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기우 최명희문학관 학예연구실장 (제공: 최명희문학관)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2.8
최기우 최명희문학관 학예연구실장 (제공: 최명희문학관)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2.8

“소설 ‘혼불’ 백과사전처럼 호남 풍속·문화 묘사 뛰어나”

문학관, 주민에게 열린 공간… 자연스레 문학과 친해져
혼불 속 덕담뽑기·명절민속체험 등 설 방문객 맞을 준비

[천지일보=이진욱 기자] ‘우리 전주인은 꽃심과 같은 저력으로 삶을 영위하려 한다. 상생과 조화, 삶의 여유와 멋, 사람의 도리와 의로움을 추구하며 전통을 토대로 창의적인 미래를 열어가고 나아가 꽃심으로 한국문화를 앞장서 견인하려고 한다.’

전북 전주시는 지난 2016년 6월 9일 시민의날에 ‘한국의 꽃심, 전주’ 선포식을 열고, 이같이 전주정신을 발표했다. ‘꽃심’이란 말은 소설가 최명희(1947∼1998)가 그의 장편소설 ‘혼불’에서 전주를 ‘꽃심을 지닌 땅’이라고 표현한 데서 비롯됐다.

꽃심이라 표현된 전주의 정신을 알 수 있고 전라도의 설 풍습을 체험하며 새해 덕담도 뽑을 수 있는 곳, 최명희문학관을 찾았다.

소설가, 극작가로서 최명희문학관을 지키고 있는 최기우(전주대 겸임교수) 학예연구실장을 7일 만나 문학관을 둘러보며 최명희 작가와 그의 삶에 대한 이야기와 함께 꽃심의 의미와 문학관 프로그램 등에 대해 들어봤다.

 

― 최명희 작가에 대해.

최명희는 전주 출신 소설가다. 전주기전여고에서 국어교사로 근무했고 1980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쓰러지는 빛’으로 등단했으며 1981년 동아일보 장편 소설공모에 ‘혼불 1부’가 당선됐다. 난소암으로 투병하면서까지 총 17년간 글을 쓰는 집념을 보였다.

‘혼불’은 1930년대 전북 남원의 몰락해 가는 양반가 며느리 3대의 이야기를 다룬 대하소설이다. 그의 글은 단어 하나, 문장 하나에도 숨결과 의미가 녹아있다. 어떤 문장을 펼쳐도 한 줄 한 줄 마음이 동하는 이유다.

생생한 우리말로 쓰인 최명희의 소설은 언어, 문체 등 문학적 가치도 크지만 호남지방의 세시풍속·관혼상제·노래·음식·의복 등을 묘사하고 있어 의상디자인, 식품, 조경, 철학 등 다양한 분야의 학자들에게도 백과사전과 같은 역할을 했고 연구의 주제가 돼 왔다.

― 혼불과 꽃심을 간단히 설명하면

혼불은 사람의 혼을 말하는 것이다. 소설의 표현에 의하면 크기는 종발만하며 맑고 푸르스름한 빛을 띠는 것인데, 죽기 전에 먼저 혼불이 나간다고 한다. 혼불에 대해선 최명희의 혼불같은 투신, 여성적인 넋 등 많은 평론가가 다양하게 그 의미를 해석하고 있다.

꽃심 역시 사전적인 의미로는 꽃의 심지를 가리키지만, 전주의 정신에 빗대 다양한 의미를 담고 있다. 전주정신은 ‘꽃심’이고 꽃심에는 전주 사람들의 고유하고 특별한 성질이 담겨있다. 타인을 배려하는 대동정신이 꽃심이고 문화예술을 아끼고 즐기는 풍류 역시 꽃심에서 비롯된다. 의로움을 추구하는 올곧음, 전통을 토대로 새로운 문화를 만드는 창신의 뜻도 있다. 꽃심을 제시어로 많은 시민이 각자 나름대로 다양한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전라북도 전주시 최명희문학관 전경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2.8
전라북도 전주시 최명희문학관 전경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2.8

