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이 대우건설 매각 본입찰에 나선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대우건설 본사 앞을 한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출처: 뉴시스)
산업은행이 대우건설 매각 본입찰에 나선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대우건설 본사 앞을 한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출처: 뉴시스)

대우건설 본입찰 단독 참여

인수가 1조 6200억원 제시

‘지분 40% 우선 인수’ 제안

26일 우선협상자 결과 주목

[천지일보=유영선 기자] 시공능력평가 13위 호반건설이 사실상 업계 3위 대우건설의 새 주인이 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19일 금융 및 건설업계에 따르면 산업은행이 이날 진행한 대우건설 지분 50.75% 매각을 위한 본입찰에 입찰제안서를 낸 것은 호반건설뿐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호반건설은 대우건설 인수가로 1조 6200억원가량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산은이 대우건설에 투입한 3조 2천억원의 절반 수준인 데다 기대치 2조원을 밑도는 액수다. 하지만 최근 대우건설의 주가가 내려가면서 불가피하게 매각가격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산은이 매물로 내놓은 대우건설 주식 2억 1093만 1209주(지분율 50.75%)의 최저가격은 대략 1조 5600억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은행이 매각 공고를 한 작년 10월 13일만 해도 대우건설 주가는 7150원이었으나 5960원(19일 기준)에 그치고 있다.

입찰에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던 중국계 투자업체 엘리언홀딩스와 중국계 사모투자펀드 퍼시픽얼라이언스그룹은 입찰제안서를 내지 않았다. 호반건설은 매각 대상지분 50.74%를 주당 7700원에 사들이는 방안을 제시했다.

대우건설 지분 50.75% 중 40%를 먼저 1조 2000억원에 사들이고 나머지 지분은 풋옵션을 보장해 2~3년 내에 인수하는 방안을 호반건설은 제안했다. 산은이 대우건설 경영에서 손을 뗐을 때 발생할 수 있는 신용도나 자금조달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이러한 방안을 호반건설이 제시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산은은 호반건설의 이러한 제안을 충분히 검토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는 이번 호반건설의 단독 입찰로 대우건설 인수가 유력해졌다고 전망하고 있다. 무엇보다 엘리언홀딩스의 탈락으로 본 입찰에서 매각가격이 올라갈 일은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호반건설이 금호산업과 SK증권 인수전에 이름을 올렸다가 중도 하차한 것과 달리 이번 만큼은 끝까지 완주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예상이다. 게다가 당초 산은이 기대했던 가격보다 5000억원 이상 낮아져 대우건설을 저렴하게 인수할 기회인 만큼 호반건설이 마다할 이유가 없는 셈이다.

다만 일각에선 호반건설의 대우건설 인수방식 및 자금조달 여부가 불투명하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과거 금호아시아나그룹이 대우건설을 인수했다가 경영난을 겪은 선례가 있는 데다 연간 매출액이 10배가량 차이가 나고 있어 인수자로 적합하지 않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또 대우건설 노조가 지난 17일 성명서를 발표하고 호반건설의 인수를 강력히 반대하고 있어 난항이 예고되고 있다.

산업은행은 이르면 26일 열릴 이사회에서 호반건설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여부를 정할 예정이다.

호반건설이 시공능력평가 3위인 대우건설을 인수할 경우 단숨에 업계 3위권의 전국구 건설사로 거듭나게 된다. 호반건설은 그동안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공급하는 공공택지를 사들여 시행·시공을 겸하며 공동주택을 공급해왔다. 호반건설 인수가 현실화될 경우 대우건설이 보유한 플랜트·토목·원전 시공 능력까지 갖춘 명실상부한 대형 종합 건설사로 도약하게 된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