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원 담양군공예명인협회 이사장이 전통 목공예품의 만들어지는 제작 과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1.3
최상원 담양군공예명인협회 이사장이 전통 목공예품의 만들어지는 제작 과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1.3

최상원 담양군공예명인협회 이사장담양 1호 공예명인

IMF 경제위기를 기회로전통 목공예품 해외수출 달성

후진양성을 위한 기술 전수와 전통을 알리는 강연 지속

[천지일보 담양=김태건 기자]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무시하고 넘어가면 안 됩니다. 절대 변칙을 써서도 안 되고 정상적인 과정과 절차를 밟아야 작품이 완성됐을 때 문제가 안 생깁니다.”

본지가 만난 담양군 공예명인협회 최상원 이사장의 말이다. ‘국보공예’라는 공방을 운영하고 있는 담양 목공예 명인 최 이사장은 담양에서 선정한 제1호 공예 명인이기도 하다. 3대째 기술을 이어받아 활동하고 있는 그는 옻칠분야 무형문화재 전수자이자 100년 전통 목공예 명가의 장인이다. 지난 2011년에는 제55회 전라남도 문화상을 수상하는 등 다수의 수상경력을 보 유하고 있고 2007년에는 전남 목공예품 전시회를 주관했다. 74개의 업체가 참여하고 50만명이 관람한 큰 행사였다.

외조부의 공방을 아버지가 이어받았고 그 가업을 자신이 이어받았던 당시에 대해 최 이사장은 “중학교 졸업 후였는데 집안 형편이 어려웠다. 장남이었기 때문에 생계에 대한 걱정과 집안을 살리기 위한 책임감에 자연스레 기술을 이어받았다”고 회상했다.

우리나라가 급속도로 경제성장하던 70~80년대에 나전칠기, 자개장롱은 혼수 필수품이었다. 그러나 80년대 후반부터 서서히 경기침체가 오고 급기야 IMF 경제위기가 찾아오면서 그는 큰 위기를 맞게 된다. 최 이사장은 “그 시기에는 제품 자체를 아예 찾는 사람이 없었다. 오히려 전에 제품을 샀던 사람들도 물건을 되팔겠다는 문의가 빗발쳤다”면서 식음을 전폐하다시피 했던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러던 중 최 이사장은 광주시에서 해외 시장개척단을 모집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미국 LA에서 국내 지역상품 및 작품 등의 전시판매를 계획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간 팔지 못하고 쌓아둔 제품들을 실어다가 미국 현지에서 전시홍보를 했는데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교민들은 물론 고객의 30%인 외국인들의 주문이 계속됐다.

2006년까지 8년간 해외 주문이 물밀듯이 밀려왔고 덕분에 어려운 생활에 진 빚을 다 청산했다는 최 이사장은 “예전에는 생계를 위해 상품 위주 물건을 만들었다면, 이제는 장인 정신으로 혼을 실어서 한 번 쓰고 버려지지 않고 대를 물려 쓸 수 있는 작품을 완벽하게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고 덧붙였다.

최 이사장은 가장 행복했던 순간을 묻자 ‘전남 목공예센터’ 개관을 꼽았다. 전남 장흥에서 2010년 12월에 개관한 이곳은 공방, 전시실, 체험장, 전시판매장 등을 갖추고 있다. 최상원 이사장은 “목공예품을 전시할 수 있는 공간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자신의 건의가 반영돼 실제로 이루어지니 감개무량했다”면서 “목공예를 알릴 수 있고 형편이 어려운 목공예인들의 수익 창출과 전통기술 전수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그는 전통의 맥을 잇기 위해 지금까지 100여명에게 기술 전수를 해 왔다. 또 학교·연수원 등을 다니며 전통을 알리는 강연활동도 활발히 하고 있다.

최상원 이사장은 공예분야 앞날에 대해서 애정과 함께 걱정을 표하면서 “어떤 공예든지 결과물이 판매가 돼야 먹고살 수 있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며 “이 같은 공예인들의 생활고는 자력으로 해결하기 어렵다. 기관이나 시·군 등이 나서서 전시·판매할 수 있는 장을 조성해줘야 한다” 고 말했다. 또 “공방서 작업만 하는 공예인들은 우물 안 개구리가 되기 쉽다”면서 “정보 교류, 소통할 수 있는 모임이나 단체 결성에도 관계 기관의 관심이 많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최 이사장은 청년들을 향해서는 “젊은 사람들이 기술을 많이 배워 전통의 명맥이 이어졌으면 한다. 전에는 보수가 적고 희망이 없다고 했지만 지금은 여건이 많이 나아졌다”고 말했다.

최상원 이사장은 혼이 더 들어간 작품에 특별히 애착이 간다면서 그런 작품은 소중히 간직하다가 전시에 내놓는다고 했다. 그는 직업관에 대해 “정직해야 한다. 원칙대로 모든 것을 작업해야 한다”면서 “보이지 않는다고 건너뛰면 분명히 나중에 문제가 생기더라”고 자신의 경험을 전했다. 그러면서 “반드시 정상적인 과정과 절차를 따랐을 때에 훌륭한 결과물이 나온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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