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0남아공월드컵에 출전한 각국 감독과 선수들의 모습. 박주영(왼쪽), 오른쪽 위부터 디에고 마라도나(아르헨티나) 감독, 남아공 선수들, 나이지리아·선수들/ 연합 FIFA

32개국 중 27개국 기독교 인구 높아

2010남아공월드컵이 이제 막바지에 달했다. 비록 아쉬움이 남는 경기이긴 했으나 이번 월드컵에서 대한민국은 원정 첫 16강 진출이라는 위업을 달성해 국민들에게 기쁨을 안겨줬다.

32개국이 출전해 그동안 갈고 닦은 실력을 선보이는 월드컵에서 경기 외에 또 다른 재미를 찾는다면 승리를 기원하는 각 국 응원단의 모습과 선수들의 골 세리머니를 꼽을 수 있다. 각 나라의 문화와 종교적 성향을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남아공월드컵에서는 그라운드에 들어설 때 성호(聖號)를 긋는다거나 골을 넣었을 때 기도하는 선수, 코칭·스텝들을 자주 목격할 수 있었다.

종교와 인종을 넘어선 스포츠이기에 그라운드 안에서는 종교 간 갈등도 편향도 없었다. 비록 우리나라에서는 특정 종교를 생각나게 하는 골 세리머니를 하지 말아달라는 요청도 있었지만 말이다.

2010남아공월드컵에 출전한 32개국 중 27개국이 로마가톨릭 그리스정교 가톨릭 개신교 복음루터교 성공회 등 그리스도교를 바탕으로 한 기독교 인구가 다른 종교에 비해 월등히 높았다.

기독교를 국교(國敎)로 하는 국가도 있는 만큼 이번 월드컵에서 승리를 기원하는 그들만의 방식은 다분히 종교적이었다.

선수시절의 허정무 감독과 24년 만에 맞붙어 팽팽한 긴장감마저 돌았던 아르헨티나의 디에고 마라도나 감독 역시 성호를 긋고 손에 쥐고 있는 묵주(반지)에 키스를 하는 등 기도하는 모습이 자주 비쳐졌다.

포르투갈, 파라과이 선수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여러 종교가 공존하는 다종교 사회인 대한민국 또한 예외는 아니었다.

이번 대표팀에는 박주영, 이영표, 김동진 선수를 비롯해 김영광, 안정환, 이운재 선수 등 유독 크리스천 선수가 많았다. 허정무 감독 또한 크리스천이다. 그래서인지 월드컵 사상 첫 원정 16강이 확정되는 순간 이영표, 김동진 선수가 무릎을 꿇고 서로 머리를 맞대며 기도하는 모습, 하늘을 향해 “주여”라고 외치는 모습이 화면에 잡혔고 이 모습은 묘한 감동을 주기도 했다.

개최국 남아공이나 나이지리아, 카메룬 같은 나라는 골 세리머니로 전통춤을 추기도 했는데 이는 토착종교를 바탕으로 나온 세리머니라고 할 수 있다.

이 외에도 다양한 종교가 있지만 출전국의 종교비율에 따라 승리를 기원하는 모습도, 골 세리머니도 어느 한 쪽에 치중될 수밖에 없다.

월드컵은 지구촌의 축제다. 세계인이 주목하는 만큼, 또 세계인들이 모인 만큼 자국(自國)의 문화와 종교적 성향이 드러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 아닌가 한다.

2014브라질월드컵에서는 경기도 보고, 각 나라의 문화와 종교도 체험해보는 ‘일석이조’의 기쁨을 누려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