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송범석 기자] 게임 영화 소설에서 ‘스토리’가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다. 아무리 화려한 장치나 유명인의 이름을 달고 작품이 나와도 일단 ‘재미’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책은 철저하게 스토리를 재미있게 쓰는 법을 담고 있다. 10여 년간 일간지 문화부 기자로 활동한 저자는 각 분야의 스타 스토리텔러와의 인터뷰 내용을 통해 스토리 작성법을 소개한다. 특히 남들이 ‘물건’이라고 인정할 만한 작품을 만들 수 있는 작가들의 습관도 담고 있다.

특히 책이 제6장에서 소개하고 있는 극적인 스토리텔링을 쓰기 위한 방법은 주목할 만하다.

영화 <매트릭스>의 주인공 네오의 눈앞에 모피어스가 갖다 준 파란 약과 빨간 약은 행복 혹은 불행과 같은 이항 대립을 연출한다.

스토리텔링의 고수들은 이 같은 기법을 즐겨 쓴다. 고수들은 주인공을 위해 ‘8’자의 길을 준비하고, 그 길 가장 밑에서 주인공을 출발시킨다. 길은 이항 대립의 의미를 갖는다. 오른쪽이 천국이면 반대쪽은 지옥행이다.

이야기는 주인공이 교차점에 섰을 때 가장 재밌게 흘러간다. 이 교차점에선 오른쪽과 왼쪽 중 어느 쪽이 천국행 또는 지옥행인지 알 수 없다. 교차점에는 천국과 지옥이 겹쳐 있으며, 기회와 위기가 동시에 온다. 저자는 “주인공에게 기회와 위기를 동시에 선사하는 방식은 스토리에 엄청난 에너지를 불어넣어서, 스토리를 입체적으로 만든다”고 강조한다.

한편 기회로 인한 위기와, 위기로 인한 기회가 발생하면 독자들은 작품에 깊게 몰입한다. <춘향전> 역시 이러한 구조로 쓰였다. 옥에 갇힌 춘향이의 마지막 희망은 이몽룡의 암행어사 급제다. 그러나 춘향은 이 도령이 걸인 신세로 등장하면서 최대 위기를 맞는다. 이때부터 춘향이가 탄 롤러코스터가 속도를 높인다. 나락으로 떨어졌던 이 도령이 사실은 ‘로또’였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독자는 깊은 감동을 받는다.

책은 이외에도 사전 취재의 중요성, 승리하는 디테일의 조건, 수상한 인물을 넣는 기법 등 풍부한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문화기획자라면 꼭 알아야 할 기획력의 핵심을 담았기 때문에 기획자들에게 많은 도움이 된다.

장상용 지음 / 해냄출판사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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