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표] “그대 눈부신 겨울 파도에 넋을 잃어 보라”
[쉼표] “그대 눈부신 겨울 파도에 넋을 잃어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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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영도구에 위치한 태종대의 신선대 전경. 바위 절벽에 찌를 듯한 ‘무한의 빛’ 조형물과 바다를 바라보는 망부석, 하늘 구름의 조화가 다채롭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1.5
부산 영도구에 위치한 태종대의 신선대 전경. 바위 절벽에 찌를 듯한 ‘무한의 빛’ 조형물과 바다를 바라보는 망부석, 하늘 구름의 조화가 다채롭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1.5

신선 도끼자루 썩는 줄 모른 ‘신선대’
태종 무열왕, 경치에 취해 활을 쏘다
태종대 지킴이, 송구영신 ‘영도 등대’

[천지일보=이지영 기자] 부산의 명소 태종대를 찾았다. 해돋이 명소로도 꼽히지만, 기자가 태종대를 찾은 건 겨울 바람이 본격적으로 불기 시작한 작년 12월 초였다.

부산하면 해운대 광안리가 얼른 떠오르지만, 실제 태종대를 한 번이라도 가본 사람이라면 분명 이곳을 먼저 기억하게 될 것이다. 그만큼 경관이 아름답기 때문이다.

기자 또한 10여년 전 태종대를 찾았을 때 신선대 위에서 바라보던 파도의 모습이 늘 잊히지 않았었다. 10여년의 시간이 흘러 다시 만난 태종대. 그때는 여름이었고 이번엔 겨울 바다라 사뭇 느낌은 달랐지만 절경은 그대로였다.

흐린 날은 운무에 싸여 그 나름의 운치를 자랑한다면, 날씨가 깨끗한 날 특히 바람까지 불면 신선대로 몰려드는 파도의 모습은 상상으로만 그릴 수 없는 모습을 보여준다. 세찬 바람에 결결이 부서져 다가오는 파도는 해변가 모래사장을 향해 이는 얕은 파도와는 그 느낌이 다르다.

깎아 세운 듯한 바위 절벽 아래 깊은 바다가 그대로 펼쳐지기 때문이다. 바람에 몸을 가누기 힘들 지경이어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그 모습에 넋을 잃게 되는 이곳.

신선이 도끼자루 썩는 줄 모르고 머물러 '신선대'라는 이름이 붙여졌다는 설화가 그냥 생긴 게 아닌 듯 싶다.

태종대 전망대에서 보이는 주전자섬.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1.5
태종대 전망대에서 보이는 주전자섬.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1.5

청명한 날에는 56km 거리에 떨어진 일본 쓰시마섬까지 볼 수 있다는 점도 특이점이다.

태종대라는 이름에 얽힌 설화도 있다. 조선 3대 임금 태종 이방원과 연결 짓는 설도 있지만 그보다는 태종 무열왕인 김춘추가 이곳의 빼어난 경치에 취해 활을 쏘던 장소라서 태종대라는 이름을 갖게 됐다는 것이 가장 대표적 설화다.

태종대 유원지를 어떻게 감상하면 좋을까. 태종대가 위치한 부산 영도구는 섬으로 연결된 지역이라 버스와 자가용을 이용해 부산대교를 거쳐 들어가야 한다.

영도해안을 따라 최남단으로 진입해 태종대 주차장에 도착하면 그때부턴 차량진입이 통제된다. 걷거나 다른 이동 수단을 이용해야 하는데 주차장 입구에서 조금 걸어 올라가면 '다누비' 열차 승강장을 찾을 수 있다. 또 다른 방법은 태종대 외곽을 둘러 볼 수 있는 유람선을 이용하는 방법이다. 유람선 안내자의 설명에 따르면 배를 타고 해안 절벽을 봐야 진짜 태종대를 감상하는 것이라며 우리를 설득했다. 솔깃한 말이지만 치러야 할 배 삯이 너무 비쌌다.

일행은 다누비 열차를 타고 신선대와 그 주변부를 보기로 했다.

열차에서 내린 후 전망대에 다다르면 두 아이를 안고 있는 모자상을 가장 먼저 만날 수 있다. 굳이 이 곳에 모자상을 설치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신선대는 자살바위라고도 불리는데 특히 성적을 비관한 학생들의 안타까운 자살 소식이 많았다. 그래서 신선대에 내려가기 전 전망대에 이 모자상을 설치했고 모성애를 자아내는 모습에 마음을 실제 돌이킨 경우도 있다고 한다.

전망대의 탁 트인 바다 전경을 잠깐 살핀 후 신선대로 향했다. 양옆으로 수목이 우거진 가파른 계단을 타고 내려가다 보면 '무한의 빛'이라는 조형물이 등장한다. 절벽에 위태롭게 달린 뾰족한 바늘 모양의 철심이 아찔한 느낌을 자아낸다. 빛을 상징한다고 하는데 어떤 숨은 의미가 있는지 궁금해진다.

태종대에 위치한 영도등대.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1.5
태종대에 위치한 영도등대.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1.5

조형물을 지나 조금 더 내려가면 영도 등대를 만날 수 있다. 이 등대는 백년이 넘는 역사를 가지고 있는데 해설에 따르면 1906년 '목도(牧島)등대'라는 이름으로 세워졌고 일제의 대륙 진출에 필요한 병력과 군수물자 수송선박의 안전을 위해 세워졌다고 한다.

역사적으로 아픈 시기에 태어났을 뿐 등대에 무슨 죄가 있으랴. 2002년부터 영도등대를 대대적으로 보수해서 지금의 모습을 갖췄고 현재 영도등대는 항로표지시설부터 자연사 박물관, 해양도서실, 해양영상관, 갤러리 등을 갖춘 해양문화공간으로 거듭났다.

태종대 입구에 위치한 태종대 기념비.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1.5
태종대 입구에 위치한 태종대 기념비.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1.5

등대를 지나 조금 더 아래로 내려오면 신선대에 진입이 가능해지는데 진입로에 못 보던 팻말이 하나 붙어있다. 자세히 살펴보니 진입을 통제한다는 내용이었다. 경주 지진 등의 여파로 낙석 및 붕괴가 우려돼 진입 통제를 하고 있었던 것. 벌써 작년 3월부터 통제가 되고 있었고 보강작업이 완료될 때까지 계속 통제가 된다고 한다. 만약 진입했다가 여진이라도 난다면 큰일이다. 신선대 위에서 바라보는 파도의 절경을 당분간 볼 수 없다니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신선대 위에 서 있는 ‘망부석’이 보였다. 진입 통제로 찾는 이가 줄어 한동안 더 외로워질 것 같다. 망부석은 옛날 왜구에게 끌려 간 지아비를 애타게 기다리다 돌로 변한 여인에 대한 전설이 얽혀있다. 망부석은 날씨가 좋으면 대마도를 육안으로 볼 수 있는 위치에 있는데 이곳은 옛날 왜구가 실제 자주 출몰했던 곳이라고 한다. 또 일제 시대와 해방기, 6.25동란기, 근대화기를 거치면서 바다에 나갔다가 남편이 돌아오지 않는 일이 있게 되면 여인네들이 이곳에 와서 바다를 바라보며 그리움과 한을 달래던 곳이기도 하다. 그 모습이 흡사 저 망부석과 같았을 것 같다.

신선대를 밟아보지 못한 아쉬움은 태종대 입구 맞은편 영도 남쪽 해안가를 따라 나 있는 해안산책로를 통해 달래보면 좋겠다. 가파른 바위 경치가 펼쳐지는데 제주 올레길 못지않은 경치라고 하니 참고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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