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염력’ 류승룡. (제공: 프레인글로벌)
영화 ‘염력’ 류승룡. (제공: 프레인글로벌)

 

초능력으로 세상과 맞서 싸우는 아버지 연기

“데뷔 늦어 마음 조급했고 늘 공허했다” 고백

“남들에게 행복 주려면 내가 먼저 행복해야죠”

[천지일보=이혜림 기자] 배우 류승룡이 영화 ‘염력(감독 연상호)’으로 스크린에 복귀했다.

그의 인생 굴곡 그래프는 파란만장하다. 연극에서 영화로 주 무대를 옮긴 그가 출연한 ‘내 아내의 모든 것’ ‘광해, 왕이 된 남자’ ‘7번방의 선물’ ‘명량’ 등 영화는 흥행 가도를 달렸다. 대세가 된 배우 류승룡을 향해 CF계의 러브콜이 쏟아졌고, 그는 2013년 한국광고주대회 광고주가 뽑은 좋은 모델상을 받는 등 CF로도 상한가를 기록했다.

너무 빠르게 달렸던 탓일까. 주가를 한창 올리던 그는 한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한 동료 연예인의 입에서 나온 말로 인성 논란의 도마 위에 올랐다. 방송 이후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류승룡 인성 논란’이 일었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손님’ ‘도리화가’ 등 주연작들이 잇달아 참담한 성적을 기록했다. 절차탁마(切磋琢磨)하며 촬영한 ‘7년의 밤’은 계속해서 개봉이 미뤄졌고, 호기롭게 악역에 도전한 ‘제5열’은 제작이 연기됐다.

영화 ‘염력’ 류승룡. (제공: 프레인글로벌)
영화 ‘염력’ 류승룡. (제공: 프레인글로벌)

그런 그가 첫 상업영화이자 한국형 좀비영화 ‘부산행’으로 천만관객을 불러 모았던 연상호 감독의 ‘염력’으로 대중 앞에 나섰다. 연 감독과는 애니메이션 ‘서울역’에서 목소리 출연을 했던 게 인연이 됐다.

‘염력’은 갑자기 초능력이 생긴 아빠 ‘신석현(류승룡 분)’과 모든 것을 잃을 위기에 빠진 딸 ‘신루미(심은경 분)’가 세상에 맞서 상상 초월 능력을 펼치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영화 개봉을 앞둔 25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배우 류승룡을 만났다. 3년 만에 진행되는 인터뷰에 조금 들뜬 모습이었다.

“3년 만에 관객분을 만나는 영화이다 보니 설레고 긴장되고 그래요. 장르 자체도 우리나라에서 흔한 소재는 아니기 때문에 많이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영화 ‘염력’ 류승룡. (제공: 프레인글로벌)
영화 ‘염력’ 류승룡. (제공: 프레인글로벌)

왜 이렇게 오랜만이냐는 질문에 그는 “사실 쉰 적은 없다. 재작년엔 ‘7년의 밤’에 폭 빠져 살았었고 작년에는 8월까지 ‘염력’에 빠져 살았다”고 말하며 웃었다.

사극부터 액션, 코미디까지 폭넓은 스펙트럼의 연기력을 입증해온 류승룡은 평범한 아빠지만 딸을 위해 염력을 발휘하는 ‘신석현’ 역을 맡았다. 류승룡은 “영화 자체가 평범한 우리를 응원하고 웃음을 전하는 영화다. 누군가는 이런 능력을 갖췄다면 자신의 관심사에 썼을 것”이라며 “신석현은 생계를 위해 초능력을 사용하려고 하다가 딸이 위험에 처해 구하려다 보니까 정의감에 불타서 희생한다”고 설명했다.

‘어벤저스’ ‘슈퍼맨’ 등과 같은 히어로와 동급으로 생각하면 오산이다. 류승룡은 “외국의 멋있는 영웅을 보면 여러 가지 장치도 있고, 옷 핏도 좋다. 그런데 저는 아무것도 없다. 헐렁한 옷에 펑퍼짐한 몸매. 그런 것 자체가 재미있다”며 “큰 지구를 지키는 일은 아니지만 평소에 보는 동네 아저씨가 능력을 나쁜 데 쓰지 않고 좋은 일에 쓸 때 관객이 카타르시스를 느끼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영화 ‘염력’ 류승룡. (제공: 프레인글로벌)
영화 ‘염력’ 류승룡. (제공: 프레인글로벌)

“배우로서 이번 작품을 통해 반은 이룬 것 같아요. 촬영하면서 너무 행복했어요. 촬영을 6개월 정도 하는데 나이를 먹으면서 이 기간이 진짜 소중하고 재미있거든요. 물론 감독님의 영향이 가장 컸고요. 그때의 행복했던 마음을 영화로 전하고 싶어요.”

평범한 40대 아빠가 되기 위해 그는 몸무게를 12㎏ 늘렸다. 이는 연 감독의 주문이었다. 류승룡은 “전작을 준비하면서 많이 뺐었다. 근데 행사장에서 마주친 연 감독님께서 너무 놀라시더라”라며 “자기가 상상하던 건 이런 모습이 아니라고 하더라. 이전 영화 마무리되면 몸을 자기 몸처럼 편하게 해달라고 해서 그렇게 했다”라고 말하며 웃었다.

영화 ‘염력’ 류승룡. (제공: 프레인글로벌)
영화 ‘염력’ 류승룡. (제공: 프레인글로벌)

실제로 만난 류승룡은 영화의 주인공 신석헌만큼 진중하면서도 개성 넘치고 유쾌했다. 신석헌이 하루아침에 생긴 염력으로 인생환의 전환점을 맞는 것처럼 류승룡도 ‘염력’으로 배우 인생의 제2막을 활짝 열 수 있을까. 이날 류승룡은 유독 초심에 대해 많이 이야기했다.

그는 “너무 정신없이 말처럼 앞만 보고 달리다 보니까. 조급했던 것 같다. 영화도 늦게 시작했고, 영화를 하기 전에 난타 공연을 했지만 막노동을 오래해 마음이 조급했다”며 “속도가 중요하지만 방향도 중요한데 한쪽에 치우쳤던 것 같다. 그러면서 늘 마음은 공허했다”고 고백했다.

이어 “사람이 하는 작업이고, 감동을 줘야 하는데 그러질 못했다. 그때야 비로소 초심을 찾았다”며 “챙기지 못한 주위를 둘러보는 시간을 가졌다. 다행히 예전보다 쉬는 시간이 있어서 많이 만나고 내려놓게 됐다. 남들에게 행복을 주려면 내가 먼저 행복해야겠구나 싶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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