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조 한국전자통신연구원 로봇/인지시스템연구부 공학박사

이번 남아공월드컵은 역대 어느 월드컵보다 심판의 오심이 많았던 대회로 기억될 것이다. 프랑스와 아일랜드의 유럽예선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는 프랑스 티에리 앙리의 명백한 핸드볼 반칙에 의한 골을 인정하여 아일랜드의 본선 진출을 좌절시키는 예선전 최악의 오심을 범함으로써 본선에서의 오심 논란을 예고한 바 있다.

본선에 와서는 거의 매 경기 오심 논란이 불거지다가 독일과 16강전에서 잉글랜드 램파드의 슛이 크로스바를 맞고 골문을 50㎝ 이상 넘어갔다 나왔지만 골로 인정하지 않은 대회 최악의 오심을 범했다. 연이은 오심에 의한 심판 비난의 여론이 들끓자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은 그동안 논의해온 골 판독 기술도입 문제를 국제축구평의회에서 재협의하기로 약속하기에 이르렀다.

FIFA가 그동안 축구를 휴먼스포츠라고 하여 심판 판정에서의 과학기술 도입에 보수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던 사이, 최첨단 중계기술의 지원을 받은 관객들의 수준은 자신의 오감에만 의존해야 하는 3명의 심판들에 비해 월등히 높아졌다.

이번 월드컵에 동원된 카메라는 총 32대로 그 중에는 초당 2700여 장을 찍는 초고속 모션 카메라와 경기장 상공을 빠르게 이동하는 무인 카메라까지 최첨단 과학기술을 탑재하고 있다. 심판이 보지 못하는 각도에서도 슬로우 모션으로 공이 머리를 스쳐 땀방울이 튀는 모습까지 생생히 중계되고, 천장의 무인 카메라는 오프사이드의 위치를 정확히 판정해내니 제 아무리 공정한 심판이라도 어떻게 최첨단 과학으로 무장된 관객의 수준을 따라가겠는가? 그러니 이번 월드컵에서의 오심 논란은 과학기술 도입을 거부한 FIFA의 결정에서 이미 예고되어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 FIFA에 도입을 요구하고 있는 골 판독 기술은 공교롭게도 월드컵에서 최악의 오심 논란에 휩싸였던 영국과 독일의 기업에서 각각 개발한 기술이다. 영국 호크아이사가 개발한 시스템은 초당 500장을 찍는 6대의 카메라를 골대 부근에 설치해 최첨단 컴퓨터 시각 기술로 골을 판별해 내어 주심이 착용한 손목시계로 신호를 전달하도록 되어 있다.

독일 카이로스사가 개발한 시스템은 공 안에 소형 칩을 집어넣어 전선이 설치된 페널티 지역에서 자기장을 인식해 공의 골라인 통과 여부를 판별해 낸다고 한다. 어느 방식이 되었든지 FIFA는 적극적으로 첨단 과학기술을 도입해야 할 시점에 이르렀다. 만일 지금까지처럼 과학기술 도입에 소극적이고 그릇된 인본주의를 강조하여 골라인 주변에 주심 2명을 추가하는 선에서 오심 논란을 매듭짓는다면 첨단 과학기술로 무장한 관객들의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될 것이다.

스포츠 분야뿐만 아니라 우리 생활 안에서 첨단 과학기술은 공정성을 높여주는 데 많이 활용되고 있다. 인터넷이 발전하여 기업회계의 투명성과 공정성이 많이 높아졌고, 범죄수사에는 첨단 과학기술의 활용이 필수 불가결하게 되어 있다. 필자가 관여하고 있던 로봇카페 시범운영에서도 고객들의 반응이 재미있었는데, 로봇이 음료를 주문받고 배달하는 과정에서 주문한 테이블 순서대로 음료를 배달 받을 수 있어서 좋았다는 반응이 있어 작지만 첨단기술이 공정한 사회에 기여할 수 있음을 느낀 바 있다.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들은 다방면에서 과학기술의 혜택을 받고 있고 예전보다 더욱 다양한 사회를 접하고 있다. 다양한 사회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일들에서 공정성을 기하는 일은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 데 가장 중요한 덕목이 되고, 첨단 과학기술을 잘 알고 활용하게 될 때 공정성은 더욱 높아지게 됨을 다같이 인식하고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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