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송범석 기자] 의사‧변호사‧판사는 많은 젊은이가 선망하는 직업이다. 재밌는 점은 같은 ‘사’자 돌림이라도 의사는 ‘스승 사(師)’ 변호사는 ‘선비 사(士)’ 판사는 ‘일 사(事)’를 쓴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저자는 “판사는 변호사와 달리 인성(人性)이 없다”며 묵직한 법철학이 가득 담긴 메시지를 전한다.

“판사의 판단 기준은 법이지 자신의 도덕관이나 철학이 아니다. 그럼에도 판사에게 도덕관이나 철학은 중요하다. 판사로 하여금 실정법이 자연법과 합치하는가를 고민하게 만들어서 좀 더 합리적으로 사람을 위하는 법에 맞도록 개선하고자 하는 의지를 일으켜 주는 힘을 판사는 스스로 그 내면에 가지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인성이 거세된 판사지만 그들은 늘 고뇌한다. 감정이라고는 찾아 볼 수 없는 포커페이스 뒤로는 진실에 대한 갈증과 패소한 사람에 대한 안쓰러움이 존재한다. 그렇다고 판결에 감정이 끼어들 수는 없다. 심증은 무죄에 쏠려도 이를 증명할 증거가 없는 한 ‘유죄’를 선고해야 하는 것이 판사의 일이다.

변호사는 변호사대로 고충이 있다. 때로는 의뢰인이 주장하는 진실과 거짓 사이에서 어린 실향민처럼 방황하다가도, 의뢰인의 딱한 사연에 쓰디쓴 결과가 나올 것을 알면서도 1%의 희망을 갖고 열정적으로 덤벼든다. 형사재판 피고인을 변론하는 동안에는 자신에게 “내가 피고인의 처지였든 들 무엇이 크게 달랐을까”하고 되뇌기도 한다.

이 책은 딱딱한 법학 이론이나 소송에서 이기는 기술을 담고 있지 않다. 그보단 자전적 에세이에 가깝다. 10년차 변호사인 저자는 열정과 철학이 있는 변호사 10인의 법정 이야기를 한 권의 책으로 묶었다. 딱딱한 외피로 둘러싸인 법률 이야기를 법정 속 흥미로운 일화를 통해 한 편의 드라마처럼 풀어내고 있다.

책은 스토리텔링 형식이기 때문에 소설처럼 재밌게 읽힌다. 사건을 둘러싼 치열한 법정 공방과 법정 사람들의 감정 변화를 섬세하게 묘사하고 있다. 아울러 저자 자신이 직접 재판에 참여하면서 또는 직접 해당 판사, 변호사들을 만나 취재하면서 느끼고 접했던 이야기들이 현실감 있게 전개된다.

신주영(변호사) 지음 / 페이퍼로드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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