘종교’다.

그렇다면 각 종교는 자살을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는가. 과연 자살한 영혼도 구원을 받을 수 있는가.

이에 대해 천도교 임운길 교령은 자살에 대해 “사람의 근본은 죽고 사는 게 없다. 육신만 죽고 사는 것이지 영은 장생불사(長生不死)한다”고 말했다.

임 교령은 “천도교에서는 ‘죽는다’는 말이 없고 ‘환원(還元)한다’고 표현한다”며 “이는 인간의 생명을 비롯한 모든 생명은 궁극적으로 한울님으로부터 와서 살다가 다시 한울님의 무궁한 생명으로 돌아간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어 “성령(性靈)이 가는 곳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이 세상에서 우리와 함께 살아간다”며, 어떠한 영혼이든 이 세상에서 같이 살아간다는 ‘성령출세(性靈出世: 죽은 사람의 성령이 후대 사람의 성령 속에 다시 태어나는 일)’관을 강조했다.

김재완(한국민족종교협의회) 사무총장은 지난날 열린 2010생명사랑포럼에서 “민족종교는 현세적인 생사관을 가지고 있기에 저승에 대한 관심보다는 이승에 대한 집착을 보여주고 있다”며 “죽음을 업력의 결과에 따른 죄의 대가 혹은 원한의 업보라는 의식이 강하게 지배하고 있다”고 입을 열었다. 이어 “특히 자살일 경우는 자신의 업보라는 의식이 강하게 지배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증산도와 같은 경우 자살한 사람에 대해 우주가 신경을 쓰진 않으나 조상이나 자신의 영혼에 거리끼고 다시 사람으로 태어나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천도교  죽음은 한울님께로의 환원(還元)                 천주교  ‘자살은 해서는 안 될 일’로 명시      
            죽은 이의 영은 우리와 함께 있어                             영혼구원은 하느님이 결정하실 일

원불교  삶에 고마운 마음 갖는 은(恩)사상               개신교  ‘자살한 영혼 구원 없다’ 가르침
            자살은 무서운 독선, 폭력적 행동                             ‘믿기만 하면 구원’ 이견 등장

‘나’를 포함해 모든 존재들을 연기(緣起)론적으로 이해하고 있는 원불교는 은(恩)사상을 바탕으로 자살에 대해 설명한다.

한내창(원광대 원불교학과) 교수는 “‘은(恩)사상’은 나를 위해 전 지구가, 전 우주가 협력을 하고 있기 때문에 고마운 마음으로 자신의 삶에 최선을 다하는 것은 의무”라며 “자살은 이러한 의무에 대한 태만이요 배반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한 교수는 “어떤 형태로든 자살은 용납될 수 없는 것”이라며 “자살은 소중한 은혜의 관계망을 사정없이 잘라버리는 무서운 독선이요, 폭력적 행동”이라고 규정했다.

천주교 생명위원회 사무국장 박정우 신부는 “가톨릭 교리를 보면 자살은 해서는 안 되는 것으로 명시한다”면서도 “살아있는 사람이 죽은 이를 위해 기도는 할 수 있다”고 전했다.

박 신부는 이미 자살한 영혼은 구원받을 수 있는지에 대해 “영혼 구원은 사람들이 판단할 일이 아니다”며 “영혼 구원은 하느님이 하느님의 방법대로 결정하실 일”이라고 설명했다.

개신교의 경우 대부분이 ‘자살하면 지옥간다’고 믿고 있는데 이에 대해 <자살은 죄인가요?>의 저자 김기현 목사는 “자살이라는 특정한 죄 하나만으로 천국과 지옥을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 영혼이 천하보다 귀하다(마 16:26)’는 성경말씀처럼 생명은 귀중한 것이며, 하나님의 모양과 형상대로 창조됐기에 자살한 영혼은 구원받지 못한다는 것이 2000년간 기독교의 가르침이었다.

그런데 몇 년 사이 자살한 영혼도 하나님을 믿기만 하면 구원받는다는 가르침이 나오고 있자 자살한 영혼이 어떻게 되는지에 대한 올바른 교육이 진행돼야 한다는 의견이 대두되고 있다.

대부분의 종교는 자살에 대해 생명을 존중하지 않는 극단적인 행동으로 보고 있다. 그러면서 자살에 대해 함부로 판단하기보다는 자살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는 것이 더욱 중요한 일이라는 것에 입을 모았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