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필리핀 천주교 신자들이 9일(현지시간) 마닐라에서 열린 블랙 나자렌 축제에서 거칠게 밀치며 검은 십자가상에 가려고 하고 있다. 필리핀 마닐라에서 매년 1월9일 검은 예수상과 십자가가 거리를 행진하는 '블랙 나자렌 축제'가 프랑스 파리연쇄테러 여파로 강화된 보안 속에 열렸다. (출처: 뉴시스)
수많은 필리핀 천주교 신자들이 9일(현지시간) 마닐라에서 열린 블랙 나자렌 축제에서 거칠게 밀치며 검은 십자가상에 가려고 하고 있다. 필리핀 마닐라에서 매년 1월9일 검은 예수상과 십자가가 거리를 행진하는 '블랙 나자렌 축제'가 프랑스 파리연쇄테러 여파로 강화된 보안 속에 열렸다. (출처: 뉴시스)
수많은 필리핀 천주교 신자들이 9일(현지시간) 마닐라에서 열린 블랙 나자렌 축제에서 거칠게 밀치며 검은 십자가상에 가려고 하고 있다. 필리핀 마닐라에서 매년 1월9일 검은 예수상과 십자가가 거리를 행진하는 '블랙 나자렌 축제'가 프랑스 파리연쇄테러 여파로 강화된 보안 속에 열렸다. (출처: 뉴시스)

“만지면 병 치유·축복 얻어”
필리핀 거리 한복판 에워싸
퍼레이드 중 매년 사고 발생

[천지일보=이지솔 기자] 필리핀에서는 매년 1월 진귀한 광경이 펼쳐진다. 가톨릭 신도 수백만명이 길거리에 나와 거리를 지나가는 ‘검은 예수상’ 목각상을 보고, 만지려고 몰려들기 때문이다. 올해도 지난 9일(현지시간) 필리핀 마닐라 한복판에는 150만명의 가톨릭 신도들이 모여 ‘검은 예수상 퍼레이드’에 참여했다.

‘블랙 나사렛’이라고도 불리는 검은 예수상은 스페인의 식민지였던 멕시코에서 왔다.

검은 예수상은 1606년 스페인의 가톨릭 선교사들이 멕시코에서 들여오다 당시 운반하는 도중 배에 불이 났지만, 예수상은 불에 겉모습만 그을렸을 뿐 형체는 온전한 모습을 유지한 채로 발견돼 필리핀 가톨릭 신자들 사이에서 ‘기적의 상징’으로 불린다.

신자들은 이 검은 예수상이 수 세기 동안 화재를 비롯한 지진, 제2차 세계대전의 폭격에도 보존된 그 자체가 놀라운 능력이라며 이를 ‘기적의 상징’으로 여기고 있다.

검은 예수상 축제는 17세기부터 매년 1월 9일 필리핀에서 열리는 행사로 국민 85%를 차지하는 가톨릭 신자들의 연례행사이다. 해마다 100만명 이상의 신자들은 블랙 나사렛을 만지면 병이 낫고, 축복을 받는다는 믿음으로 예수상에 키스하는 ‘파할이크 의식’을 하기 위해 거리를 에워싼다.

행사에서는 남자들이 400년이 넘은 검은 예수상을 들것에 싣고 줄을 연결한 채 들고 키아포 교회에서 행사장 입구까지 받들려 이동하는데, 길거리 사람들은 상에 연결된 줄을 끌어당기는 것만으로도 죄를 용서받고 소원이 이뤄진다고 믿는다. 또한 검은색 십자가에 닿은 수건으로 몸을 닦아도 기적이 이뤄진다고 믿는다.

이렇게 몰려드는 사람 때문에 행진은 열렬하다 못해 광적인 행사로 해마다 수백만명의 신자들이 행진 중에 무질서로 인한 사망사고와 안전사고들이 무수히 발생한다.

마닐라 당국은 지난 2016년 사람들이 십자가상을 만지려고 몰려들면서 축제 5시간 만에 최소 150명이 다쳤다고 전했다.

올해는 150만명이 행사에 참여했지만, 다행히 별다른 사고 소식 없이 무사히 진행됐다.

이에 경찰 당국은 행사 전날 비상에 걸린다. 필리핀 키아포 교회의 관계자와 경찰관계자들은 행사 기간 참가자들의 과도한 열기로 안전사고가 발생할 위험이 매우 크다며 임신부와 노약자, 어린이의 행사 참석에 자제를 당부했다.

한편 성경에서 예수는 하나님의 영광과 능력을 나타내고자 갖은 표적과 이사를 예루살렘 유대인들에게 보여줬다. 예수는 병든 자를 고치고, 죽은 자를 살리는 등 기적을 행했다. 하지만 예수가 선포하는 말씀을 들으려는 목적이 아닌, 단순히 표적만을 구하며 자신을 찾는 자를 경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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