― 최명희문학관은 어떤 곳인가

최명희문학관은 2006년 4월, 경기전 옆 작가의 생가 근처에 개관했다. 공간은 그리 넓지 않지만, 문학관은 전시실과 세미나실, 그리고 전시실 뒷마당과 앞마당도 있어 활용도가 높다. 작은 공원을 연상케 하는 곳으로 누구나 잠시 쉬어갈 수 있는 휴식공간이기도 하다. 문학관에는 지난 12년 동안 수많은 사람이 오갔는데, 방문한 분의 이름이나 글귀 등을 버리지 않고 곳곳에 다양한 방법으로 전시, 활용하고 있다.

전시관에선 최명희 작가의 원고, 지인에게 보낸 편지와 엽서, 작가의 생전 인터뷰 등에서 추려낸 말 등을 만날 수 있고, 최명희의 서체를 따라 쓰는 체험 공간도 마련돼 있다. 앞마당과 한옥 벽면, 담장 등 곳곳에서는 서예, 조각 등 지역 예술가들이 혼불을 읽고 형상화한 소소한 작품도 감상할 수 있다. 한마디로 이곳은 ‘혼불’을 통한 지역예술인들의 복합 문화 예술 공간이다. 가끔 시간이 나면 직원들이 작품을 만들어서 문학관 주변을 꾸미기도 한다. 최명희 작가는 글 쓰는 고통을 손가락으로 바위에 글자를 뚫는 것 같다고도 표현했는데, 이런 작가의 심정을 몸소 체험해 볼 수 있는 곳이 바로 최명희문학관이다.

― 문학관 운영 노하우와 특별한 점은

지난해 23만여명이 방문한 것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이곳은 전주시민이 체감하는 이웃집 같은 공간이라는 데 의미가 있다. 처음에 시작할 때 주민들을 초청해 마당에 고추를 말리거나 민들레 등을 캘 수 있도록 개방했다. 그리고 주민들에게 ‘혼불’을 읽게 했다. 그 결과 자연스럽게 전주시민들은 최명희 작가와 ‘혼불’을 이해하게 됐고 문학관을 가까이하게 됐으며, 스스로 꽃심을 전파하는 문학전도사의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러한 주민들의 호응을 바탕으로 한옥마을 축제와 연계해 시너지를 내고 있다. 해마다 학생들을 대상으로 백일장을 열고 있으며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손글씨공모전과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스토리텔링공모전 혼불학생문학상, 고등학생과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소설공모전 최명희청년소설문학상 등이 주요 사업이다.

― 설 명절 시민들을 위한 프로그램은.

‘혼불’로 읽는 명절은 나름 그 의미를 더한다. 최명희의 소설은 우리네의 생활사와 풍속사인 설, 정월대보름, 추석 등 명절에 대해서도 잘 표현하고 있다. 이에 문학관에서는 오는 15일과 17일 문학관을 개방하고 ‘혼불’ 속 ▲새해 덕담 찾기 ▲多복 다福 혼불 문장 뽑기 ▲혼불로 알아보는 설과 정월 대보름의 민속 ▲최명희 취재 수첩 ‘길광편우’ 만들기 ▲일 년 뒤 받는 나에게 쓰는 편지 ▲‘혼불’ 필사의 힘 필사의 탑 ▲최명희 서체 따라 쓰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설을 맞아 혼불에서 전라도의 민속 설과 정월대보름에 관한 부분을 발췌해 관람객에게 무료로 배포할 예정이다.

전라북도 전주시 최명희문학관에서는 매년 새해 삶의 지침이 되는 새해 덕담 뽑기가 진행되고 있다. (제공: 최명희문학관)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2.8
전라북도 전주시 최명희문학관에서는 매년 새해 삶의 지침이 되는 새해 덕담 뽑기가 진행되고 있다. (제공: 최명희문학관)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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